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는 ‘삐뚤’… 마음은 ‘흐뭇’

남정옥 씨 “한글 배운 어르신들 감사 편지에 감동”

2010-11-15     이성훈

“선생님 안녕하세요. 나는 항상 선생님이(을) 머릿속에 담고 있지요. 참 가을이 왔네요. 가을은 참 좋은 계절이라고 생각합니다.…(중략) 선생님, 나의 까막 눈을 뜨게 해주신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 진직(진작)이라도 이 소식을 전해 들여야 하는데 소식이 머야하면(뭐냐 하면) 어두운 눈, 뜨고도 못본는(못 보는) 눈, 이제는 다 할 수도 있고 볼 수도 있습니다. 선생님 할 말은 태산갓지만(태산 같지만) 이만 주리겠습니다(줄이겠습니다).”

남정옥 법무부 광양지구협의회 범죄예방위원은 최근 한 농민으로부터 감 한 상자와 함께 사연이 적힌 편지를 한통 받았다. 지난 2005년부터 4년 동안 광양노인복지관에서 한글을 가르치던 당시 한글을 배웠던 수강생으로부터 온 편지다.

연필로 또박 또박 쓴 편지 한통과 함께 수확한 감을 받은 남 위원은 “글씨도 삐뚤삐뚤하고 여기저기 맞춤법이 틀린 곳도 있지만 정성 가득한 편지를 받고 나니 정말 마음이 따뜻해진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편지에는 한 수강생이 한평생 까막눈으로 살다가 한글을 배운 후 새롭게 세상을 살게 되었다며 감사를 전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남 위원은 “간혹 가르쳤던 어르신들로부터 이런 고마움이 담긴 편지를 받는 경우가 있는데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글을 배운 어르신들은 더욱더 자신 있게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며 “평생 가족 뒷바라지 하느라 배움의 기회를 받지 못한 분들이 앞으로 더욱더 많이 한글을 배워 새롭게 인생을 시작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