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 광양향우회에 바란다
재경 광양향우회에 바란다
  • 한관호
  • 승인 2009.03.11 20:20
  • 호수 3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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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관호 바른지역언론연대 사무총장
광양신문 이번 호 가판을 보니 광양 향우님들께서 고향 봄나들이를 하셨더군요. 그 기사를 보면서 문득 시 한 편이 생각났습니다.  열무 삼십 단을 이고 / 시장에 간 우리 엄마 / 안 오시네, 해는 시든지 오래 /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 엄마 안 오시네, 배추 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 금간 창 틈으로 / 고요히 빗소리 /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 아주 먼 옛날 / 지금도 내 눈시울 뜨겁게 하는 /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고 기형도의 시 ‘엄마 걱정’). 

광양은 광양제철이 들어서면서 토박이 보다는 밖에서 들어와 사는 이들이 더 많습니다. 하여 옛날의 정겹던 공동체에 비길 바는 아니나 이 시처럼 향우님들에게 있어 광양은 애잔한 풍경으로 남아있을 겝니다. 그처럼 고향이란 누구에게나 가만히 되뇌면 가슴이 저리다가도 편안해 오는 ‘어머니’란 단어입니다.  

향우님들은 한 밤 두 날을 광양신문 기사 제목처럼 ‘푸근하고 정겨운’ 고향에서 보내셨습니다. 순천 갈사만의 갯벌과 갈대밭, 옥룡에서 고로쇠를 마시며 고향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웠더군요. 이튿날에는 옥룡사지와 운암사를 산책하며 고향 내음을 물씬 맡았고 광양제철소와 마린센터 등을 둘러보면서는 나날이 발전하는 고향의 모습에 즐거운 마음이셨다고 합니다.

또 일정이 바쁨에도 이성웅 시장이 나와 향우님들을 반가이 맞으셨고 서성기 항만노조위원장은 고향 인심을 듬뿍 담은 점심을 대접했더군요. 그런 한편, 섬진강과 다압면의 흐드러진 매화를 못 봐 아쉬움도 있겠지만 가을 날, 밤을 줍듯이 유년기의 추억들을 수확하고 척박한 객지살이를 위안 받는 따뜻한 나들이였으리라 봅니다.

또한 잠시나마 무거운 삶의 무게를 부려놓고 상생하는 기운을 듬뿍 얻은 고향 탐방이었길 바람 합니다. 
광양신문 기사를 보면서 대전에 머물고 있는 저도 고향, 남해가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남해신문과 남해 향우님들이 떠올랐습니다. 남해신문은 한 때 발행부수가 1만8천부에 이르는 전국 최고의 주간지였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1만부 넘게 발행되는 남해신문의 절반이 서울과 부산 등지에 사는 향우님들이 열렬한 독자들입니다. 심지어 미국과 독일에 사는 남해출신 교포들도 남해신문을 구독합니다.  

남해 향우님들은 매주 배달되 오는 남해신문으로 고향에 대한 향수를 달랜답니다. 나아가 고향의 미래를 염려하고 혈연, 지연, 학연으로 맺어진 살가운 이웃들의 안부를 확인하고 경조사를 챙긴답니다. 또 분야 별로 자신이 가진 전문성을 남해신문 지면을 통해 고향발전에 보태기도 합니다. 고향 사람 누군가가 힘들게 병마와 사투를 벌이거나 생활이 곤궁하다는 기사라도 실리면 기꺼이 쌈 짓 돈을 보내는 향우들입니다.
지역 언론은 이렇게 향우와 고향을 잇는 다리입니다. 또한 향우들이 고향 사랑 실천의 일환으로 고향신문을 구독해 주셔서 지역언론은 그 지역의 보다 나은 내일을 열고 모두가 더불어 잘사는 공동체를 위해 지역의 공기, 자치 단체의 동반자 역할을 해내고 있습니다. 어떤 학자는 이런 지역 주간지의 역할을 일러 ‘지역의 네비게이션’이라고 했습니다.

그러기에 6천여명이 넘는 남해 향우님들이 기꺼이 남해신문을 구독합니다. 이런 향우님들의 지순한 고향 사랑으로 남해신문 20여명의 젊은이들이 남해의 파수꾼이 되어 고향을 지키고 있습니다. 광양향우회의 고향 방문 기사를 보면서 광양향우님들이 가진 고향에 대한 애틋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여 향우님들께 감히 말씀 드립니다. 광양신문 한 부 구독해 주십시오. 다른 향우님들께도 최소한 고향 소식을 날라 주는 광양신문은 보고 살자 권해주십시오.

한갓 미물인 여우도 죽을 때는 고향 쪽으로 머리를 누인다 했습니다. 이를 반영하듯 어느 지역에서는 향우회와 자치단체가 고향사랑 실천 프로젝트를 펼치기로 했다는 보도입니다. 전국에 산재한 향우회와 자치단체가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향우들이 가진 전문성을 비롯한 자산들을 고향 발전에 결집 시킨다는 소식입니다. 

고향 방문을 마치고 그 에너지로 서울에서의 고단한 일상을 힘차게 열어 제치고 계실 재경 광양 향우들이시여, 고향 사랑 그 첫 출발을 광양신문 구독으로 시작해보지 않으시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