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 인사 후폭풍 여전, 신뢰 스스로 무너뜨린‘광양시’

행정사무감사서 호된 비판 “직무대리 근무처, 원위치 시켜라”

2016-12-02     이성훈

 광양시가 지난 7월 8일 4급 승진인사를 발표한 것과 관련, 5개월이 지난 지금도 후폭풍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광양시의회는 행정사무감사 정책질의에서 “집행부가 스스로 인사원칙을 무너뜨렸다”며“행정 신뢰도는 급격히 가라앉았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시는 지난 7월 8일 장진호 광양읍장을 기업산단유치단장으로, 박말례 농업기술센터 소장, 김창중 보건위생과장을 보건소장으로 4급 승진인사를 발표했다. 이와 함께 이형철 건설도시과장을 항만도시국장 직무대리로 발령했다.

 이를 두고 당시 시의회를 비롯한 공무원노조는“광양시가 스스로 인사원칙을 무너뜨렸다”며 정현복 시장을 거세게 비판했다. 당시 4급으로 승진한 박말례 광양시농업기술센터 소장은 지난 9월 1일자로 공로연수에 들어가며 승진 2개월만에 공직 생활을 마무리했다. 당시 박 전 소장은“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준다는 마음으로 물러나게 됐다”고 퇴임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공직 내부 사회에서는 박 전 소장이 후배들의 따가운 시선에 부담을 느껴 스스로 물러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광양시 올해 인사 운영 기본계획은 ‘4급 공무원에 대해 정년퇴직 1년 전부터 의무적으로 공로연수 제도를 시행한다’고 나와 있다. 이를 적용하면 내년 6월말이 정년퇴직인 박 전 소장은 승진인사에 해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규칙은 승진 인사를 앞두고 슬그머니 바뀌었다.

시 관계자는“1년 전부터 의무적으로 공로연수제를 시행한다고 했지만 막상 적용해보니 퇴직자들이 너무 많아 현실적으로 어려웠다”며“이런 현실을 감안해 시장이 필요로 할 경우 공로연수를 늦출 수 있도록 바꿔 당시 인사위원회에서 정식으로 의결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인사제도를 변경한 시점과 승진 인사 시점이 같은 바람에 박말례 전 소장은 승진은 했지만 동료들로부터 오해를 살 수 있는 처지에 놓여 선의의 피해자가 된 셈이다.

항만도시국장 직무대리로 자리를 옮긴 이형철 안전총괄과장은 더욱더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이형철 항만도시국장 직무대리는 건설과장으로 있다 지난 7월 8일 안전도시국장 직무대리로 임명된 후 11월 21일자로 안전총괄과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여기에도 사연이 있다.

지방공무원 임용령 제33조(승진소요 최저연수) 3호에 의하면‘5급은 4년이상 해당 계급에 재직하여야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이 직무대리는 승진소요 최저연수 4년에 미달한 3년 3개월 차였는데 시는 승진 대신 4급 안전도시국장 직무대리로 임명했다.

당시 인사를 두고 노조는“안전도시국장 직무대리 인사가 시민의 안전 대책과 대형 프로젝트 진행을 어떻게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비판했다. 의회도 집행부의 적절치 못한 인사를 질책했다. 노조와 의회의 비판이 잇따르자 시는 지난 7월 25일 안전도시국장 직무대리를 지정대리에서 법정대리로 정정했다.

여기에서 또다시 문제는 발생한다. 법정대리는 시장 또는 보조·보좌기관의 결원, 출장, 기타 사고가 있어 직무를 담당 할 수 없는 경우에 지정한다. 법정대리를 지정할 경우 시의 직제순위에 의해 대리를 해야 하고, 과장이 국장 직무를 대리 할 경우 과장의 자리에서 본래 업무를 수행하면서 국장의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

이를 적용한다면 법정대리는 건설과장이 아니라 항만도시국 직제 1순위인 안전총괄과장이 맡아야 한다. 하지만 건설과장이 법정대리를 맡음으로서 이 원칙을 어기고 말았다. 이에 대해 시는 “안전총괄과장이 행정직인데 항만도시국 법정대리로 임명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결국 항만도시국장은 이형철 국장 법정대리로 지금껏 이어왔다. 업무 장소 역시 과장자리가 아닌 국장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이에 의회는 시정 질문 등을 통해 여러 차례 시정을 요구했지만 시는 개선하지 않았다. 의회는 시간을 줬음에도 개선하지 않자 감사원, 행정자치부, 전라남도에 감사를 청구하는‘광양시 직무대리 규칙 위반관련’감사 청구(안)을 제출하기로 결의했다.

의회의 압박이 이어지자 시는 결국 지난 11월 21일자로 이형철 건설과장을 안전총괄과장으로 전보하는 인사를 단행, 구색을 맞추며 한 발 물러섰다.
 

원칙 어긴 인사, 행정감사서 호된 비판

시가 지난 7월 단행한 국장 승진 인사는 이번 행정사무감사에서 의원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지난달 29일 총무과 행정사무감사에서 김성희 의원은“시장의 인사고유권한은 정부에서 위임한 것”이라며“적재적소에 인사를 펼쳐 제대로 운영하라는 뜻이지 시장이 마음대로 인사를 하라는 것은 아니다”고 질책했다. 김 의원은“시장이‘인사는 고유권한’이라는 생각 때문에 이런 불상사가 발생했다”면서“지난 인사로 광양시가 전국에 망신을 단단히 당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안전도시국장 직무대리에 대한 비판은 다시 이어졌다. 김 의원은“현재 직무대리가 과장실이 아닌 국장실에서 근무하는 이유는 무엇이냐”고 물었다.

황학범 총무국장은“민원인도 많이 오고 결재도 많은데 과장실은 복잡하고 불편해 국장실에서 업무를 보는 것을 양해해달라”고 말했다.

이 같은 대답에 김 의원은“그렇다면 더욱더 국장 인사를 단행해 업무를 분산시키면 될 것 아니냐”며“안전총괄과장이 국장업무를 같이 보는 것이 더 복잡하지 국장도 아니면서 국장실에서 업무보는 것이 더 복잡하냐”고 질타했다. 김 의원은 이어“항만도시국장 할 사람이 없어서 아직까지 직무대리로 운영하는 것이 안타깝다”며“과장보다 일을 더 잘할 수 있는 능력있는 공무원들은 없느냐”고 한탄했다.

문양오 의원은“광양시가 규칙도 어겨가며 인사를 단행하는 바람에 이런 사단이 발생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문 의원은“지난 임시회때 의회가 줄기차게 이의를 제기했으면 즉시 개선해야지 여태까지 끌다가 이제야 인사를 한 이유는 무엇이냐”며“인사 원칙부터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서 어떻게 1000여 공무원들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겠느냐”고 성토했다. 문 의원은“공직자 기강을 세우려면 시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면서“공평무사 인사원칙을 제대로 숙지해달라”고 당부했다.
 

직무대리 업무는 어디서?
딜레마에 빠진 광양시… 앞으로 국장 인사도‘험난’

4급 승진 인사 후유증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시는 먼저 이형철 안전도시국장 직무대리의 업무 장소부터 골치 아프게 됐다.

현재 이 직무대리는 안전도시국장 자리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데 앞서 살펴본 것처럼‘과장이 국장 직무를 대리 할 경우 과장의 자리에서 본래 업무를 수행하면서 국장의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국장 자리를 비워야 하는 것이 맞다. 김성희 의원은 행감에서“항만도시국장 자리를 비우고 과장실에서 업무를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지난 7월 직무대리로 임명하자마자 국장실에서 근무한 까닭에 당장 원위치 시키기가 머쓱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민원 및 다른 과 결재건도 상당해 현실적으로 과장 자리에서 업무를 보는 것도 부담이다.

또 하나는 이형철 직무대리의 승진 기간이다. 이 직무대리는 2018년 6월 30일이 정년퇴임인데 최저연수인 4년을 채우려면 내년 3월 정도 된다. 이 직무대리가 만일 내년 4월 4급으로 승진할 경우 정년퇴임 1년 전인 내년 7월 1일자로 공로연수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결국 승진한지 2개월 만에 공로연수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4급 공무원에 대해 정년퇴직 1년 전부터 의무적으로 공로연수 제도를 시행한다’는 규칙이 바뀌어 좀 더 근무하다 공로연수를 택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김성희 의원은 행감에서“4급 승진을 하고 나면 2개월 후 공로연수에 들어갈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광양시가 지난 7월 단행한 4급 승진 인사는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우선 ‘국장’이라는 자리에 대한 개념이다. 많게는 8개, 적게는 3~4개의 과를 총괄하는 4급 국장 자리는 시 정책 결정에 막중한 책임을 두고 있는 자리지 정년을 앞두고 거쳐 가는 코스는 아니다. 하지만 정 시장의 최근 승진 인사를 보면 과연 국장 자리에 대한 개념을 제대로 바라보고 있는지 의문투성이다.

지난 7월 승진한 박말례 전 소장은 이미 공로연수에 들어갔고 장진호 기업유치단장, 김창중 보건소장은 이번 달을 마지막으로 내년 1월부터 공로연수에 들어간다. 승진인사를 단행한지 6개월 만에 모두 공직을 떠나는 셈이다. 이를 두고 시민들이 국장 자리를 자칫 승진코스로만 인식하지 않을지 우려된다.

내년 7월이면 현재 있는 국장들 대부분 공로연수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전면적인 세대교체는 불가피하다. 정 시장이 앞으로 있을 국장 인사를 어떻게 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성희 의원은 “금방 교체될 국장이 과연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며 “광양시가 흐트러진 인사로 조직을 무너뜨리지 말고 적재적소에 인재를 투입해 경쟁력 있는 도시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