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때 친정 먼저 가면 안 돼?”

여섯 주부들의 유쾌ㆍ상쾌ㆍ통쾌한 세상 이야기

2010-03-04     이성훈

오는 8일은 여성의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업적을 범세계적으로 기리는 ‘세계 여성의 날’이다. 굳이 거창한 여성 정책을 말하지 않아도 여성들, 특히 엄마들은 하고 싶은 말이 많다. 또한 현실적이다. 지난 2일 중동 전통찻집인 ‘차밭’에서 두 시간 동안 아줌마들의 솔직 담백한 이야기 한마당 자리를 마련했다.

광양여성회와 광양생협이 주최하고 광양신문이 후원한 이번 이야기 한마당의 제목은 ‘줌마들의 수다’이다. 이야기 주제는 교육, 가사 분담, 고부간의 갈등, 나의 꿈 등 여러 가지로 나눴으나 역시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 교육에 대한 이야기로 주제는 좁혀졌다. 두 시간 동안 6명의 여성들은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그 담소의 현장을 고스란히 전해본다. <편집자 주> 

참석자 : 유현주 광양여성회 위원장, 구수경ㆍ김진영ㆍ조영미ㆍ이선희ㆍ유명옥ㆍ임미향 씨


김진영(이하 김) :
오늘(2일)이 결혼기념일이고 1일은 작은 딸을 낳은 의미 있는 3월이다. 오늘 기념으로 남편이 외식시켜준다고 했는데 기대가 크다.
유명옥(이하 유) : 나는 어제가 결혼기념일이다. 학원 강사를 하고 있다. 어느새 마흔을 넘겼다. 아이들 키우다 보니 세월이 정신없이 지나간 것 같다. 이제는 내 인생에 최선을 다해서 살도록 준비하고 싶은 시기다. 많은 활동을 해보고 싶다. 참고로 나는 연하와 살고 있다.(웃음)
구수경(이하 구) : 7살 아들과 5살 딸을 두고 있다. 올해가 마지막 30대인데 후회 없는 인생의 추억을 만들고 싶다.

임미향(이하 임) : 세 아이의 엄마다. 큰애는 중3이고 오늘 새학기가 시작돼 아침부터 정신없이 보냈다. 오늘부터 고생이 시작되는 것 같다. 아이들이 출발을 잘했으면 좋겠다.
이선희(이하 이) : 11살, 9살 난 아들이 있다. 올해 마흔이 되어서 기분이 묘하다. 새로운 것을 해보자는 생각에 올 초 여러 가지 계획도 세웠으나 잘 되지 않는다. 공부도 많이 하고 싶다.
조영미(이하 조) : 올해 마흔둘이다. 나이 먹은 게 서글퍼. 나이를 먹어가니 자꾸 건망증이 생기는 것 같다. 신랑이 정신 차리라고 옆에서 구박을 주기도 한다.

이 : 서른 중반에 차를 몰고 가던 중 도로에서 ‘내가 어디가려고 운전했지’ 하는 생각이 들어 차를 멈춘 적 있다. 너무 황당했다. 혹시 치매가 있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됐다. 아이들 낳고 키우다 보니 건망증이 생긴 것 같다.
임 : 나는 밤에 주전자에 물 끓여 놓고 그대로 잔적도 있다. 아침에 보니 주전자가 눌어 붙어 있더라. 주부들에게 이런 사례가 아주 많다.
유 : 아무래도 교육 이야기가 가장 먼저 나올 것 같다. 먹고 살기 힘든 옛날에는 아이들이 놀 공간 있고 자기들끼리 잘 노는데 지금은 너무 갇혀 산다. 돌보지 않으면 안 될 환경에 처해 주부들이 너무 힘들다.
임 : 옛날에는 책은 없었지만 아이들이 돌려보면서 더 많이 읽었는데 요즘은 책이 많아도 컴퓨터, 텔레비전 때문에 오히려 책을 더 안보는 것 같다. 초ㆍ중학생들이 컴퓨터 공간에서 서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책 많이 읽는 문화가 필요하다.

이 : 적당히 모자란 듯 해줘야 하는데 필요 이상으로 주려고 하니까 아이들이 더욱더 이기적으로 자라는 것 같다.
구 : 우리 부모님 세대 때는 아이들이 동네에서 서로 어울려 지내고 스스로 사회생활을 터득해 부모님들이 굳이 교육에 신경 쓸 필요가 없었는데 요즘 아이들은 너무 가두고 키우는것 같다. 닫힌 공간에서 아이들은 당연히 삐뚤어지기 마련이다.   
유 : 먹고 사는 문제는 예나 지금이나 같은데 요즘에는 아이들을 맡길 곳이 없다. 결국 학원에 맡기다 보니 사교육비가 증가한다. 노는 공간도 부족하다. 우리 사회는 모든 교육 환경이 공부 위주다. 결국 요즘 아이들은 노는 방법도 모르고 뭐하고 놀아야 할지도 모른다.

김 : 아이들의 창의력이 부족하고 게임기만 있으면 다들 그것 하나에 매달려 노는 현실이 안타깝다.
유 : 아이들을 위해 어떻게 가르치는 것이 올바른 교육일까? 막상 현실에 부딪치면 뾰족한 답이 없다. 학교 교육을 쳐다보면 가슴이 답답하다. 성적에 국한되는 학교 교육 현실이 안타깝다.
김 : 엄마들은 학교에서 아이에 대한 전화가 오면 초조할 수밖에 없다. 결국 주부들도 학교에서 전화 오면 학원을 더 보낼 수밖에 없다. 불안하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1등만 기억하는 세상을 조장하기 때문에 나만 올바르게 아이들에 신경 쓰는 것은 한계가 있다.

임 :
학교 보내면 다른 아이들과 비교가 되니까 서로 맞추지 않으면 힘들다. 요즘은 아이들이 대부분 사교육을 받으니 학교에서도 당연히 미리 공부를 하고 오는 줄 안다. 이렇게 되다 보니 선생님들도, 학교에서도 남아서 학습에 뒤떨어진 아이들 공부시키는 것에 대해 애매한 입장인 것 같다.
이 : 성적 떨어지면 부모가 자유롭게 교육 시킨다 해도 결국 자식이 손해다. 공부 못하면 왕따 당할 수 있고 이런 부분에 부모는 민감할 수밖에 없다. 무조건 양보하며 살라고 교육시킬지, 강하게 키울지 고민이 많다. 착하게 키우면 밖에 나가면 피해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
임 : 모든 게 가정에서부터 문제가 시작된다. 맞벌이 가정의 한계다. 엄마가 집에 있으면 차분하게 대화도 하는데 가정에서부터 대화가 없으니 아이들이 공격적이다. 특히 핵가족이다 보니 어른 공경할 줄도 모르는게 현실이다.

유 : 언어, 말투는 인터넷과 관련 있다. 댓글, 만화 등에서 이상한 은어, 반말, 폭력 언어를 사용하니 저절로 따라한다. 우리나라 가정 인터넷 보급률 1위의 폐해다.
이 : 아이가 공부 잘하면 관대한 것도 문제다. 조금 잘못해도 공부 잘하면 이해하는 분위기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
유 : 자식 교육을 엄마에게만 국한시키는 것도 문제다. 맞벌이 구조인데 남자는 거의 방관하는 수준이다. 가정 분담도 전혀 안됐다. 우리나라 엄마는 슈퍼우먼이다. 보수적, 권위적인 것이 시대가 지나도 전혀 바뀌지 않는다.
이 : 명절에 시댁을 먼저 가는 것도 안 바뀐다.
구 : 친정이 경기도여서 명절 때 한 번도 못가 봤다. 추석은 친정, 설은 시댁서 보내는 것은 어떨까? 남편에게 물어봤더니 대답을 안 하더라.

김 : 이번 명절 때 신랑이 아주버니들과 등산 가더라. 며느리들은 전 부치고 있었는데 우리는 일하러 간줄 알았다. 그런데 등산이더라. 우리도 시댁 일마치고 친정을 가야하는데 친정에 제대로 못갈 때면 정말 서럽더라. 
유 : 명절만 되면 남편과 아내가 싸우는 차안 풍경이 이해된다. 이 문제는 세대가 변하지 않는 한 바뀌지 않는다. 말하는 순간 집안에 불화가 일어난다. 지금 40~50대가 노인이 되면 어느 정도 가능하지 않을까?
이 : 아들에게 청소, 쓰레기 분리 배출 등 기본적인 청소를 어렸을 때부터 시켜야 한다. 이런 문화가 중요하다. 어릴 때 안하면 커서도 안한다.
유 : 아이들에게는 심부름을 왜 나만 시키냐는 불만이 있다. 골고루 시키는데도 아이들은 자기가 많이 하는 줄 안다.

임 : 나는 아들만 주로 시킨다. 맞벌이, 살림하니 거의 여자가 많이 하고. 딸은 안 해도 결혼하면 한다.
유 : 가정 일을 굳이 남녀로 따져서 하기보다 가족 일원으로 분담하는 게 좋다. 이렇게 안하면 애들이 커서 그런 의식에 젖어 산다. 공동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교육시키는 게 좋다.
김 : 여성들은 어디 가고 싶어도 갈 곳이 없다. 서서 일하는 자리나 식당, 비정규직 이런 단순직 위주다. 육아 때문에 집에서 쉬고 난 후 밖에 나가는 것도 부담스럽다. 실제로 직업에 두려워하는 여성들 많다. 설령 직업이 있어도 엄마들이다보니 아이에게 어떤 문제가 생길지 모른다. 이럴 경우 잠시 직장을 비워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
유 : 오늘 ‘줌마들의 수다’는 이것으로 마무리하겠다. 하루 종일 얘기해도 자녀 교육문제에 끝이 없다는 것은 우리들이 더 잘 안다. 좀 더 좋은 세상, 아이들이 즐겁게 자라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세상을 정확히 보는 눈을 가져야 한다. 다음에도 다양한 주제로 이런 자리가 마련되길 바란다.

차기 시장은 이런 사람이…
김진영 : 거대한 정책보다 시민 삶과 직결되는 현실적인 문제를 잘 풀어주는 사람이 돼야 한다.
유명옥 : 가정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 돼야 한다. 특히 보육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김진영 : 서울에서 학원 선생 데려와 특정 계층에 교육 예산 낭비하지 말고 골고루 많은 아이들이 혜택 볼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유명옥 : 아이들 놀 수 있는 곳. 문화센터, 도서관 등 큰 건물 위주가 아니라 아파트 주변 밀집 단지에 작은 공간, 놀고 쉴 수 있는 곳을 만들어 달라. 언제든지 아이들이 놀 수 있는곳이 필요하다.
구수경 : 도서관을 가고 싶어도 아이들 챙기다 보면 갈수 없다. 작은 공간을 많이 만들어 달라. 서민 아파트 놀이터를 보면 열악하고 위험한 곳 많다. 지저분하고 낙후된 것도 많아 아이들이 놀 수 없다. 서민 아파트 놀이터도 관심 가져달라.
이선희 : 작은 약속이라도 지킬 수 있도록 실현 가능한 공약을 제시해 지켜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