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은 살만한 도시인가
광양은 살만한 도시인가
  • 한관호
  • 승인 2009.03.18 22:04
  • 호수 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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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에겐 모임 세 개가 있다. 탁구동우회, 남해에 사는 남해고 동기생 모임, 동기생들 가운데 13명만 따로 모이는 모임이다.

탁구는 같은 운동을 좋아한다는 공감대가 있어 서로가 살갑게 지낸다. 여느 시골이 그렇듯이 대부분 도시로 나간 고등학교 동기생들, 그 가운데 남해라는 좁은 지역에 사는 동기생들은 누구네 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도 훤히 아는, 부부가 함께하는 모임이라 너 네가 없이 정스럽다.

고등학교 동기생들 가운데 13명이 회원인 ‘한우리회’는 일 년에 딱 한번 모임을 갖는다. 서울, 경기도, 대전, 부산 등 전국 곳곳에 흩어져 사는 우리는 지난 주말, 남해에 있는 친구 집에서 모였다. 어른들이 술이란 좋은 사람과 마셔야 술맛이 더 좋다고 했다. 모처럼 마음 맞는 친구들과 남해바다에서 건져 올린 자연산 회로 새벽이 이슥토록 회포를 나눴다.

세상사는 이런 저런 애기 끝에 객지 사는 친구들이 ‘종하 니는 얼굴이 참 좋다. 이 맑은 공기, 이 좋은 풍경에다 자연산 회를 시나브로 먹을 수 있으니 부러울 게 뭐 있겠냐’ 며 모임방 주인장에게 덕담을 건넸다. 얼핏 들으면 시골 살이를 두고 도시민이 갖는 선민의식일 수 있다. 그런데 ‘나이 좀 더 먹고 애들 다 키우고 나면 남해로 돌아오고 싶다’고들 한다. 남해가 고향이어서가 아니라 정말로 ‘사람 살기 좋은 곳’ 이라고 이구동성이다. 필자의 생각도 그렇다. 단 도시에 비해서 말이다.

남해와 광양은 지척이다. 그런고로 잠깐 드라이브라도 다녀오자며 남해를 다녀 간 광양 시민들이 많을 것이다. 남해는 그렇게 유명한 관광지는 아니다. 허나 해안도로를 따라 남해를 한 바퀴 돌아본 사람이라면 사람 살만한 곳이란 걸 안다.

금산에 올라서면 점점이 떠 있는 섬들과 명경지수인 바다, 산자락을 따라 굽어지고 휘어진 해안선과 호수처럼 잔잔한 앵강만을 보라, 눈 길 주는 곳 마다 한 폭의 동양화다. 겨울임에도 마늘밭은 늘 푸르고 갯벌에는 쏙과 바지락이 자란다. 갯바위에 담치 처럼 붙은 강태공들, 바다 환경이 좋으니 수산물이 풍부하다. 이처럼 좋은 자연환경, 싱싱한 먹거리, 아름다운 경관에서 남해사람들은 특유의 부지런함과 노동으로 건강히 오래 살아 ‘장수촌 남해’로 불린다.    

광양시는 연 예산 4천억원, 인구 14만이 살고 있는 남해의 배가 넘는 도시다. 국내 굴지의 광양제철이 있는 공업도시 광양. 게다가 제철산업과 항만물류산업을 동력으로 인근 하동, 남해, 순천 등을 포괄하는 광역도시의 중심지 광양으로 발돋움 할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허니 나날이 인구가 늘어나고 도시는 커져 갈 것이다. 그러니 잘 먹고 잘살면 그만인 우리네 풍토로 보자면 광양이야말로 남해보다 더 살만한 곳이 아닐까.

그런데 이번 호 광양신문 1면에 ‘광양산업단지 주변 주민들 유전자 변화 진행 중’이란 충격적인 기사가 실렸다. 기사는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산업단지 주변 주민들을 조사한 결과 유전자와 세포의 노화, 죽음, 종양발생과 연관된 유전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전한다.

다시 말해 산업단지로 인해 인근 환경오염이 심해지면서 이곳 주민들은 암 세포에 미치는 나쁜 유전자는 늘어나고 안구형성 등에 필요한 유전자는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또 산업단지 인근 주민들 중 상당수가 이미 비염, 천식, 습진 등으로 치료를 받은 적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물론 유전자 변화가 아직 실질적인 질병으로 발병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다른 지역 주민들에 비해 공단 인근 주민들의 백혈구가 비정상적인 것만 봐도 광양시의 환경정책, 보건정책 재수립이 시급하다.  

지난 14일, 광양에서 하루 밤을 묵었다. 늦은 시간 중마동 거리로 나가보니 거리는 여전히 밤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분명 밤 9시면 대부분 상가 불이 꺼지는 남해에 비해 광양은 경제사정이 나은 것 같다. 
그러나 묻는다. 

퇴근 무렵이면 왜 광양에서 순천으로 가는 도로가 붐빌까. 단순히 ‘광양에는 종합 병원 하나 없고 교육 환경이 순천만 못해’서 일까. 광양시에 던지는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