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폐소 무산은 우리 모두의 책임
개폐소 무산은 우리 모두의 책임
  • 박주식
  • 승인 2009.01.08 09:10
  • 호수 29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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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폐소설치 불가로 백운산을 휘돌아 설치되는 송전탑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옥룡면 동곡·선동·죽림 등 3개 마을 주민들이 또다시 송전탑 설치를 반대하고 나섰다.
또 최근엔 옥룡지역 시의원, 면장 출신 등이 국회의원·시장에 건의서를 제출하고 백운산을 지켜줄 것을 청원하고 나섰다. 봉강면에 개폐소 설치가 불가능해짐에 따라 다시 원안대로 백운산으로 43기의 송전탑이 설치될 수밖에 없게 되자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 1년 6개월 동안 진행된 백운산 송전탑 설치 반대운동은 광양시민이 자랑할 만한 성과를 이끌어 냈다. 송전탑 공사에 관한한 무소불위로 그들의 뜻대로 사업을 진행해 왔던 한전으로 하여금 철탑 설치공사를 중지하고 개폐소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에 송전탑 설치가 시작된 이래 처음 있는 사례다. 개폐소 안을 만들어낸 시는 물론이고 이를 감사원 감사청구를 통해 한전 측이 수용하도록 하는 성과를 이끌어낸 백운산지키기범시민대책본부와 한전을 압박한 국회의원과 시의원, 시민 모두의 승리였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모두가 패배자가 돼 있다. 우리 스스로가 마련한 복을 우리스스로가 받아들이지 못하고 망쳐버려 이제 그것을 후회하고 있다.

봉강면에 개폐소 설치. 한전은 이를 수용할 때까지만 해도 백운산은 온전히 그 위용을 보존하며 언제 까지나 광양시민의 정신적 지주가 될 운명인 듯 했다. 하지만 봉강주민들의 완강한 반대를 극복치 못하고 결국 백운산 송전탑은 원안대로 봉강·옥룡·옥곡면의 백운산을 경유해 사곡변전소로 연결되는 사업이 시작됐다. 이로써 백운산의 모습은 하루하루 그 모습의 변형이 시작되고 있다.
이제 한전은 한 치의 망설임이나 주저함이 없다. 그동안 허비한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서라고 바쁘게 공사를 진행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봉강면에 개폐소 설치 무산을 두고 모두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시는 시대로 의회와 범대본, 주민 역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했다고 한다. 하지만 결과는 아무것도 없다. 다시 1년6개월 전으로 되돌아가 백운산에 송전탑이 설치되고 있는 것이다. 과연 모두가 최선을 다 한 결과인가?
결과적으로 모든 원성은 봉강면에 쏠릴 수밖에 없다. 봉강주민이 조금만 양보해 줬다면 백운산을 지킬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다. 일부는 혐오시설이 자기지역에 들어서는 것을 기피하는 전형적인 님비현상으로 지탄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당사자인 주민입장에선 생존권에 관한 문제이다. 그들을 이해하는 것 또한 주저해서는 안 된다.

주민들의 이해와 협력이 아쉬웠다면, 지역주민 협력을 이끌어내지 못한 시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주민들 설득을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시도됐어야 했지만 시종일관 주민들에 끌려 다니며 민원을 주도적으로 이끌며 해결하지 못하는 한계를 노출한 것이다.
범대본은 조직적 한계를 평가 받아야 한다. 이는 무관심했던 시민 모두의 책임이기도 하다.백운산이 광양 시민 모두가 함께 지켜야할 명산임에도 시민들은 무관심했고, 범대본은 더 많은 단체와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 이것은 결국 범대본이 일을 해 나감에 있어 동력의 약화로 나타났고 결국엔 주민들에게 외면받기에 이른 것이 사실이다.

시 의회 또한 할 일을 다 했다고 하지만 주민관련 민원에 있어선 선도적 역할이기 보단 지켜보는 입장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처럼 모두가 개폐소 설치를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 앞에선 그 누구도 떳떳할 수가 없다. 이제 백운산으로의 송전탑 설치는 기정사실이다. 지역 주민과 몇몇 뜻있는 인사들이 다시금 반대의 불씨를 지피지만 힘겹기만 하다. 작은 불씨가 다시 한 번 기회를 만들기 위해선 모든 시민이 백운산을 살리겠다는 한마음으로 결집하는 마지막 수단만이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