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시집간 내 딸…2년 세월이 그렇게 길수가 없어”
“한국에 시집간 내 딸…2년 세월이 그렇게 길수가 없어”
  • 귀여운짱구
  • 승인 2008.08.28 09:20
  • 호수 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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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가족, “인터넷, 전화로 자주 연락…보고 싶은 마음은 365일”
본지가 기획취재로 다루고 있는 ‘다문화사회 공생대안은 무엇인가’. 이번 주에는 태국, 베트남 현지를 찾아 한국에 살고 있는 결혼 이민자, 이주 노동자의 가족들을 직접 만나 취재한 내용 중 일부 사례를 싣는다. 공동기획취재단은 취재기간 동안 두 팀으로 나뉘어 태국, 베트남에 약 15가정을 방문했다. 
이들 가족은 한결 같이 이역만리 떨어진 가족들의 안부를 묻고 그들이 한국에서 잘 살기를 간절히 바랬다. 또한 공동기획취재단이 직접 한국에서 찍은 사진과 동영상, 한국에 사는 가족들이 보내주는 조그마한 선물 등을 전달하자 눈물을 글썽이며 이역만리에서 끈끈한 가족애를 전했다.   <편집자주>
 
 
“이렇게 먼 걸음을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버스로 약 세 시간 가량 떨어진 하이퐁. 이곳에서 광양으로 시집온 루엔티짱(25)의 할머니와 부모님, 동생 등 가족 일행을 만날 수 있었다. 하이퐁 도로에 있는 짱의 집은 조그마한 가게에서 한약재를 팔며 생활하고 있다. 지난 7월 5일 토요일 오후 취재단이 짱의 집에 도착하자 가족들은 손을 흔들며 반갑게 맞아주었다. 짱의 아버지 윈즈 빈(54ㆍ농업)은 “이렇게 멀고 낯선 곳을 방문해줘서 뭐라 말할 수 없이 감사하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짱의 어머니 연(52)씨도 따뜻이 손을 잡으며 환영했다.

짱은 지난 2006년 10월 베트남에서 김종서씨와 결혼한 후 2007년 1월 한국에 와서 현재 광영동에 살고 있다. 올해로 2년간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짱은 아직 우리말이 많이 서툴다. 현재 이들 가족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과 이제 갓 돌을 넘은 아들 등 둘이 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은 지금 남편 첫 부인의 아들이다. 짱의 아버지 빈씨는 “딸과 결혼할 사위가 재혼 가정이라는 것을 이미 알았고 본인이 원했기 때문에 전혀 이에 대해 개의치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짱의 친정집에는 동생 랑(22)도 함께 있었다. 랑은 현재 하이퐁 의과대학 3학년에 재학 중이다. 랑은 대학을 졸업하면 베트남 전통 의학과 관련한 의사가 되는 게 꿈이다. 랑씨는 “요즘에는 인터넷을 통해 언니와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고 있고 전화도 자주 하고 있다”며 “하지만 직접 얼굴을 보고 싶을 때가 많다”고 간절함을 나타냈다.
동생은 한국에 가고 싶을까. 랑씨는 “한국에는 관광이나 경험 삼아 한번쯤은 가고 싶지만 결혼은 이곳에서 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는 “의사가 되면 이곳에서 활동하면서 집안 생계도 돌보고 가족을 위해 소중한 일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어머니 연씨는 “취재단이 온다는 소식을 한국에 있는 딸로부터 연락 받았다”며 “딸과 자주 통화하며 안부를 주고받는다”고 덧붙였다. 어머니는 그러나 “전화상으로 목소리만 듣고 있어서 얼마나 직접 보고 싶은지 모른다”면서 “딸이 떠난 2년의 세월이 이렇게 길수가 없다”며 간절한 그리움을 나타냈다. 어머니는 이어 “딸이 해산물 요리와 게살국수를 좋아하는데 베트남에 오면 손수 음식을 만들어주고 싶다”며 “얼마나 고향 음식을 먹고 싶어 할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훔쳤다. 

이들에게 기자가 직접 찍은 짱의 가족사진과 짧은 영상편지를 보여주자 가족 모두는 눈시울을 붉혔다. 현재 고혈압을 앓고 있는 할머니 로(81)씨는 “내가 앞으로 얼마나 살지 모르지만 꼭 한번 우리 손녀를 눈앞에서 보고 싶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할머니는 이어 “낯선 곳에서 생활하는 게 어려운 점이 많겠지만 남편과 함께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짱은 주기적으로 친정에 생활비 형태로 송금을 하지 않는다. 빈씨는 “딸이 결혼했다고 해서 우리 가정 형편이 나아지는 등 그런 일은 없다”며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 살면 되지 딸로 인해 후광을 입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명절 때 가끔씩 소정의 용돈을 보내주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딸과 사위가 찾아뵙겠다며 연락을 자주 하는데 아직 여유가 없는 것 같다”며 “소원이 하루빨리 이뤄져 한국에 있는 가족들을 만났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소망했다. 빈씨는 또 “딸에게 잘해주고 있는 사위에게도 진심으로 고맙다”면서 “항상 행복한 일들만 가득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기자와 짱의 가족과의 만남은 한 시간 정도. 짱의 가족들은 취재단 일행이 떠나려고 하자 다시 한 번 취재단 손을 붙잡으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