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좀 깨어날 때도 되었지”
“이젠 좀 깨어날 때도 되었지”
  • 황미경 (주부)
  • 승인 2009.06.04 13:50
  • 호수 3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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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찌 되었을까? 올랐을까? 내렸을까?”
텔레비전을 켜자마다 눈과 귀는 오로지 외국의 주식 종가가 어찌되었는지에 관심이 쏠리기 시작한다. 누구처럼 돈이 생길 때 마다 주식을 하나씩 사들이는 것도 아니고, 빨간색에 희희낙락 하며 웃을 수 있는 여유 자금이 묻혀있는 것도 아니면서 주식이 상승했다, 하락했다는 말이 그렇게 궁금할 수가 없게 되었다. 경기가 좋으면 주가지수가 상승하고 나쁘면 하락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기에 나온 행동이었다. 한없이 추락하던 주가지수는 영영 회복할 기미가 보이지 않고, 경기 회복세도 썩 나아지지 않는 그런 날이 이어졌다.

‘경제를 알면 돈이 보인다’, ‘세상을 읽으면 경제가 보일 것이다’
공짜로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에  쾌재를 부르며, 온 시간을 매진하여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여유를 획득했다. 광양시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초등경제교육지도사’과정을 양성한다는 빅뉴스였다. 얼핏 듣기에도 꽤 비용이 지불되어야 하는 교육임에도 불구하고, 공짜라는 사실이 날 더 기쁘게 했다.
‘초등경제교육연구소’라는 제법 그럴싸한 기관의 명칭과 일정 기간 교육 후에는 자격증을 교부 받을 수 있다는 설명에 그 강의를 놓칠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아주 요긴하게 자격증을 하나 더 취득할 수 있다는 기쁨에 설렜다.
지난 5월 11일부터 22일 까지 교육을 받으면서 뙤록뙤록 눈을 크게 뜨고, 사회가 돌아가는 현상을 유심히 살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를 돌이켜보며 현재를 한탄할 것이 아니라 지금의 상황에 적용시켜 더 나은 내일을 설계하자는 역사의 진정한 의미와 경제의 흐름은 상통하고 있었다.

두루 뭉실 새로운 사실들을 접하여 허둥거릴 게 이 나라, 차분히 경제를 볼 수 있는 세부적인 안목을 키울 필요가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연초마다 가계부 정리를 잘해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알뜰하다는 소리를 들어봐야지 마음먹었다가, 바쁘다는 핑계로 영수증만 모으다가 그것조차 붙여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쌓이게 되면, 결국 산만함 속에 스스로 못 이겨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리는 사람이 바로 ‘나’다.

‘얼마를 버는 것 보다 어떻게 쓰는 것이 더 중요한가라며 딸들에게 용돈 기입장을 쓰라고 강요하면서도 정작 나는 아이들이 “그런 엄마는 가계부 쓰세요?” 라고 물어볼까 조바심을 가지고 있었던 거다.
‘무엇을 해서 돈을 얼마나 버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닌 나를 둘러싼 환경 자체가 재화이고 용역이며, 생산, 분배, 교환, 소비를 통한 모든 활동이 경제에 속한다는 것을 알고 인지할 필요가 있었다.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깊은 산 속 연못가에 앉아 금도끼를 달라고 징징거리는 튼튼한 동아줄이 내려오기를 한없이 기다리는 허황된 생각을 벗어 던질 때가 된 것이다. 말로만 신뢰가 중요하다 하면서 실천으로 보이는 내 모습은 얼마나 신용을 쌓아 가는 사람인지 돌이켜보게 되었다. 박지원의 ‘허생원’이 19세기의 개화사상에 영향을 주었다면 이번 ‘초등경제교육지도사’ 양성과정은 망상 속의 ‘나’를 경제 위기 속의 현실로 돌아오게 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