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은 사전에 대비하는 것이 '최선'
위험은 사전에 대비하는 것이 '최선'
  • 박주식
  • 승인 2009.03.25 21:48
  • 호수 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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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은 개발도시로 경제발전위해선 산업도 동시에 발전돼야 하고 사람이 많이 모여야 경쟁력이 있다. 과거를 비교해 가면서 모든 것을 시민에게 바로 알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환경에 대한 부분도 알려야 하겠지만 도시경쟁력에 어려움이 발생하는 부분만큼은 염두에 두고 보도해 달라”

지난 19일 광양시청에서 열린 ‘광양산단주변 주민건강영향조사 설명회’에서 광양시 관계자의 발언이다. 3차년도 조사결과의 내용 중 주민을 불안케 하거나 도시경쟁력을 저해할 소지가 있는 내용에 대해선 보도를 자제해 달라는 요구다.

이날 설명회는 그동안 국가산단주변지역에서 환경오염피해문제가 끊임없이 대두됨에 따라 광양시가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을 요구해 환경부가 지난 2006년부터 20년간 장기연구과제로 주민건강영향을 조사하는 사업 중 3차년도 결과와 4차년도 사업 착수 보고회였다.

오후4시에 예정된 설명회를 두고 광양시는 오전부터 부산했다.

본지가 사전에 3차년도 연구결과를 분석하고 이날 1면에 ‘산단주변지역 주민 유전자변화 진행중’이란 제하의 기사를 게재했기 때문이다. 시는 주민을 불안케 한다는 명목 하에 진화에 나섰고 설명회에선 직접 조사를 담당한 연구진의 불참속에 책임연구원인 손부순 교수의 해명이 이어졌다.

손 교수는 “금호동(10명)과 봉강면(8명)주민에 대해 DNA 칩 분석결과 유전자 손상 정도는 4%에 불과했다”며 “유전자 변화는 있었지만 통계적으로 의미를 가질만한 변화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자신들이 작성한 결과보고서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었다.

3차년도 결과보고서는 “광양지역 환경오염노출로 인한 내재적인 유전자 변화가 진행되고 있어 오염원에 지속적으로 노출 시 유전자 변화차이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며 “특정질병이 표면으로 대두되기 전인 이 시점에서 DNA 칩 분석대상을 확대하고 세분화해 장기적인 환경노출에 의한 유전자 변화 차이를 체계적으로 규명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DNA 칩 분석은 아직 외형적으론 질병으로 진행되기 이전에서의 유전자 변화를 탐지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외형적인 질병으로의 발병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조사다.

하지만 연구진 스스로 의심을 가지고 조사확대를 필요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태인·광영동(조사군)으로 이어지는 4차년도 조사에 더 이상 확대방안을 반영시키지 않았다. 광양시 관계자의 말대로 광양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산업도시로 꾸준한 인구 증가와 발전을 추구해야할 도시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사소한 부정과 외면이 더 큰 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된다. 한동안 줄기차게 요구됐던 산단주변지역 주민들의 환경오염에 따른 생활과 건강상의 피해에 따른 민원이 잠시 주춤하나 이는 문제의 근본이 해결된 것이 결코 아니다. 주민들은 지금도 환경피해에 고통 받고 있으며, 다만 약속된 지역 협력사업을 기대하며 기다리는 시간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위험은 사전에 대비하는 것이 최선이다.

만에 하나 이번연구진의 의견처럼 환경오염노출로 인한 내재적인 유전자 변화가 진행되고 있어 오염원에 지속적으로 노출 시 유전자 변화차이가 더욱 심화되고 질병(공해병)으로 드러난다면 광양시의 발전은 사상누각에 다름 아니다. 의심이 가는 부분이 있다면 이를 왜곡·축소하거나 숨기기에 급급하기 보단 조사를 확대하고 이를 명확히 규명하고 넘어가는 광양시의 의지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