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은 주민들이 오랜 세월 이룩한 문화적 소산
문화유산은 주민들이 오랜 세월 이룩한 문화적 소산
  • 최인철
  • 승인 2009.01.07 19:09
  • 호수 29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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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관심 환기 위해 각종 학술대회 개최 해야

옛 읍사무소 활용방안을 둘러싸고 벌어진 청사주변 상인과 광양시의 갈등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다. 철거를 주장하는 상인들은 원도심 활성화 차원에서 청사를 철거하고 도심공원으로 조성, 휴식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사람들이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상권회복에 접목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광양시는 옛 청사를 향토문화전시관으로 꾸며 광양시의 역사와 문화를 전시해 지역문화의 교육과 이해를 지역민에게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더나가 이 같은 계획이 시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해 원도심 상권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철거 후 공원을 조성하는 방안과 향토역사전시관을 조성하는 방안 모두 결과적으로 원도심 활성화 효과에 대한 근거는 매우 불확실하고 충분치 않다.

이에 반해 확실한 것은 건물유산 가치를 판단할 때 철거는 ‘그 존재의 완전한 상실’을 의미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이유로 건물유산의 가치를 판단하고 지정하는 문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고 철거결정은 더구나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좀 더 다양한 문화재 전문가 의견 수렴 절차는 물론, 그 지역적 상징성에 대한 시민합의와 함께 활용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편, 이번 옛 읍청사 논란은 여러 가지 이해관계와 소모적인 논쟁에도 불구하고 문화유산에 대한 지역적 관심을 불러왔다는 점에서 일정부문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지역문화와 문화유산에 대한 시민적 환기는 그동안 물밑에 가라앉아 있던 광양시 문화유산의 현주소를 되짚어 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광양시는 서울대학교 남부학술림 관사와 시인 윤동주 유고보존 정병욱 가옥에 이어 옛 읍청사와 함께 옛 진월면사무소 건물, 해태조합 관사에 대한 근대문화유산 등록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광양시의 문화재사업은 이제 첫 걸음마를 시작한 수준이다. 앞으로 더 많은 문화유산 발굴이 필요한 시점에서 광양문화유산의 현주소를 세 차례에 걸쳐 되짚어 본다.  <편집자 주>


문화재 전남도내 목포시 다음으로 꼴찌

지역문화유산은 그 지역민들이 오랜 세월 이룩한 유무형의 모든 문화적 소산이다. 지역의 공동체적 정체성을 확인시켜 주는 최고의 정신적 가치와 함께 그 지역이 겪은 사건과 체험의 표현물이며 그 가운데에서 현재까지 남아있는 유산이다. 조상들이 남긴 유산으로서 삶의 지혜가 담겨 있고 우리가 살아온 역사를 보여준다. 판소리나 탈춤과 같이 형체는 없지만 사람들의 행위를 통해 나타나는 무형문화재도 있다. 고유한 역사, 문화라는 풍토 안에서 이루어 낸 전통의 산물이다.

광양지역에는 보물로 지정된 중흥산성 삼층석탑을 비롯해 국가지정 문화재 6점, 국가 등록문화재로는 최근 지정된 서울대학교 남부연습림 관사와 정병옥 가옥 등 2점, 도지정 문화재 14점이다. 향토문화유산 11점까지 포함한데 해도 채 33점에 불과하다. 인근 순천이나 여수시에 비해 턱 없이 빈약하다. 더나가 전남도내에서 목포시 다음으로 적은 수치다.
광양의 역사가 짧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역사의 굴곡 속에 벌어진 많은 문화유산의 소실은 결국 광양시를 ‘문화빈민도시’라는 냉정한 평가를 내리게 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많지 않은 문화유산으로 인해 문화재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와 전문적 소양을 갖춘 인력이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등한시 된 측면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화유산은 발굴하지 않으면 사장된다는 점에서 광양시가 문화에 대한 행정적 시각을 넓힐 필요가 있다.

한 도시 생명력의 한축은 분명히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바탕으로 한 지역의 정체성, 시민의 자긍심에 의해 좌우되며 청소년, 시민들의 공동체적인 지역사랑의 첫걸음도 바로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올바르게 이해하는 데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광양시는 광양제철, 컨테이너부두를 축으로 한 산업발전을 위해 산업단지 개발, SOC 확충 등 도시의 외연을 확대시키는 행정에 집중한 결과 산업도시라는 이미지가 구축됐다. 이로 인해 높은 재정 자립도라는 긍정적인 결과에도 불구하고 산업도시의 강한 이미지와 함께 뿌리가 없는 도시라는 오명도 받고 있다.

광양문화연구회 백숙아씨는 “광양의 문화유산은 산업경제에 가려져 있다. 그런 탓에 적은 문화유산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행정과 시민들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져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며 “각종 학술대회를 개최하는 등 지역문화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광양제철고 역사교사인 이은철 선생은 “시박물관 건립 등 광양시 역사를 홍보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재야 향토사가와 행정이 협력해야 한다.”며 “규모가 작든 크든 사람 사는 곳에는 역사가 있는 만큼 이를 누가 발굴 복원하고 관리할 것인지, 또 어떻게 현시대에 발현되도록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문화재 빈약, 저조한 문화유산예산
투자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물론 문화재를 만들어낼 수는 없다. 그러나 광양시의 문화재 발굴을 위한 노력의 부족과 저조한     예산투자는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정된 문화재라도 조속하게 정비 복원을 서두르고 시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면서 지역문화재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주는 것이 문화와 역사이기 때문이다. 국도비가 확보된 경우 (국가지정문화재의 경우 국비 70%, 지방비 30%)에만 시비를 투자하는 것이 광양문화재 관리의 현실이다.

이는 기 존재하는 문화재 정비의 지지부진한 추진을 가져오는 결과를 낳는다. 광양시를 대표할만한 문화관광지가 한 곳도 없다는 것은 바로 문화유산을 바라보는 소극적인 태도에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은철 교사도 광양시의 소극적 행정행위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씨는 옥룡사를 예를 들며 “옥룡사의 경우 발굴 이후 상당한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답보상태다. 현 단계에서 더 이상의 발굴을 멈추고 섣불리 관광명소화 하려는 태도는 문제다”며 “옥룡사는 현재 발굴이 완료된 것이 아니라 시작된 단계이기 때문에 시 예산이 다소간 투자되더라도 추가 발굴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또 “도선이라는 명품 브랜드는 도선의 자취를 완전히 회복하는데서 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며 “고인돌 등 광양시에는 적은 예산으로도 얼마든지 정비와 활용이 가능한 유물이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예산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광양시 관계자는 “많은 국도비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겠지만, 국도비 예산 지원의 행태와 한계 등을 고려할 때, 국도비 지원액의 비율에 따라 투자하던 지금까지의 관행을 탈피해야 한다는 지적에 일정부분 공감한다”며 “좀 더 과감한 시비투자를 통해 문화재정비사업 기간을 단축시켜 제대로 된 문화재 하나라도 시민들 앞에 드러내야 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특히, “2012년 여수엑스포는 당장의 당면한 과제다. 문화재를 정비가 필요한 모든 문화재를 점진적으로 정비하되, 중요하고 시급한 문화재를 선별해 국도비와 시비를 집중 투자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옥룡사지를 일례로 들며 “한국풍수지리에 대가 도선국사라는 브랜드를 갖고 있는 옥룡사지에 우선적으로 시비투자를 확대해 도선국사를 관광자원화 할 수 있는 ‘도선사상수련관’ 건립 등의 사업을 조속히 추진할 필요 있다. 이를 통해 광양시민뿐 아니라 2012 여수 세계엑스포 방문객 유치하는 방안을 모색해야할 시기인 점은 맞다”라고 답변했다.

전문인력 배치와 문화재전담팀 시급

광양시는 본지 기사를 통해 지난해에서야 지역문화재 발굴과 관리를 위해 학예연구사를 전담 배치했다. 이전까지 광양시 문화재 관리는 체계적인 관리시스템의 한계가 분명했다.  비록 평면비교가 어렵다하더라도 인근 여수시의 경우, 현재 광양시 문화 1개 부서에서 담당하는 업무(문화재, 문화예술, 문화산업 등)를 4개 팀에서 담당하고 있다.
이는 광양시의 문화행정의 취약성은 그대로 반증한다. 지역문화재의 체계적인 조사와 각종 문화재사업의 추진을 위해서는 전문가의 추가 배치,  전담팀이나 행정과 민간 행토문화연구소와의 연계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은 이러한 이유로 힘을 얻는다.

광양시 정현복 부시장은 “소재한 문화유산이 많지 않기 때문에 시급성을 요하는 사업 위주로 예산을 편성하고 추진할 수밖에 없다. 현재는 지역에 숨겨진 유무형의 문화재를 발굴하고 발전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며 “그러나 행정안전부 구조조정 압박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직제개편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해 당장 전담팀 구성은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이은철 교사는 “결국 조직이 일을 계획하고 실행하고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볼 때, 전담팀이 없는 광양시 문화재 행정은 앞으로도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면서 “문화재 전담팀 구성이 어렵다면 현재 전무한 향토문화연구소를 구성하고 이와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구축하는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