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영 지사는 시군의원선거조례 재의를 요구하라!
박준영 지사는 시군의원선거조례 재의를 요구하라!
  • 광양신문
  • 승인 2006.09.13 11:39
  • 호수 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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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시의원선거구획정에 관한 광양신문의 입장
지난 23일 전남도의회가 의결한 조례에 따른 광양시의원선거구와 선거구별 의원정수는 △가선거구 - 광양읍 △나선거구 - 옥룡ㆍ봉강ㆍ옥곡 △다선거구 - 진상ㆍ진월ㆍ다압 △라선거구 - 골약ㆍ중마 △마선거구 - 광영ㆍ태인ㆍ금호동 5개 선거구에서 2명씩 선출하는 안이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도지사는 이 같은 도의회의 결정을 받아들여 공표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판단으로는 특별한 일이 없지 않을 것 같다. 민주당은 전남에서, 한나라당은 경남에서, 열린우리당은 자신이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곳에서 4인 선거구를 2인 2인 선거구로 쪼개는 조례를 통과시키는 작태를 보여주었다. 이들 정당은 상대적으로 지지기반이 취약한 곳에서는 이 같은 상대정당의 시도를 맹렬히 비난하고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하는 등 지극히 이중적인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텃밭에서는 최대한 선거구를 쪼개고, 다른 지역에서는 이를 맹렬히 비난하는 이중적인 태도. 이는 자당에 유리한대로 선거구를 나누고자하는 본색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전국적으로 이러한 일이 일어남으로써 정치권이나 행정자치부가 이를 그대로 방치해 둘 것인지가 내년 지방자치선거와 관련한 최대 이슈가 될 전망이다.

우리는 대통령이나 정치권, 도지사, 행정자치부장관이 이 문제를 이대로 방치해서는 결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지방의회가 특정정당 출신의원으로 일색화되는 것을 막고 보다 전문성을 가진 젊고 유능한 인재가 지방의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자는 것이 중선거구제를 도입한 취지이다. 그러나 각 지역에서 기득권을 가진 정당에 의해 이런 취지가 여지없이 깨져버렸다. 이런 수준의 입법취지의 훼손은 유례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예상하건데, 전국적인 범위에서 헌법소원이 제기되고 행정자치부에는 재의요구가 빗발칠 것으로 보인다.
 
(2-2)-2-(2-2)안은 4-2-4안의 변형

광양시의 경우 의원선거구를 2-2-2-2-2안으로 나눈 것은 4-2-4안의 변형에 지나지 않는다. 4-2-4안은 당초 민주노동당광양시위원회가 제시했던 안이다. 객관적인 위치에 선 우리는 2-2-2-2-2안으로 나눌 바에야 중선거구제 도입취지를 살려 4-2-4안으로 가는 것이 백번 옳다고 본다.
왜 그런지 살펴보자. 생활권역을 중심으로 광양시의 선거구를 나누자면 △광양읍ㆍ옥룡ㆍ봉강면을 하나로 묶고 △골약ㆍ중마ㆍ광영ㆍ금호ㆍ태인동을 하나로 묶고 △옥곡ㆍ진상ㆍ진월ㆍ다압면을 하나로 묶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광양시민이라면 이에 대해서는 아무도 반론을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2-2-2-2-2안은 옥곡면을 생활권이 전혀 다른 옥룡ㆍ봉강면과 하나로 묶어놓고 있다. 2-2-2-2-2안에서 옥곡면을 하나의 생활권인 진상ㆍ진월ㆍ다압면 권역으로 돌리기만 하면 2-2-2-2-2안은 4(광양읍ㆍ옥룡ㆍ봉강면)-2(옥곡ㆍ진상ㆍ진월ㆍ다압면)-4(골약ㆍ중마ㆍ광영ㆍ금호ㆍ태인동)로 하는 안이나 마찬가지여서 의원정수 배정에는 변화가 없다. 한 발만 더 깊이 들어가면 2-2-2-2-2안은 사실상 4-2-4안으로 되돌아온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생활권을 반영하고 중선거구제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그리고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바람직한 선거구획정안이 뻔히 확인됨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이렇게 먼 길을 돌아와야만 하는가? 그 이유는 본지가 누차 지적한 바 있다. 기득권자들이 기득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몸부림에서 비롯된 것이다.

광양시의 선거구획정 문제와 관련해서 사회적 합의과정을 거치자는 수없이 많은 요구에 대해 기득권자들이 보여준 모습은 “논의를 확대해봤자 우리만 손해 본다”는 자세 그것뿐이었다. 기득권자들이 기득권을 지키려할 때에도 최소한 정상적인 합의절차에 거치는 과정을 통해 지켜야 한다. 광양시의 기득권자들처럼 정상적인 합의절차를 피해가면서 지키려고 하면 그들에게는 역사적인 재평가와 함께 비난의 화살을 맞는 일밖에 남지 않을 것이다.

생활권 반영, 중선거구제 취지 살려야

현재 확정된 2-2-2-2-2안을 주도한 박필순 도의원은 자신에게 비판이 집중되자 이것이 광양시의회와 광양시장의 제안이기 때문에 당리당략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극구 부인하고 있다.

현 광양시의회는 민주당 일색이고, 광양시장도 민주당 소속이다. 박필순 도의원은 수정안 제안설명을 하는 도의회 본회의 단상에서 사실상 민주당의 의견을 광양시민의 의견이라고 각색시켰다. 그는 또한 구 광양군 시절에 옥룡 봉강 옥곡면을 하나의 도의원선거구로 시행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들어 생활권역 일치 문제에 대한 문제제기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광양군이 광양시로 바뀐 지가 언제인가? 도의원선거와 기초의원선거를 일대일로 비교할 수 있는가?

2-2-2-2-2안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민주당 일당 독식안’이다. 4인선거구를 2인 2인 선거구로 쪼개는 순간 광양지역의 특성상 민주당 공천을 받는 사람들만 의회에 진출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이를 달리 말하면 민주당 외의 젊고 유능한 인재들이 의회에 진출할 길이 그만큼 좁아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정지방의회의 특정정당 일당독식을 막고자 개정한 지방선거법이 일당지배의 지방의회가 주도한 선거구획정에선 극도의 게리멘더링을 자행하고 말았다.

광양시의 경우 특히, 가장 기본적인 원칙인 ‘동일생활권역 한 선거구 원칙’을 거스르면서 기형화되고 말았다. 누차 얘기하지만 선거구는 한 번 획정되면 오래도록 유지되면서 주민들의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선거구 문제는 개인의 욕심과 이해관계를 철저히 차단하고 오직 상식과 원칙에 입각해서 결정할 문제이다.

그럼에도 광양시의 기득권 세력은 이를 철저히 외면했다. 만약 옥룡ㆍ봉강ㆍ옥곡면선거구에서 당선된 2명의 의원이 옥룡면과 봉강면 출신이라면 이들이 거리가 먼 옥곡면 지역의 대표성을 견지할 수 있겠는가? 도의회의 선거구획정이 이대로 시행된다면 광양시는 내부적으로 극심한 소지역간의 대결과 분열을 가져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역주의는 우리나라의 발전을 가로막는 중병 중에 중병이다. 중앙정치와 같이 작은 지역 안에서 또 한 번 지역을 나누는 소지역주의가 만연하게 되면 ‘꿈과 희망의 도시’ ‘기회의 땅 광양’은 헛구호에 지나지 않게 될 것이다. 누가 꿈과 희망의 도시 기회의 땅 광양을 이렇게 만들었는가?

12월 23일 전남도의회가 결정한 광양시의원 선거구획정안은 생활권역일치와 지나친 인구편차, 그리고 중선거구제의 취지에 맞게, 다시 말하면 기본적인 원칙에 맞게 고쳐져야 한다.
  
우리가 박준영 도지사에게 재의요구를 요구하는 이유는 박준영 전남도지사나 행정자치부가 전남도의회에 조례안의 재의를 요구하는 것이 이를 가능하게 하는 가장 간명한 합법적 절차이기 때문이다. 그 외의 방법은 전국적인 범위에서 제기된 헌법소원에 따라 정치권이 지방선거법을 재손질하는 방법일진데 이는 실현여부가 너무 불투명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본지는 박준영 전남도지사에게 선거구조례안에 대한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도록 정중히 요구한다. 그러한 절차를 이행하는 것이 조금은 번거러울지라도 광양시의 미래를 위해서는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할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생활권을 반영하고 중선거구제 도입의 취지를 살리는 원칙을 지킬 때 광양시민들의 의사결정 구조가 제대로 갖춰질 수 있다. 시민들의 의사결정 구조가 왜곡된 형태가 된다면 광양시를 온전하게 발전시킬 수 있는 길은 그만큼 멀어지게 된다.

박준영 도지사는 광양시민들의 민의가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고 이를 조례안에 반영하는 결단을 내려주길 바란다.
입력 : 2005년 12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