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 관광객 유치한다더니… 행려자 여비지원에 인색한 광양시

2014-07-28     김보라
본격적인 피서 철이다. 광양은 산과 물, 강과 바다가 한 곳에 모여 있어 천혜의 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이맘때쯤이면 백운산 4대 계곡의 명성을 익히 전해들은 외지인들도 삼삼오오 광양에 모여들기 시작한다.

휴가를 즐기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돈’, 하지만 여행지에서 가방을 송두리째 잃어버렸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핸드폰이며 지갑까지 다 가방에 있었다면? 이럴 경우 관공서나 경찰서를 방문하면 신원을 확인한 후 주민등록상에 표기된 주소지의 집에 돌아갈 차비를 지원해 주는 제도가 있다.

행려자 여비 지원 제도라는 것인데 이는 여행하던 중 불의의 사고를 당하거나 지갑을 유실하는 등 갑자기 돈이 떨어져 숙식할 능력이 없는 자에게 임시거처나 귀가 교통비를 지원해주는 제도다.

행려자들의 안전한 귀가를 위해 전국 공통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실상 이 제도를 알고 제대로 활용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재원을 시비로 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각 지자체들이 행려자 여비지원 제도 운영과 홍보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광양시 역시 마찬가지다.

행려자 여비 지원과 관련된 광양시 1년 예산은 고작 90만원에 불과하다. 매년 9~10여명 정도가 이 제도를 이용해왔기 때문에 넉넉잡아 3만원씩 30명에게 지급할 것으로 예측해 예산을 책정했다.

수요에 맞춰 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옳은 얘기다. 하지만 고작 몇 만원의 예산을 아끼려 시가 꼼수를 부리고 있어 문제다.

행려자 여비 지원을 담당하고 있는 부서에서는 신원확인 후 연고자가 있는 경우에는 연고자에게 연락해 돈을 송금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행려자 처리 지침에는 분명 연고자가 있는 경우에도 거리등을 고려해 귀향 여비를 지급하게끔 되어 있는데도 말이다.

여행객들이 집에, 혹은 친지에 도움을 요청할 줄 몰라서 관공서를 찾았겠는가? 연락 할 수 없는 급한 사정이 있고, 또 제도적으로 그런 혜택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관공서의 도움을 요청 했을 텐데, 시는 고작 몇 푼을 아끼려 쪼잔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만약 내가 급해서 관공서를 찾았는데 ‘집에 연락해 돈을 부쳐달라고 하라, 인출할 수 있게 통장을 빌려주겠다’고 하노라면 황당하기 그지없을 것 같다. 정말 급할 때 내민 도움의 손길을 잡아주지 않은 광양시에 대해 좋은 기억을 남기기 힘들 것 같다.

물론 상습적으로 제도를 악용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각 지자체는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공유함으로써 폐해를 막고 있다. 

시는 지역 실물경제 활성화와 경제위기 극복 일환으로, 올해 관광객 500만명을 유치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관광 인프라시설 확충 등 다양한 시책을 발굴해 추진 중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거창한 프로젝트로 외지인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일도 중요하다. 하지만 있는 제도를 잘 활용해 효과적으로 운영함으로써 ‘다시 찾고 싶은 정감 있는 광양’의 이미지를 쌓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주민생활지원이나 사회복지에 관한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현실을 잘 안다. 그러나 ‘소탐대실’이라고 눈앞의 몇 푼 아끼자고, 앞으로 수십억의 관광효과를 낳을지도 모르는 ‘이미지 관리’를 엉망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광양을 찾은 관광객들이 돌아가 지인들에게 전달할 광양이 ‘매정하고 차가운 도시’가 되지 않도록 시가 조금 더 신중하게 고민해 봐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