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내 인생의 동반자이자 삶의 원천”
순천 전국 판소리경연대회 노인부 대상 수상 한두재 어르신
90이 넘어도 여전히 정정하다. 매일 동네 이발소부와 경로당을 오가며 부지런히 몸을 움직인다. 어르신의 건강배경에는 판소리가 있다.
소리는 어르신에게 있어 가장 큰 버팀목이자 삶 그 자체였다.
아버지의 반대로 소리 공부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되돌아보니 그런 과정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소리를 할 수 있었을까. 90이 넘은 고령이지만 여전히 소리를 읊으며 각종 대회에 참가하는 것 자체가 감사하기만 하다.
태인동에 살고 있는 한두재 어르신이 지난 달 29일 (사)한국국악협회 순천지부가 주최한 제4회 국장 박초월 순천전국판소리 경연대회에서 노인부 대상을 수상했다.
내년이면 93세인 어르신은 “아직까지 제 소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아서 기쁘다”며“연말에 좋은 선물을 받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두재 어르신은 진월이 고향이다. 태어난 후 진상에서 살다가 19세에 일본에 징용으로 끌려갔다. 22살 해방이 돼서야 고향으로 돌아와 65년부터 태인동에서 살고 있다. 소리 공부는 어렸을 때부터 했다.
13살 때 서당을 다니면서 소리를 접한 어르신은 아버지의 반대로 제대로 소리를 배울 수 없었다. 하지만 소리에 대한 열망은 쉽사리 없어지지 않았다.
어르신은 남해성 명창의 아버지께 소리 테스트를 받았다. 쑥대머리를 불렀는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어르신은 “인정을 받았지만 여전히 아버지의 반대가 심해 꿈을 키울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한번 마음에 품었던 꿈은 사라지지 않았다. 어르신은 틈틈이 소리꾼을 찾아다니며 알음알음 소리 공부에 매진했다.
임방울ㆍ송만갑 선생의 테이프를 수없이 듣고 연습에 매진했다. 어르신은“소리가 나와 맞았는지 한 두 번 들으면 희한하게 외워졌다”며 “전국으로 선생들을 찾아다니며 부지런히 공부했다”고 말했다.
부지런히 발품 팔고 익혔던 소리는 사람들에게 서서히 인정받기 시작했다. 남해성전국판소리경연대회에서 영예의 최우수상은 물론, 백운약수제에서 최우수상을 두 번이나 수상했다. 전국 노래자랑에서도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두 달 전에는 제17회 고흥동초 김연수 전국 판소리대회에서 고령부 장려상을, 9월엔 순천 전국 국악경연대회에서 노인부 대상, 지난해 제36회 남도국악제에서 일반부 대상을 수상했다. 어르신은“90평생을 살면서 소리와 인연을 맺은 것이 내 인생의 커다란 행복이었다”면서“지금도 잠들기 소리를 읊으며 까먹지 않으려고 부지런히 연습하고 있다”며 수줍게 웃었다. 어르신은 춘향가 중에서‘이별가’를 즐겨 부른다. 애절한 이별가가 어르신에게 꼭 맞는다고 한다.
어르신은 내년 3월에 남해성 판소리대회에 참가할 계획이다. 그는“상을 받으면 더욱 좋지만 대회에 참가해 아름다운 우리 소리를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는 것 아니냐”며“대회 준비를 착실히 해서 좋은 결과가 나오도록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한두재 어르신은 끝으로“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할 때 까지 소리를 놓치고 싶지 않다”며“젊은이들도 우리 소리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애정을 쏟아주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