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지역은 뭐하나…주객전도된 축제
우리지역은 뭐하나…주객전도된 축제
  • 이성훈
  • 승인 2008.11.13 09:24
  • 호수 28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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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ㆍ시의원이 축제 통폐합 의지 ‘열쇠’
 
민선 자치시대 이후 전국적으로 각종 축제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대부분 지역 특산품이나 관광지를 중심으로 한해 5개 이상 축제를 열고 있는 자치단체도 적지 않다. 우리시도 예외는 아니다.
광양시는 고로쇠 약수제를 시작으로 매화문화축제, 국사봉 철쭉제, 가야산 영화제, 전어축제, 숯불구이축제, 장승문화제축제 등이 열리고 있다. 이중 고로쇠 약수제는 지난해까지 축제로 분류했으나 올해부터 순수한 의미의 약수제로만 열리고 있다.

고로쇠 약수제를 제외한 시에서 주관하는 축제는 매화문화축제이다. 나머지 축제는 모두 해당 읍면동에서 실시하고 있다. 이중 민선자치시대 이전부터 개최한 축제로는 고로쇠 약수제가 유일하다. 그러나 고로쇠 약수제는 올해부터 순수 제례 의식으로 주제가 바뀌어 사실상 민선자치시대 이전 축제는 전무하다.   

매화문화축제는 전국 축제 중 처음으로 꽃을 주제로 열리는 축제라는데 의미를 두고 있으며 올해로 12회째를 맞이하고 있다. 국사봉 철쭉제와 전어축제는 각 지자체에서 비슷한 시기에 유사한 프로그램으로 열리고 있어 현재로서는 신선함을 찾기는 힘들다. 숯불구이축제는 광양전통숯불구이의 독특한 양념과 맛을 전국에 알리자는 취지로 개최하고 있으나 최근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한우 축제와 어느 정도 겹치는 부분이 불가피하다.

중마동 도깨비도로 장승문화축제는 중마동 도깨비 도로의 착시현상 홍보 및 관광명소화 추진을 계기로 마련된 축제이다. 격년제로 실시하고 있는 이 축제는 올해 2회째 개최했다. 그러나 이 축제 역시 도깨비 도로와 무관한 장승 조성, 프로그램의 빈약함 등으로 최근 폐지 여론이 일고 있다. 가야산 영화제는 최근 상영된 영화를 광영동민에게 문화적 혜택 제공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 해마다 개최하고 있다. 그러나 백운아트홀에서 최근 상영장을 개봉하고 있고 집집마다 영화를 볼 수 있는 시설이 보편화 된 점 등을 감안하면 ‘영화제’라는 취지가 무색해진다.

이렇듯 우리지역에서 열리고 있는 각종 축제는 대부분 프로그램이 빈약하거나 다른 지역 축제와 유사성 등으로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중 매화문화축제만이 유일하게 전남도 10대 대표 축제로 선정돼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지역구 시의원의 치적 수단
 
민선자치시대 이후 각 지자체에서 축제가 난립하고 있는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 축제 증가는 자치단체들이 특산품과 관광지를 홍보해 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명분을 내걸고 억지로 축제를 만들어내고 있는 성향이 강하다. 이는 단체장의 치적 쌓기와 홍보와도 맞아떨어져 예산을 퍼붓고 있는 실정이다. 단체장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구 시의원의 치적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축제에서 불꽃놀이가 펼쳐지고 화려하게 보이면 자신의 이름이 빛나고, 풍악이 드높으면 자신의 치적이 높아진다고 믿는다. 그러다보니 축제의 성공 여부는 단체장, 시의원의 능력이 되어 버리는 등 축제 취지와 전혀 무관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다른 읍면동에 축제가 열릴 경우 축제를 개최하지 않은 지역 시의원은 ‘다른 곳은 축제를 하는데 우리 지역은 무엇을 하고 있나’라는 생각으로 예산을 확보해 어떻게 해서든지 억지로 축제를 치르고 있다. 결국 축제를 개최해 무대를 세워야만 지역 주민들에게 봉사하고 있다는 인식을 하게 된다.
결국 지역 특색이 아닌 생색내기 축제를 개최하다보니 프로그램도 대부분 다른 축제와 유사해 시민들로부터 외면을 받는 것이다. 풍물패들이 흥을 돋우고, 기념식을 갖고, 대회관계자들의 일장 연설이 있고, 난장을 열고, 장기자랑을 하면 축제 주제와 상관없이 대부분 끝을 맺고 만다. 결국 남는 것은 없이 먹고 마시는 소비성 위주의 축제로 끝나고 만다.

익명을 요구한 전 시의원은 “아무래도 읍면동 축제에 주민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며 “모든 축제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부 축제의 경우 ‘왜 우리지역만 조용히 지내고 있느냐’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의원들도 이름도 알리고 주민들에게 봉사하는 차원에서 축제를 개최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주민들의 정서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축제를 개최하고 있는 사례가 전국적으로 허다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시민다수 축제 통폐합 공감
 
우리지역에도 이런 축제의 폐단에 대해 개선한 사례가 있다. 금호동은 2005년과 2006년 4월 금호동 일원에서 개최했던 금호동 벚꽃맞이 축제를 지난해부터 폐지했다. 축제의 거품을 제거하기 위한 취지에서다. 이 축제에 시가 지원한 예산은 3천만 원. 

장석영 의원은 “무분별한 지역축제가 난립하고 있고 2006년 행자부 전국자치단체재정평가에서 D등급을 받는 등 세출 관리가 소홀하다는 측면에서 금호동부터 솔선수범해 축제를 정리했다”고 밝혔다. 장 의원은 “축제 폐지 취지를 주민들에게 알리고 주민들에게 의견을 물어본 결과 대부분 찬성해서 축제를 반납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례가 있는 반면 해당 의원과 주민들은 여전히 지역구 축제에 대한 미련은 여전하다. 시 관계자는 “축제를 줄이자는 의견에 대해서는 우리도 대폭 환영하는 입장”이라며 “결산위에서는 축제를 낭비한다고 비판하지만 정작 축제가 다가오면 해당 지역구에서는 얘기하는 것은 모순 아니냐”고 말했다.

결국 시의원이 축제에 대한 의식 전환을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철재 전 시의원은 “모든 축제에 대해 치적행사로 단정 짓는 것은 위험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 전 의원은 그러나 축제 통폐합에 대해 공감한다며 개선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비슷한 시기에 열리는 축제와 시기성을 타지 않는 축제를 통합해서 개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축제 통폐합이나 개선의 필요에 대해서는 시민들도 공감하는 부분”이라며 “광양시가 생산적인 방향으로 개선해 시 전체 권역이 혜택을 줄 수 있는 축제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웅 시장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말을 아꼈다. 이 시장은 “현재 우리시 축제 전반적인 개선에 대한 용역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언급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오는 21일 용역 결과 발표를 한 후, 결과에 따라 축제를 개선하도록 계획을 세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