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삶] 자존감과 자랑질에 대한 셀프 점검

2023-04-02     광양뉴스
김양임<br>.광양ywca이사<br>.국방부/여성가족부

살다 보면 누구나 가끔은 자신이 대견하게 느껴질 때가 있을 것이다.

뭔가 하나 해냈다는 뿌듯함이나, 누군가에게 인정받았다는 흐뭇함, 그로 인해 자존감이 높아진 것 같은 기분 등.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무심결에 입 밖으로 나오는 말에도 브레이크 조절이 적절하게 안 될 때가 있다.

그 중 에피소드 하나,

“엄마, 그건 자랑질인데?”

일상 얘기를 나누다가 하나뿐인 내 아들놈이  지 엄마한테 한 방 먹이는 장면이다.

내용인즉, 아들도 잘 아는 모 교수로부터 어떤 제안을 받았는데 내가 요즘 일이 너무 바빠서 정중히 거절했노라는 내 얘기에 아들놈이 보였던 반응인데, 아들의 그 반응을 보고 나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솔직히 어느 정도 자랑질이나 자뻑의 흐뭇함이 섞여 있었음을 부인하지는 못할 것 같다. 

아들하고는 평소 이런 대화를 자연스럽게 주고받는 분위기라 괘씸하다거나 상처로 받아들여지기보다 애정을 담은 모니터링이자 든든함으로 여겨지기도 하는 건, 즉 ‘무심코’ 하는 말 속에 자기 과시욕이나 자랑질의 욕구가 담겨 있지는 않은지 셀프점검을 하는 조심스러움은 늘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고, 또한 그게 나를 돌아보면서 브레이크를 잡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는 얘기이다. 왜냐면 이따금 이런 생각이 들게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글쎄~ 저런 게 자랑할 일인가?”

“왜, 내가 창피하지?”

“저 사람 혹시, 관심에 굶주렸나?”

보통 사람들에게는 지극히 일상적이고 사소하고 당연한 것들인데 저 사람한테는 스스로 대견해서 사방팔방 온라인에서까지 자랑질을 해 댈 정도로, 진짜 대단한 건가? 자녀들, 식구들까지, 맞장구 쳐주는 사람들은 또 뭐야?

혹시 내가 나한테 주어진 것들에 너무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인가? 등등 별 생각이 다 들 정도일 때도 있으니.

자기 자랑에 대해 더 조심하게 된 것은 얼마 전 어느 분이 건네준 책을 읽고 나서였을 것이다. 그 책을 읽으면서도 정말 이런 사람이 있을까? 실존 인물을 취재한 내용을 정리한 책이라고는 하지만 어느 정도 주인공에 대해서는 미화한 부분이 있겠지 하던 차에 지난 설 명절 연휴 때 TV에서 이 책 주인공에 대해 이틀 동안 방송된 2부작 다큐방송을 보고, 남편과 나는 그 주인공과 사랑에 빠져 버렸다.

“정말 있구나, 이런 사람이... 있었구나!”

인품이 어떤지, 겸손이 무엇인지 구구절절 늘어놓을 필요 없이 한마디로 어른이란 어떤 모습인지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어른 김장하>

뿌리 깊은 나무처럼, 가지를 넓게 드리운 나무처럼 헤아릴 수 없는 선한 영향력을 깊고 넓게 펼치면서도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싫어하시는 그 분을 보면서, 참 얕고 가벼운 나 자신의 마음 그릇이 한없이 부끄러웠다. 최근 모 방송국의 프로그램에 초대를 받아 방송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카워드를 받고 보니 생각보다 내용이 많아서 부담이 됐지만 생방송이 아닌 사전 녹음이라 어느 정도 걱정을 내려놓고 시작을 하긴 했는데, 흐름을 보아하니 자기 자랑 일색일 것 같아 이렇게 가다간 이 또한 꼴불견일 것 같단 말이지.  고민 끝에 진행자에게 편집을 잘 해 주십사 읍소를 거듭했지만, 누가 그랬던가 한 번 입에서 나간 말은 다시 돌아올 수 없다고... 

그래서 오늘도 셀프 점검을 한다. 자존감인지 자랑질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