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중국방송, 자막없이 보니 신기하고 재밌어”

늦깎이 학생들, 중국어능력평가 고득점 합격 최월순 강사, 어르신들 뜨거운 열정 ‘감탄’ 중마노인복지관 중국어반, 더욱 활성화되길

2023-01-20     김호 기자

은퇴 후 적적한 노후생활을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많은 노인층들은 저마다 생활환경에 따라 소일거리를 찾아 일하면서 각종 복지혜택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 지역사회에서도 다양한 노인일자리가 제공되고, 또는 지역마다다양한 노인복지시설 등이 운영되고 있어 이곳에서 서로 의지하며 노후를 함께 지내기도 한다.

특히 은퇴 후 노인복지관을 다니며 다양한 취미생활과 함께 젊었을 때 바쁨을 이유로 배우지 못한 여러 가지 배울거리를 접하며 지내는 많은 노인들이 있다.

지면에 소개되는 주인공들 또한 7~80대의 나이에 중국어라는 쉽지 않은 제2외국어를 배우며 삶의 활력소로 삼고 있는 늦깎이 학생들이다. 또한 이들에게 중국어를 쉽게 가르치기 위해 노력하는 중국 결혼이주여성이 주인공이다.

중국어 강의 15년

가르치는 보람 커

중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최월순 강사(51)는 지난 2003년 중국 하얼빈에서 광양으로 시집와 20년째 살고 있다.

사업수완이 탁월했던 최 강사는 중국 심양에서 의류 관련 사업으로 성공해 백화점을 운영하는 대표이사의 자리까지 올랐지만 지금의 남편을 만나 중국 사업을 접고 한국으로 왔다.

워낙 활달하고 밝은 성격이라 타국에서 적응하는 데 큰 문제가 없었던 최 강사는 한국에 온 지 5년이 지난 2008년부터 10여년간 광양읍 소재 덕례초와 용강초, 광양중, 광양여중 등에서 중국어 방과후학습 강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지난 2018년부터는 광양노인복지관과 중마노인복지관에서 중국어 강사로 일하기 시작했다.

첫해에는 양 복지관에서 각각 30명의 어르신들이 주 2회 중국어 수업을 받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현재는 광양읍 20명, 중마동 10여명의 어르신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당초 은퇴 후 십수년이 지난 7~80대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이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중국어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열정에 절로 흥이 났다는 최월순 강사.

최 강사는 “젊은 사람들도 대부분 외국어라고 하면 어렵게 생각하고 쉽게 배울 생각을 못하는데, 어르신들은 얼마나 힘드시겠냐”며 “그럼에도 어려움을 극복하고 중국어능력 시험도 좋은 성적으로 합격하시는 모습에서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감탄했다.

이어 “코로나가 안정을 찾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는 만큼 더 많은 어르신들이 복지관에 오셔서 중국어를 배우셨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저도 더 쉽게 더 잘 가르쳐드릴 자신이 있다”고 덧붙였다.

최월순 강사가 자랑하는

이덕현·강인식 어르신

최월순 강사가 자랑하는 학생들은 중마동에 사시는 이덕현 어르신(80)과 강인식 어르신(78)이다.

광양제철소에서 근무하다가 정년퇴직한 이덕현 어르신은 최근 치른 공인 중국어능력평가시험에서 179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아 합격했다.

중소기업을 다니다가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기도 했던 강인식 어르신도 같은 시험에서 167점의 높은 점수로 합격했다.

이덕현 어르신은 “외국어를 배우면 치매에도 좋고 머리 회전도 잘 된다고 해서 중국어 수업을 듣게 됐는데 배우는 시간이 너무 즐겁다”며 “시험도 합격하고 성취감도 높아서 배우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이어 “최월순 선생님이 지도를 잘 해주셔서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었다”며 “우리가 롤모델이 돼서 우리 중마노인복지관 중국어반이 더 활성화되고 더 많은 회원들이 중국어를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강인식 어르신은 “최월순 선생님이 수강생을 위해 적극적이고 열정적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모습이 너무 존경스럽다”며 “특히 한국말도 잘해서 노인들이 이해가 잘 되도록 알기 쉽게 가르치고 있어서 그 노력에 감사한다”고 전했다.

이어 “TV에서 중국방송을 가끔 보는데 전부는 아니지만 대충 알아들을 수 있어 신기하고 뿌듯하다”며 “정신적인 측면에서도 좋은 교육이라고 생각하는 만큼 중국어반이 널리 알려져 더 많은 수강생이 참여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 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