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서문식 광양시 경제복지국장
감을 따면서
가을이 깊어 가면 갈수록 유독히 떠오르는 시골풍경중 하나는 감이 빨갛게 익어가는 것이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붉은 감이 주렁주렁 매달린 모습은 언제 봐도 정겹고 흐뭇하다.
멀리서 보면 빈 가지 끝에 꽃이 피어있는 참 아름다운 그림같이 보이기도 하는데, 까치밥 몇 개 달려있는 감나무는 더 아름답다. 또한 감나무는 집안 또는 집 가까이에 있기 때문에 우리와는 너무나 친숙한 나무이고 과일이다.
배고픈 시절에는 떨어진 풋감을 주워서 물에 담갔다가 맛있게 먹었던 추억도 다들 있을 것이다. 감은 단감, 홍시, 곶감, 감말랭이, 감식초 등 여러 가지 방법과 맛으로 먹을 수가 있다. 다만 올해도 감이 풍년이어서 고민 아닌 고민을 한다.
비타민과 타닌 성분이 많이 들어있어 감기예방과 소화기질환, 숙취해소, 혈관정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니 맛있는 감 많이 사 먹음으로써 농민들에게 다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며칠전에는 시골집에 가서 감을 땄는데 그때 잘 익은 감을 따면서 두 가지를 생각해 봤다.
첫째는 감 하나가 봄철 감꽃에서부터 시작하여 여름철 풋감을 거쳐 가을철 곱게 잘 익기까지는 모진 비바람과 가뭄 등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다.
젊은 시절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이겨냈던 열정이. 빛이 없는 절망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그 신념이 결국은 아름다운 삶으로 만들어져서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 아닌가. 이렇듯 곱게 익어가고 아름답게 물들어가는 삶은 나이가 들어 갈수록 더 필요하고 절실하다.
젊었을 때 배우고 익혔던 노하우를 후세에 물려주고, 가슴속에 담아놨던 사랑을 곳곳에 나누어 주는 일 그리고 움켜쥐고 있는 것 보다는 하나 둘 비워가는 삶을 사는 것이 바로‘아름답게 물들어 가는 인생’이 아닐는지, 참 곱게 나이 들어가는 것이 아닐는지 생각해 봤다.
둘째는 이웃에 대한 배려와 베품을 생각했다.
감은 과일 중에서도 일 년 중 가장 늦게 수확하는 과일이다. 감을 수확하고 나면 바로 추운 겨울이 온다. 그래서인지 농촌 사람들은 감을 따면서 다 따지 않고, 추운 겨울 배고픈 새들을 위해서 몇 개씩 남겨두웠다. 이게 바로‘까치밥’이다.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농촌 사람들의 배려와 베품,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이 잘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 사회는 자본주의 경쟁사회다. 수많은 사람들이 각기 다른 종류의 직업을 가지고 다양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때문에 빛과 그림자가 어쩔 수 없이 나타난다.
잘나고 잘사는 사람도 있고, 어렵고 힘들게 사는 사람도 있고,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사람도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모두 한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닌가.
가을철 산이 아름다운 것은 큰 나무 작은 나무, 반듯한 것 구부러진 것, 붉은 단풍, 노란 단풍이 함께 어우러져 있기에 더 아름다운게 아닌가.
이왕 살아가는 것 남이 잘되면 배 아파하고, 시기하고 질투하며 손가락질 받으며 사는 것 보다는 남을 배려하고 이웃에게 베품을 실천하고, 감사하며 사는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 삶이며 소중한 가치인가.
‘까치밥’에 담겨있는 옛 조상들의 넉넉한 마음과 인정을 다시 한 번 생각하면서 우리 사회 곳곳에도 배려하고 감사하는 문화가 넘쳐흘렀으면 참 좋을 텐데 생각해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