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빨간 봉투를 보내며
스승의 날, 빨간 봉투를 보내며
  • 광양뉴스
  • 승인 2009.05.21 12:03
  • 호수 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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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이번 스승의 날은 무심코 지나갔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아들이 학교에 입학하고 처음 맞는 스승의 날이기 때문이다. 스승의 날 전날 아들 찬수랑 실랑이가 벌어졌다. “빨간 봉투에 넣을까.
그냥 편지 봉투에 넣을까?” 내가 고민하고 있자니 찬수가 말했다. “빨간 봉투”  “그래 빨간 봉투가 낫겠다” “엄마, 그런데 봉투에 무얼 넣을 거야” “찬수가 쓴 편지 넣지” “왜 내가 써? 그럼 다섯줄만  쓴다”

편지 다섯줄 쓰는데 우리 아들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내가 선생님께 편지를 쓰기로 했지만 고민이 아주 없던 것은 아니다. 선생님께 드릴 선물로 마음을 담은 편지 밖에 생각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다음날 찬수는 정성껏 제 손으로 쓴 편지가 든 빨간 봉투를 선생님께 드렸다.

요즘 스승의 날을 보내고 나니 들리는 말이 많다. 촌지근절을 위해 스승의 날 휴교 했던 본래의 취지와 다르게 촌지는 더 교묘한 방법으로 전달되고 있고 휴교로 인해 맞벌이 가정의 아이들은 그날 하루 시댁이나 친정에 보내야 한다는 걱정스러운 소식도 들린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주는 학부모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주니까 받는다는 식이다. 하지만 일부 학부모들은 선물이나 촌지를 건네지 않으면 아이가 혹시 불이익이라도 당할까봐 전전긍긍한다. 촌지 문제는 이래저래 받고 주는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졸지에 사회적인 문제가 됐다.

몇 해 전부터 스승의 날에 특별한 기념식을 갖지 않고 교직원체육대회 행사로 대체하고 있다. 주더라도 받지 않겠다는 선생님들의 고마운 결정이다.

하지만 일부 학부모들이 체육대회 행사장에서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다는 믿고 싶지 않은 풍문은 선생님들의 순수성에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게 한다. 자발적이든 강제적이든 이는 스승의 날 행사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일이다. 이는 또 다른 촌지의 형태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한사람의 학부모다. 아이를 학교에 맡기고 불안해하는 그저 그렇고 그런 평범한 아줌마다. 2년전 만 같았으면 옆집 아줌마가 들려주는 일명 ‘아줌마 교육학’에 빠져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을 위한다면 물불 안 가렸을 것이라는 짐작도 간다.

하지만 학부모가 당당한 교육의 주체로써 행동하지 않으면 교육이 바로 설 수 없다는 것을 참교육 배움터를 통해 깨달았다.
아이가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자모회든 무엇이든 많은 학부모가 함께 고민하고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내 아이가 아닌 우리아이를 되돌아 볼 수 있는 힘을 갖기 위해서다.

선생님과 학부모에게 버르장머리 없이 부탁 좀 하자. 이 째째한 촌지에게 우리 모두 너무 비굴한 것 아닌가. 선생님이나 학부모 여러분 우리 촌지 앞에 좀 당당해지자.

학부모는 선생님 앞에 당당해지고, 선생님도 아이들과 학부모에게 당당해지자. 우리는 아이가 좋은 환경에 교육을 받도록 일선에 손을 맞잡고 함께 걸어가는 동반자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