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영원한 ‘형님ㆍ큰 오빠’ 건강하세요”

시청 세정과 직원-이래수 과장의 ‘아름다운 이별’

2013-12-02     이성훈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애써 참고 있지만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직원들에게 딱히 잘해준 것도 없는데 이렇게 깜짝 이벤트로 나를 놀래게 하다니…그저 감사할 뿐이다. 후배들 얼굴을 한명 한명 바라본다. 그동안 못해준 것이 한없이 미안하고 나무란 것도 못내 마음에 걸린다. 좀 더 따뜻하고 다정하게 대해줄걸…. 지금 이 시간, 공무원으로 살아온 40여년이 그저 행복할 뿐이다.

이래수 광양시청 세정과장이 지난 달 29일자로 명예퇴직했다. 정상대로라면 내년 6월 공로연수에 들어가지만 그는 올해를 끝으로 공직생활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개인적인 사정도 있고 후배들에게 길도 터주기 위해 퇴직 시기를 조금 앞당긴 것이다. 공무원 명퇴야 으레 있는 일이지만 이래수 과장의 명퇴에는 세정과 직원들의 세심한 배려가 있어 눈길을 끈다.

 

 



세정과 직원들은 지난 달 26일 퇴임하는 이 과장을 위해 작은 자리를 마련했다. 직원 모두가 이래수 과장과 시청 본관 앞에서 퇴직 기념사진을 찍은 것이다. 보통 실과소장 퇴임에는 시청에서 마련하는 공식 퇴임식과 부서별로 식사를 함께 하면서 마무리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세정과 직원들은 이번에 이 과장을 위해 특별히 기념사진을 찍기로 했다. 이화엽 세정팀장과 성재순 세외수입 팀장 등 직원들은 26일 오전 이래수 과장과 시청 앞 로비에서 퇴직 기념사진을 찍고 꽃목걸이도 직접 목에 걸어줬다.

이화엽 팀장은 “아마 이런 이벤트는 이래수 과장님이 처음일 것”이라며 “그만큼 과장님이 세정과에 근무하면서 지내왔던 삶들이 후배 공무원들에게 모범과 귀감이 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고 말했다.

성재순 세외수입 팀장은 “과장님이 그동안 세정업무의 틀을 모두 갖춰주고 후배들에게도 마음 씀씀이가 대단했다”며 “기념패를 증정하고 함께 사진을 찍은 것으로나마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념사진의 주인공이 된 이래수 과장은 당연히 깜짝 놀랬다. 이 과장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데 직원들이 깜짝 이벤트를 펼쳐줘 정말 감사하고 먼저 가게 돼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후배들이 꽃목걸이를 걸어주고 함께 사진을 찍을 당시 눈물이 쏟아지는 것을 애써 참았다”며 “제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그 자리에서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며 직원들의 세심한 배려에 고마워했다.

 


20여 년 동안 같은 사무실에서 함께 근무한 류제갑 재산세 팀장은 이 과장에 대해 더욱더 각별하다. 류 팀장은 “95년부터 광영동장으로 잠깐 가실 때를 제외하고는 20여년을 저와 함께 했던 분”이라며 “큰 형님처럼 든든하고 인성이 뛰어나신 분으로 직원들에게 큰 존경을 받아왔다”고 말했다. 류 팀장은 “형님처럼 모시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동고동락을 했는데 정말 아쉽고 고마운 마음뿐”이라며 “더 오래계셔서 후배들에게 가르침을 많이 주셨으면 좋았을텐데…”라며 말끝을 잊지 못했다.

이 과장은 퇴임하기 전 세정과 직원 모두에게 내부 통신을 통해 감사 메일을 보냈다. 단체 메일이 아닌 직원들 이름을 하나하나 넣고 개별적으로 메일을 보낸 것이다. 화내서 미안했던 일, 세심하게 배려해주지 못한 일, 소홀히 대해줬던 것에 대해 미안해하고 많이 도와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도 빼놓지 않았다. 이화엽 팀장은 “그냥 단체 메일로 대신해도 될 텐데 직원 모두에게 인사를 했다”며 “인성ㆍ업무능력ㆍ자상함을 두루 갖춘 진실한 분이다”고 헤어짐을 못내 아쉬워했다.

세정과 직원들은 지난 달 28일 저녁 이래수 과장과 정식 송별회를 가졌다. 세정과 행정직 공무원들뿐만 아니라 세무직 공무원들로 구성된 ‘세우회’ 회원들도 모두 참석, 이 과장과 아쉬운 이별을 나눴다.

이래수 과장은 “광양시 세수가 부족해 직원들이 밤낮으로 많은 고생을 하고 있는데 이렇게 먼저 떠나게 돼 미안한 마음뿐”이라며 “그동안 잘 보살펴주신 시장님을 비롯해 동료 공무원들께도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1974년 12월 25일 광양군 다압면 산업계에서 농업직 공무원으로 공직에 입문한 이래수 과장은 94년 3월 세무직으로 직렬을 바꿨다. 95년 8월부터 세무과에 근무했으며 2010년 광영동장으로 잠시 발령 난 것을 제외하고는 세정과에서만 20여년 가까이 세무 공무원으로 근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