콘크리트 더미·쓰레기장이 ‘농장’
콘크리트 더미·쓰레기장이 ‘농장’
  • 귀여운짱구
  • 승인 2008.07.17 09:18
  • 호수 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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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10회 채소 연작하는 앙드레 1호
미국 쇠고기 수입을 둘러싸고 연일 정국이 들끓고 있다.
하지만 촛불집회로 표현되는 이 거리집회의 주체는 축산업자들이 아니다. 청소년에서부터 남녀노소가 연일 거리로 나온다. 특히 유모차를 끄는 어머니들도 대거 나섰다. 이는 다름 아닌 남편과 자녀들의 식탁에 오를 먹을거리 문제이기 때문에 주부들도 발 벗고 나선 것이다. 나라 경제가 나아지면서 이제는 단순히 허기를 채우던 시대가 아니다. 농약에 범벅된, 방부제에 절은 식품이 아니라 건강을 보존하는 안전한  먹을거리가 우선시 되고 있다. 그렇다면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게다가 가격도 저렴한 식품을 언제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나라가 있는가.
바로 쿠바이다.
지난 5월 17일부터 27일까지 국내 지역주간지 7개사 기자들이 생태농업 도시, 쿠바를 취재했다. 이번 특별취재는 비단 생태농업뿐만 아니라 인종, 복지, 교육 등 쿠바 사회 전반을 알 수 있는 기회였으며 취재단은 큰 교훈을 안고 돌아왔다. 생태농업을 중심으로 쿠바의 이모저모까지 겸해 보도한다.
(편집자 주)

 
처음 설립된 국영 농장 앙드레 1호 농장
 
지난호에 소개된 알라마르 협동농장이 아바나에서 20여분 거리에 있는 외곽에 자리 잡고 있는 반면 앙드레 1호 농장은 도시 중심부에 있다. 알라마르 협동농장이 주민들 다수로 구성된 조합 형태라면 앙드레는 국가가 직영하는 농장이다.

야자수 나무들이 드문드문 서 있는 도심지 주택들 사이에 있는 앙드레 1호 농장. 애초 쓰레기장이었던 곳이라 시민들에게 악취와 불결함을 주던 이곳이 싱싱한 채소가 자라는 농장으로 탈바꿈 됐다. 시민들은 슬리퍼를 신고 산보하듯이 나와 싱싱한 채소를 저렴한 가격에 사서 식탁에 올린다. 또 인근 학교 식당은 일반인 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채소를 구입해 아이들에게 먹인다.
앙드레 농장은 쿠바가 식량 위기를 맞으며 기계농, 산업농에서 유기농으로 전환하던 1992년에 설립됐다. 면적 600여 평에 10명이 일한다. 그 중 3명은 농사, 3명은 직판장 판매원이고 배양실 천적 전문가 1명, 묘목 담당 1명, 청소 1명으로 역할이 나뉘어 있다.

앙드레 농장은 연간 10회 농작물을 심는 연작을 한다. 배추와 상추를 번갈아 심으면서 연작하는 방식이라 상대적으로 병해충 피해가 덜하다. 1 평방미터 당 2kg의 퇴비를 주며 채소 12kg을 생산하고 있다.
담배와 석회를 섞어 살충제를 만들어 쓰고 배양실에서는 천적을 배양한다. 향이 병충해를 견제하는 금잔화를 심고 밭 둘레에 옥수수를 심어 작물에 갈 진딧물 등 병충해를 유도한다. 앙드레 농장은 단순히 농사만 짓는 곳이 아니다. 쿠바농업기술협회 교육센터로 활용되고 있다. 공동 취재단이 방문했던 5월에만 해도 15회나 교육이 열렸으며 캐나다에서 6명의 대학생들이 실습을 나와 있었다. 
이처럼 앙드레농장과 같은 소규모 농장은 아바나에만 200여개가 있어 시민들은 발길 닿는 곳마다 농장을 볼 수 있다.
 
 
콘크리트를 농지로 바꾼 ‘오가노프니코’ 기술 
 
쿠바 유기농, 특히 도시에서 일반화된 유기농 농사의 특징은 ‘오가노프니코’ 기술이다.
대개의 도시가 그렇듯이 쿠바의 수도인 아바나도 온통 콘크리트로 덮여있거나 콘크리트, 유리조각 등이 널려 있어 밭으로 전환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또 쿠바의 토양은 검붉게 탄 아열대성 흙이어서 화학비료가 없이는 경작이 불가능한 상태다.
오가노프니코는 이런 환경에서 콘크리트와 벽돌, 돌, 합판 등으로 둘레를 치고 거기에 흙과 퇴비를 넣어 채소를 재배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 도입으로 주차장, 콘크리트로 덮인 곳, 쓰레기 매립장 등이 농지로 재탄생 됐다. 

농업박사 학위를 가진 국영회사 출신 로베르토 베르시(58) 조합장이 이끌고 있는 앙드레 농장은 수익의 80%를 직원들에게 배분한다. 나머지는 재투자비와 연구비, 적립금이다. 주 5일 근무하며 토요일은 당직자가 오전 근무만 한다. 직원들은 급료와 자기 일에 만족해했다.
 
 
유기농 전파사 코로넬라 컨설팅 숍
 
앙드레 농장을 나와 1시간여를 달려 우리나라 농업기술센터에 해당하는 코로넬라 컨설팅 숍을 찾았다.
아바나주의 유기농을 지원하는 곳으로 아바나주에 52개가 있다. 우리나라 처럼 관공서 형태의 큰 조직이 아니라 자그만 화원 같은 곳이다.

또 협동조합 보다 주로 아파트 배란다, 텃밭 등에 농사를 짓는 소규모 개인 농사를 지원한다.
유기질 비료를 비롯해 씨앗, 지렁이분변토, 퇴비를 공급하고 농업 기사들이 현장에 나가 교육을 한다. 특이한 것은 공익 개념이면서도 수익금을 직원들이 나눠 갖는다.

요즘 쿠바도 한국처럼 젊은 이들이 농사에 관심이 없다. 주로 IT, 관광산업에 관심을 갖는 세태다.
그런 가운데 코로넬라 컨설팅 숍에서 일하고 있는 농업고등학교 4학년 씨오멜리(19)를 만났다. 부모님들이 텃밭을 가지고 있어 농업에 관심을 갖게 된 그녀는 자연스레 농업학교로 진학했다. 여성전문가가 많지 않은 분야라 진로에 대한 경쟁력이 있어 농업대학에 진학해 농업기사가 되는 꿈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