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 리모델링, 도시전체를 새로 디자인한다

2007-04-19     귀여운짱구
미국 필라델피아 남쪽 체사피크만에는 바다에 인접한 역사적 항구도시인 볼티모어시가 있다.
이곳은 18세기경 담배를 주로 수출하고 철·구리를 제련하는 공업항으로 이름이 높았으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선박과 화물이 끊긴채 쇄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활기찼던 항구도시의 분위기는 음산하게 바뀌었으며 질주하던 성장도 멈췄다.

이에 볼티모어시 정부는 도시 중흥을 위해 1959년 항만재개발계획을 수립하고 본격적인 항만 리모델링에 착수했다. 더불어 1980년대까지 컨벤션센터, 국립수족관 등 기존 항만 주변지역과 조화를 이루는 시민들의 휴식공간을 다채롭게 조성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 현재 이곳은 미국에서 제7위의 인구가 사는 메릴랜드주의 대표적 도시이자, 철도를 비롯한 교통편이 좋기로 정평이 난 지역으로 변모했다. 인구 약 64만의 볼티모어시는 지금 연간 약 1300만의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관광도시로 자리잡았다. 아름다운 바다를 배경으로 문화와 스포츠시설 등을 효과적으로 잘 조화시킨 덕분이다. 볼티모어시는 이제 유럽, 캐나다, 호주, 아시아 등 각국 항구도시의 개발모델이 되고 있다.
 
항만 패러다임의 변화…노후항만 재개발 시급
 
그동안 우리나라도 '한강의 기적'을 일으켰다고 평가받을 만큼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뤄 왔다.
이 과정에서 수출입 물동량과 국내기간산업에 소요되는 물동량 처리를 위해 지금까지 전국 각지에 항만을 건설해 왔다.

현재 28개의 무역항과 24개의 연안항이 있다. 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가 경제발전의 모토로 내걸었던 것이 원자재의 수입과 이를 재가공한 제품의 수출이었고 이 과정에서 우리 항만은 국가경제발전의 한 축을 담당하며 그 역할을 다해 왔다.
이런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우리 항만은 도시 속의 외딴섬처럼 지역과는 유리된 채 덩그러니 그 자리를 지켜왔다. 높은 울타리로 둘러싸인 부두는 넘쳐나는 화물과 컨테이너를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고, 각종 하역장비들은 시민들의 접근을 막았다.

또 화물공간 부족으로 많은 컨테이너가 부두밖 장치장(ODCY)을 이용할 수 밖에 없어 도심의 교통체증을 유발하고 교통사고의 위험을 안고 있다. 이에 따라 항만이 지역발전에 미치는 기여도에도 불구, 환영받지 못하는 손님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최근 급속한 해운물류 환경의 변화는 항만의 패러다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화물의 컨테이너화 및 선박 대형화로 일부 재래항만은 대형선박을 접안시킬 수 없을 뿐 아니라 컨테이너 하역시스템이 구축되지 있지 않아 화물 처리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1980년대 중반 이후 부산, 광양, 목포, 포항항 등에 대규모의 신항만이 속속 준공되면서 재래부두의 기능은 더욱 약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항만재개발 통한 경제적 가치증대에 관심 가져야
 
이 시점에서 우리나라도 항만의 역할을 한 차원 높여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볼티모어시 사례에서 보듯이 도시전체를 변모시킬 수 있도록 항만 재개발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항만 재개발이 유발하는 경제 효과는 우리 예상을 훨씬 뛰어넘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일례로 현재 시범사업으로 추진 중인 부산북항 재개발사업의 경우 총 32조원의 부가가치 창출과 12만명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호주 시드니도 항만 재개발을 통한 성공적인 도시 리모델링 성공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시드니항은 재개발을 통해 오페라하우스 등 친수공간을 조성하고 이를 명소화해 관광산업을 호주의 중요산업으로 육성했다.
2004년 호주를 다녀간 외국인 관광객만 520만명이라고 호주 관광청은 밝히고 있다. 호주의 관광수입은 GDP의 3%에 해당하는 160억달러로 우리나라가 지난 2005년도 해운서비스를 통해 벌어들인 외화 수입액인 189억달러와 맞먹는다.
 
해양수산부는 부산 북항에 이어 군산, 목포, 여수항 등의 재래항만도 재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지역별로 이와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가 추진될 경우 국내경기 활성화 및 내수진작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물류산업으로서의 항만과 금융, 관광적 요소 등을 가미할 경우 시너지 효과는 훨씬 커질 것이다.
 
항만재개발사업, 차질없이 추진해 나갈 것
 
이에 따라 해양수산부에서는 항만재개발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선 재개발사업의 추진기반이 될 ‘항만과 그 주변지역의 개발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 4월 중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도록 모든 행정력을 집중시켜 나가고 있다.

또 노후항만을 시민들이 이용하기 쉽고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재개발하기 위해 기본계획 수립과 마스터플랜 작성에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 경제를 되살리고 물과 바다와 시민이 함께하는 해양도시 조성의 시금석이 되도록 할 계획이다. 올해 안에 전국 항만 Waterfront개발 기본계획을 수립해 사업시행자가 항만재개발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예정이다.

그리고 작년말 대통령님을 모시고 재개발 마스터플랜 보고회를 가진 부산북항 재개발사업에 대해서는 사업계획 수립, 사업구역 지정 등 재개발 시행을 위한 절차를 하나하나 진행해 나가고 있다.
더불어 대체부두를 마련하고 항만근로자 고용문제 등 사업 착수여건도 차질없이 준비해 나갈 예정이다. 국민소득 3만 달러를 향한 해양부국으로의 도약을 항만 Waterfront건설에서 찾을 수 있도록 국민과 국회, 정부, 지자체의 지속적인 관심과 협조가 중요한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