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최대 친환경양상추 재배단지
지역 최대 친환경양상추 재배단지
  • 박주식
  • 승인 2008.12.31 16:23
  • 호수 2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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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생산은 기본, 수입 농산물 경쟁력은 ‘품질’

망덕에서 다압 방향으로 가다 왼곡재를 넘어서면 섬진강 강줄기 따라 끝없이 이어지는 비닐하우스 물결. 다른 방향인 진상에서 매티재를 넘어설라치면 눈앞에 섬진강이 다가온 듯 착각에 빠지게도 하는 것이 중도마을 주변의 비닐하우스 전경이다.

▲ 매티재에서 바라본 중도마을 전경

진월면 중도마을은 마을이 자리한 중심부를 제외하곤 온통 비닐하우스 천지다. 이미 시설원예의 대명사로 인식되고 있는 중도 마을 비닐하우스의 시작은 3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마을에서 농사를 짓고 있던 박순성 씨는 계속 농사를 지으며 마을을 지키기 위해선 다른 대안이 필요했고 그래서 선택한 것이 시설원예 농업이다.

처음 비닐하우스를 시작할 땐 새로운 시도에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하나씩 경험으로 극복해 나갔다. 오이로 시작된 시설원예는 호박과 수박, 파프리카, 파인애플 등 수 많은 작물 재배가 시도됐다. 결국 마지막에 선택한 것이 양상추다. 이후 양상추 시설재배는 마을로 점차 확대됐고 언제부턴가 마을 주민 대다수가 양상추 시설재배에 나서게 됐다. 가난한 농촌 마을은 부농으로 바뀌기 시작했고 마을을 떠났던 젊은이들이 하나둘씩 다시 찾아 들었다. 그래서 지금은 젊은이들이 많아 아이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것이 중도 마을의 또 하나의 자랑이다.

하지만 젊은 시절을 모두 시설원예에 바친 중도마을 시설 원예의 대부 박순성씨는 여기서 만족치 않았다. 일반 농법으론 한계가 있음을 깨달은 그는 친환경농법에 도전한 것이다. 박 씨는 친환경재배 단지를 선정해 제초제와 농약을 일체 안 쓰고 토양을 가꿔 2004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무농약 재배 친환경농산물 인증을 받았다. 그리고 함께 참여한 세농가와 함께 ‘디딤돌’이란 친환경 양상추재배 작목반을 결성했다. 이들의 영향으로 다음해엔 또 다른 마을주민 다섯 농가가 ‘토박이’라는 작목반을 만들어 동참했다. 본격적으로 중도마을의 친환경 양상추 재배가 시작된 것이다.

박순성 디딤돌 회장은 “앞으로의 농업은 친환경으로 바뀔 것이란 생각에 미리 준비해 안전한 먹거리 생산에 나서게 됐어요. 친환경농산물을 소비자들이 비싸다고만 생각지 말고 안전을 보장받은 믿을 수 있는 먹거리로 인식해 줬으면 좋겠다”고 한다.
출발은 달랐지만 이들 2개 작목반은 지금은 하나다. 아홉 농가가 규모와 파종까지는 각자 하지만 생산과 출하는 공동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마을에서 각기 따로 판매처를 확보하고 경쟁하는 모습이 적절치 않다며 스스로 하나가 된 것이다.

▲ 박순성'디딤돌'작목반 회장(좌)과 하기훈'토박이'작목반장(우)

9농가가 90동(1동 170평. 5ha)을 짓고 있는 중도마을 친환경 양상추 재배 기간은 9월에서 이듬해 7월 까지 이어진다. 하지만 7월, 양상추 재배가 마무리 됐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한해 농사를 마무리 한 땅을 살균 소독해 다음 농사에 대비한다. 밭 관리를 마친 땅에 양상추 모종을 처음으로 옮겨 심는 시기는 9월 초. 이후 5동씩 5일 간격으로 모종 이식이 이뤄지고 수확한 밭에 다시 심기를 반복해 빠른 곳은 세 번에서 두 번까지 양상추를 재배한다.

이처럼 일정량을 순차적으로 끊임없이 재배하는 것은 신용과 직결되는 안정적인 출하를 위해서다. 중도마을 친환경 양상추 작목반은 현재 소비자와 직거래를 뚫지 못하고 롯데마트, 홈플러스, 이마트 등 대형마트 납품 업체에 출하를 하고 있다.
하기훈 ‘토박이’ 작목반장은 “질 좋은 양상추를 생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적절히 판매하는 것은 더 중요 합니다. 수요처에서 원하는 물량을 적기에 안정적으로 공급치 못하면 신용이 떨어져 판매를 계속할 수 없다”며 안정적 공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 반장은 “친환경 농업을 하고 있지만 가장 문제는 판로 확보입니다. 개인이 판매처를 찾다 보니 쉽게 소비자와 직거래를 이루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친환경 인증만 늘려 놓고 판매는 개인에게 맡기고 있는 정부정책을 꼬집었다.

공동생산 공동 출하에 나서고 있는 ‘디딤돌’과 ‘토박이’작목반은 수확량을 높이기 위한 퇴비와 농약대신 사용하는 살균제, 땅심을 살리는 미생물 배양등도 공동으로 생산해 사용한다.
이들은 공동작업장을 마련해 퇴비 숙성 발효에서부터 미생물 배양, 난황유와 감식초, 매실 엑기스 등을 이용한 살균제를 직접 만들어 살포하고 있다. 만에 하나라도 있을 수 있는 안전 검사 결격에 대비 스스로 안전을 지켜내고 있는 것이다.

▲ 친환경양상추 출하작업이 한창이다.

유통기한이 타 작물에 비해 짧은 양상추는 기온의 영향을 유독 많이 받는다. 유통기한은 실온에서 3~4일, 냉장 보관 시에는 1개월이다. 그래서 유통 또한 문제다. 하 반장은 “합리적인 유통 개선이 생산자인 농가와 소비자를 살릴 수 있는 길”이라며 “유통 단계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또 “가격이 낮을 땐 저장 했다가 판매할 수 있어야 하지만 농산물은 저온창고 지원이 되지 않아 이마저도 어렵다”며 “정부가 머릿속에서 그리는 보조가 아니라 농민이 정말 필요로 하는 것을 지원해 줬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친환경 양상추 출하가 한창인 현장에 만난 박순성 디딤돌 회장은 “이제 농사방법이 바뀌어야한다. 수입 농산물을 뛰어 넘으려면 품질로 승부해야 한다”며 “누구라도 뜻만 있다면 다 받아들여 함께 친환경 농업을 계속 일구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 출하작업에 바쁜 일손을 잠시멈추고 박순성회장이 마련한 새참을 들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