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옥인 청장은 시민의 뜻을 수용하라
백옥인 청장은 시민의 뜻을 수용하라
  • 광양신문
  • 승인 2006.09.13 11:50
  • 호수 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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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이 경북 왜관에 있는 기지 ‘캠프 캐롤’의 수리창을 광양항으로 이전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백옥인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장에 확인된 지 한 달의 시간이 흘렀다. 이 문제가 이슈로 등장한 뒤 광양시민들은 이 화두를 들고 고민을 거듭해왔다. 시간이 흐르면서 광양시민들의 의견은 일정한 방향을 형성해가고 있다. 처음에는 광양민중연대가 앞장서 문제를 제기해왔지만 하루하루가 경과할수록 수리창 이전에 반대하는 여론이 점차 득세하고 있다.

광양시의회가 17일 미군기지 이전에 반대하는 입장을 정리했고, 18일에는 광양시민단체협의회가 수리창 유치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성명서로 발표했다. 시민투표를 실행하여 시민들의 총의를 확인해보기 전에는 결코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시민여론이 표출되는 창구인 의회와 시민단체들이 분명한 반대 입장을 정리함으로써 광양시민들의 총의가 무엇인지 충분히 감지할 수 있게 됐다.

시민들의 뜻이 확인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는 이제 백옥인 청장이 시민들에게 뭔가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놓아야 할 차례다. 물론 이 문제의 근본이자 뿌리는 우리나라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임에 틀림없다. 주한미군이 수리창 이전을 검토하지 않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백 청장은 주한미군이 이전하고자 하는 수리창을 광양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게 만드는  계기를 적극적으로 제공하여 왔고 그 역할을 계속 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백 청장이 여기서 더 시간을 끌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백 청장 스스로도 잘 간파하고 있겠지만 시민사회단체의 미군기지 이전반대 움직임이 점차 백 청장 퇴진운동으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양민중연대는 노무현 대통령과 박준영 전남지사에게 이미 백 청장을 파면하라는 뜻을 공개적으로 제기한 바 있다. 광양시민사회단체는 18일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하는 형식을 빌려 백 청장을 압박하고 있는 마당이다.

백 청장은 지난달 26일 시민사회단체와의 대화자리에서 “개인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추진하는 일이기 때문에 광양시민들이 반대하면 당장이라도 그만둘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우리가 현시점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미군기지 문제가 백 청장의 퇴진운동으로 비화 또는 발전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그렇게 된다면 백 청장 개인으로서도 매우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이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하루 빨리 백 청장이 미군기지 유치를 깨끗하게 포기한다는 선언을 미국정부와 한국정부가 알 수 있도록 공개적으로 천명하는 것이라고 우리는 판단한다. 나아가 백 청장이 경제청의 모든 역량을 국제선사와 국내외 기업 유치에 집중하겠다는 선언을 다시 한 번 천명하고 거기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금상첨화라고 판단한다.

그러나 만약 백 청장이 이를 거부하고 주한미군 수리창 유치를 계속 추진하겠다고 한다면 우리로서도 시민사회단체의 행동을 방조하거나 두둔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백 청장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스스로 행한 말과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광양항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는 백 청장의 충정은 이해해야 한다는 동정론이 있는 게 사실이다. 우리도 그런 논지를 펴 백 청장을 두둔한 적도 있다. 그러나 주한미군 수리창 유치가 단기적으로는 광양항 활성화에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광양항의 정상적인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주장에도 우리는 주목하고 있다. 주한미군 수리창 유치문제는 경제적인 효과 외의 측면도 살펴보아야 한다.
광양시민들의 총의가 어느 정도 확인되는 마당임에도 빠른 시간 안에 백 청장의 책임 있는 결정이 내려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정부당국자의 언질을 받지 않고서는 백 청장이 저렇듯 무리하게 일을 끌고 나갈 수가 없다”거나 “미군기지를 유치해야 한다는 백 청장의 기본 마인드에 문제가 있다”는 일각의 분석에 대해서도 우리는 주목할 것이다.

우리는 이 문제가 광양시민도 백 청장 개인도 불행해지는 사태로 발전하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 모두가 만시지탄의 한을 남기지 말자.  
 
입력 : 2006년 01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