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을 바로세우는 한 해이길...
기본을 바로세우는 한 해이길...
  • 한관호
  • 승인 2008.12.31 16:47
  • 호수 2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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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관호 바른지역언론연대 사무총장

▲ 한관호 바른지역언론연대 사무총장. 칼럼니스트
이 칼럼을 쓰는 오늘은 한해의 끝 날 입니다.
방송에서 전국 곳곳의 해맞이 명소를 소개하고 사람들은 새해 첫 해를 온전히 볼 수 있을지가 관심사입니다. 내일 새벽이면 선잠을 떨치고 일어나 해맞이를 하러 먼 길을 나선 차량들이 꼬리를 물것입니다. 바닷가에 인접한 곳에 사는 이들은 하다못해 뒷산에라도 오를 것이고 더러 길을 나서지 못한 이들도 텔레비전을 켜고 간접적이나마 해맞이를 할 것입니다. 

그런데 기실 따지고 보면 새해 첫날이라고 어제 뜬 해와 별반 다를 게 있겠습니까. 그저 시간의 연속선상일 뿐인데도 우리는 한 살 더 먹는 것, 한 달 또는 한 해 등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려 듭니다. 이런 흐름을 반영하듯 이 혹한에도 지리산에서 밤을 세고 천왕봉 해맞이를 하겠다며 배낭을 꾸리는 후배도 있습니다. 그는 마음을 다잡아 내년을 알차게 살겠다는 다짐 행사라고 해맞이에 의미를 부여합니다. 일주일 만에 집에 온 필자, 현관에 들어서자 아들 녀석이 내일 아침 해맞이를 어디로 갈 것이냐고 묻는 터이니 명절에야 못 미치겠지만 나름의 민족 대이동이 시작되는 한국의 연말 풍경.

우리 가족도 그렇게 세태의 흐름에 동승하겠지만 한 해를 보내고 한 해를 맞으며 우리가 해야 할 것이 고작 가족의 안녕을 기원하는 해맞이 뿐일까 싶습니다. 
기업과 자치단체들에서 종무식으로 부산한 한편 인사를 두고 설왕설래입니다. 진급을 한 이들, 바라던 보직을 받은 이들은 어느 때 보다 희망찬 해맞이가 될 것입니다. 그런 한편으로 낙마한 이들은 세태를 탓하거나 술 따위로 자신을 위안 할 것입니다.
이렇게 양지와 음지가 공존하는 세상, 필자의 지인인 한 선배는 올해도 어김없이 진급하지 못했습니다. 어느 자치단체에서 꽤 오래 계장직에 머물고 있는 그, 주변에선 ‘진급을 포기하고 사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럴까요. 공직이나 기업체 등에서 근무하는 이들치고 진급을 바라지 않는 이가 단 한 사람이라도 있을까요. 이를 만약 나라면 으로 역지사지해보면 그건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그는 왜 진급 대상에는 늘 상위 랭크에 오르면서도 미역국만 마실까.
제가 아는 그는 ‘적당히’를 싫어합니다. 그의 취미인 등산과 탁구를 하는 자세를 보면 압니다. 산을 만나러 등산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럿이 관광 나서듯이 하는 산행은 가차 없이 비판합니다. 산에 온 이가 술 냄새를 풍기거나 고성방가를 일삼거나 음식 찌꺼기나 휴지 따위를 함부로 버리면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습니다. 산은 국민 모두의 공유재산이니 내 것이 아니다. 그러니 함부로 해서는 안 되며 인간으로서 예의를 지켜야 한다. 탁구를 할 때도 상대가 여성이라고 받기 좋게 적당히 공을 넘기지 않는 그입니다.

그런 성격이니 주변과 불화하는 듯합니다. 그의 동료들 애기를 들어보면 ‘능력 있다’ ‘똑똑 한건 인정 한다‘면서도 다만 ’성격에 문제가 있다‘고 평가합니다. 그저 대충 넘어가기도 하고 이런들 어떠리 저런들 어떠리하면 또 어떠냐며 그러지 못하는 그의 성격을 진급하지 못하는 요인으로 분석합니다. 좋은 말로 하면 융통성이 없다는 것, 그러니 공직은 공정해야하며 그런 공직이 천직인 그에게 혈연 학연 따위로 부정이나 편법 따위를 하려들면 용납할 리 있겠습니까. 그러니 윗사람 눈에 들기 만무한 것 아니냐고 합니다. 실제로 뒤 배경을 무기로 은근슬쩍 편법이나 특혜를 들이밀다 혼이 난 이들이 있다니 그를 무능하다 해야 할까요, 아님 소신 있는 공무원이라 해야 할까요.

지난 29일자 경향신문에서 김민아 국제부 부장 대우가 쓴 ‘2008년, 우리가 기억해야 할 사람들’을 읽으며 그 선배를 떠 올렸습니다. 김 기자는 만인의 부러움을 사는 엠비시 뉴스 테스크를 두고 방송법 개악에 맞서 차가운 거리로 나선 박혜진 앵커를 거명했습니다. 지난 1992년 공정방송쟁취를 외치며 파업을 벌이다 감옥살이 등 모진 고초를 겪었던 손석희를 모를 리 없으면서 일신을 개념치 않고 정의실현을 위해 떨쳐 일어선 그에게서 희망을 본다고 했습니다.

또 학업성취도 평가 때 체험학습을 허락했다는 이유로 해임된 선생님들, 한반도 물 잇기와 4대강 정비계획의 실체는 대운하 건설이라 양심 선언한 김이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와이티엔의 낙하산 사장을 거부하다 해직된 기자들을 거명하며 우리에게 어떻게 사는 것이 인간다운 삶인지를 생각게 했습니다.
세상을 적당히 산다는 것, 어쩌면 그게 세상을 편히 사는 것일 겁니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게 산다면 이 세상은 어딘가 부터 썩거나 병들어 갈 겁니다. 내가 가진 기득권에 연연하지 않고 옳음을 실천하는 이들, 내일 아침 떠오를 새 해가 그들의 얼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