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그러진 운전 문화, 쉬 ! 물렀거라 이제 그만
일그러진 운전 문화, 쉬 ! 물렀거라 이제 그만
  • 진영재 한려대학교 관광학과 교수
  • 승인 2009.03.25 22:08
  • 호수 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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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모습을 칸바스에 그려보면 여러 모양으로 묘사될 것이다. 때론 아름답고 향기로운 모습이기도 하겠지만 늘 그렇게만 묘사될 수는 없을 듯 하다. 일그러진 모습을 여기 저기서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운전 문화는 그런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것이 아닐까. 임금님이나 고관이 행차할 때 ‘쉬 ! 물렀거라’를 외치며 길을 열었던 그때 그 시절이 아님이 분명함에도 나만의 ‘쉬! 물렀거라’를 외치며 질주하려는 우리의 운전 습관에서 운전 매너를 찾아볼 수 없다.

돌이켜 보면 한국에서 자가용 승용차가 일반적인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은 것은 10여년이 조금 넘을 듯 하다. 웬만한 소득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승용차를 격지간 이동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 문화가 점진적으로 자리잡았던 구미 여러 나라와는 달리 90년대 이후 자동차의 급증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운전 문화는 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운전 문화가 정착할 겨를도 없이 어느 덧 자동차가 우리 생활 깊숙이 스며들어 버린 것이다.

필자는 일그러진 운전 문화를 평소 몇가지로 명명해 보곤 했다. 소위 내맘대로형, 꽁무형, 슬금형이 바로 그것이다. 도로상에서 운전자가 행하는 신호는 상대방과 자신간 약속이고 이런 약속을 어기면 도적적인 비난의 차원을 넘어 치명적인 사고로 직결될 수 있다.
방향 표시등은 그런 약속을 위한 수단이고, 방향표시는 그 약속에 따라 운행한다는 중요한 정보인 것이다. 그러나 실제 우리의 행태는 어떠한가. 차선 넘나들기를 ‘내맘대로’하는 행태가 보편화되어 있지 않은가. 이것이 우리 운전 문화의 현주소이다.

좁은 국토 공간과 높은 인구 밀도 때문에 차간 거리를 좁혀 운전할 수 밖에 없는 우리의 여건을 십분 이해한다. 그럼에도 앞차를 ‘위협’이라도 하듯 꽁무니를 쫓아가는 행태는 분명 꼴불견이 아닐 수 없다. ‘꽁무니형 운전자님들, 결과는 사고와 매연 뿐입니다‘라는 말을 되새겨 봄직하다.
금연인구의 증가로 자동차를 운행하며 흡연하는 운전자도 그만큼 줄고 있다. 그럼에도 차창으로 담배꽁초를 스그머니 버리는 행태는 여전하다. 슬그머니 버리는 담배꽁초는 거리의 미관을 해치는 차원을 넘어 그 불씨에는 안전의 문제가 함께 내재되어 있다. 혹여 유류 운송 차량이나 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자동차에 불똥이 튀기라도 한다면 겉잡을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음을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잘못된 운전 습관과 함께 여유와 관용 그리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운전 문화 역시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신호등이 없는 교차로에서 먼저 가겠다고 ‘쉬 ! 물렀거라’식으로 디미는 행태를 누구라도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그로 인해 사고가 난 경우도 왕왕 목격할 수 있다. 상대방을 향한 ‘배려와 웃음’만으로도 사고를 피할 수 있었을걸 하고 후회했을 땐 이미 늦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