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합병도 물 흐르듯이
농협 합병도 물 흐르듯이
  • 광양신문
  • 승인 2006.09.13 11:36
  • 호수 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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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지역 4개 농협 중 진월농협과 다압농협이 12월 28일 조합원 투표를 거쳐 그동안 지역의 과제로 대두돼 온 합병문제를 매듭짓게 된다.

동부지역 4개의 조합을 하나로 묶어야 그나마 얻을 수 있는 합병의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조합원들의 욕구가 큰 마당에 두 조합만이 먼저 합병을 한다고 하니 우리는 ‘그렇게 밖에 안 되는 이유가 뭔가'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이런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지금까지 모두들 4개 조합의 동시 통합을 이야기 했지 2개 조합만의 통합을 이야기 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2개 조합만이 합병 추진에 합의했고 10여일 후면 그것이 현실화 될 시점에 와 있다.

진월농협과 다압농협 조합장이 앞서 합병 추진을 합의하게 된 배경에는 뭔가 노림수가 있을 법하다.

2개 조합이 먼저 덩치를 키워서 언젠가는 합병대상이 될 진상농협이나 옥곡농협에 대해 우위를 점하겠다는 것이 그 노림의 내용이 아니겠는가? 두 농협이 아니 그런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다손 치더라도 두 농협이 먼저 통합하면 일은 그렇게 흘러가게 될 것이다.

비슷한 현재 4개 농협의 자본ㆍ자산ㆍ사업 규모는 이후 두 농협이 먼저 통합하면 그 차이가 벌어지게 되고 그 격차만큼 덩치가 커진 조합은 기득권을 주장할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로 인해 동부지역 4개 농협이 궁극적인 통합으로 나아갈 때 조합원들이 또 한번 우여곡절을 겪어야 한다면 참으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농협의 합병이 조합원에 대한 조합의 서비스를 느슨하게 만들거나 조합원들에게 돌아갈 이익배당의 크기를 줄어들게 만들 가능성은 충분히 있지만 그러한 단점에 비해 규모화 된 경영여력으로 보다 힘찬 경제사업을 펼쳐나가는 다른 지역의 실험이 객관적으로 입증된 마당이라면 조합원들은 초기 몇 년간의 불편을 감수하면서 충분히 합병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만나본 동부지역 4개 농협 조합원들 중 대다수는 동부지역 4개 농협이 궁극적으로 대형 하나로 마트를 가지고 있는 동광양농협과 통합해야 한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생산지와 소비처를 일관된 계통체계로 형성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개 농협의 통합문제가 이처럼 볼품없이 진행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가 그 이유를 딱 꼬집어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짐작컨대 누군가의 계산된 욕심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민심이 곧 천심이라는 원리에 입각하면 지금 이 시기 천심은 무엇인가? 대다수 조합원들의 조합원들 마음이 곧 천심이다. 대세를 형성한 민심을 따르지 않는 것은 사적인 욕심이요, 물 흐르듯이 진행되어야 할 4개 농협의 통합을 사적 욕심으로 거부한다고 한들 그것은 부질없이 무너지고 말 욕심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 정부는 농업과 농민을 포기했다. 그리고 앞으로 들어설 어떤 정부도 농업과 농민을 챙겨줄 수가 없다는 사실도 우리는 뼈 절이게 느끼고 있다. 농민들 스스로 제 살길을 찾지 않으면 안 되는 냉혹한 시점이다.

봉강농협과 통합했던 옥룡농협도 내년 1월부터 다시 광양농협으로 대 통합한다. 그들처럼 동부지역 조합원들도 스스로 조합을 통해 살아나갈 수 있는 큰 밑그림을 지금부터 그리지 않으면 안 된다. 조합원들이 모두 한꺼번에 나서면 못해낼 일도 아니다.

작은 강물은 골을 따라 흐르지만 큰물이 되고 싶을 땐 스스로 새로운 골을 만들면서 도도히 흘러가지 않던가! 진월, 다압농협에 바란다. 합병의 절차가 선거 전이든 후든 옥곡, 진상농협과 협상 테이블을 만들라!

옥곡, 진상농협에 바란다. 아무 조건을 내세우지 말고 대통합의 테이블로 진월, 다압농협을 초대하라!
 
입력 : 2005년 12월 0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