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업체 ‘하늘에 별따기’…하도급도 어려워
등록업체 ‘하늘에 별따기’…하도급도 어려워
  • 박주식
  • 승인 2009.08.19 22:00
  • 호수 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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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적 구호만으론 지역과 기업 하나 될 수 없어

‘우리 광양시 우리 포스코’에 대한 불만은 지역 내 제조ㆍ납품ㆍ건설업에서도 한결같다.
일 할 수 있는 업체에 기회조차 주지 않음은 물론 지역 업체보단 외지 업체에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하는 광양제철소와 ‘우리 광양시 우리 포스코’라는 구호는 맞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지역엔 전문건설업체가 335개에 이들이 갖고 있는 각종 단종을 모두 합한다면 540여개의 등록업체가 있다.
이중 광양제철소에 공사를 할 수 있는 소신 그룹별 등록업체는 40여개이며 각종 납풉업체는 780 여개다.

광양제철소의 공사를 수주하거나 납품을 위해선 먼저 포스코에 공급사 등록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사유만 발생하면 언제든지 가능하다는 것이 포스코 측의 설명이다. 문제는 소신 그룹별 등록사가 되는 것이다. 어느 공사를 어느 규모로 할 것인가에 따라 업체를 선정하고 회사가 요구하는 엄격한 자격을 갖춰야 한다.

여기서 지역 업체들의 참여가 막히게 된다. 소신 그룹별 등록사는 누구나 다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경쟁이 되고 능력을 갖춘 업체만을 한정되게 등록해 관리하기 때문이다. 한 번 등록되면 해지도 잘 되지 않는다. 그래서 등록사가 되지 못한 지역 업체들은 등록 서류를 낼 기회조차 갖지 못한 채 이제나 저재나 문이 열릴까 학수고대만 할 뿐이다.
이로 인한 폐해는 지역 업체의 영세성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지역 업체들에 따르면 현재 포스코는 총 공사 금액 50억 원이 넘는 사업은 포스코 건설에서, 50억에서 20억 원 공사는 서희건설 등 건설 자회사가, 20억 원 미만의 소액공사는 지역 종합건설에 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그나마도 지역에 큰 업체가 없어 대부분 외지업체가 수주를 하고 있다.
지역의 전문건설업체는 제조시설과 공사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등록이 안됐다는 이유로 타지업체의 하도급으로 들어가 작업을 하게 된다.

전문건설업체 관계자는 “큰돈은 외지업체가 다 벌어가고 지역 업체는 하도급이나 하도급의 하도급을 받아 일을 하다 보니 일을 하고도 이문을 남긴다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재하도를 거치다보니 영세업자에게 하도를 받는경우 제철소 일을 하고도 돈을 떼이는 경우도 있었다”며 “우리지역민이 하고 있는 업체는 능력이 된다면 공사 참여가 가능 할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건설업체뿐만 아니라 종합건설업체도 할 말은 많다. 더 할 수 있는데 묶어놓고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종합건설업 관계자는 “지역 업체들이 다 할 수 있는 일임에도 포스코 건설과 서희, 포스에이시 등에 다 밀어버리는 게 문제다”며 “지역 업체가 공사를 하나라도 더 해야 지역에 도움이 되는 만큼 지역 업체에 대한 포스코의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순천도 우리지역이 아니다. 지역과는 무관한 업체들이 자기들끼리만 주고받으면서 ‘우리 광양시 우리 포스코’운운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광양업체가 많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 줘야한다”고 덧붙였다.

2001년 2월 제철단지 내 보조운동장에선 시민 1만여 명이 총궐기해 광양제철소 독립경영을 요구하는 집회가 있었다. 광양이 생긴 이래 초유의 사태는 포스코 구매를 포항으로 일원화 하겠다는 구매제도 변경에 반대해 시민들이 일제히 일어선 것이다.

시민 총 궐기는 구매제도가 발단이 됐지만 지역 환경문제와 지역협력, 교육문제 등 그동안 시민들이 부당하게 느꼈던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성토하는 장으로 이어졌다.

결국 포스코는 시민의 뜻을 수용해 구매팀을 광양에 존치하는 것으로 물러섰고 지역협력사업은 포스코의 경영여건을 고려 지속적으로 추진키로 약속했다. 또 백운장학금은 지역 모금운동의 추이에 따라 출연키로 하고, 광양제철고 지역개방, 포스코의 중장기 전략산업의 광양유치를 추진키로 했다. 환경문제는 광양제철소만의 문제가 아니다는 주장에 따라 광양만권 자치단체와 기업체의 공동참여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로 했다.

이후 시와 광양제철소는 협의사항의 지속적인 추진을 위해 광양지역협력협의회를 구성하고 광양지역협력협의회설치 및 운영세칙까지 만들면서 공동발전과 번영을 모색키로 했다.

그러나 약속은 오래 가지 못했다.
먼저 협의회에 누가 참여할 것인가를 두고 티격태격을 하게 됐다. 포스코 회장과 소장의 참여를 요구한 시민의 뜻에 반해 포스코는 소장 또는 부소장의 참여로 맞선 것이다.
여기에다 지방선거 국면에 접어들며 시와 의회의 의지마저 약해지며 결국 광양지역협력협의회는 유야무야 돼버렸다. 결국 시민의 절대적 지지속에 포스코와의 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었던 기회가 물거품이 돼 버린 것이다.

이후 나온 것이 ‘우리 광양시 우리 포스코’다. 관계정립을 제대로 해놓지도 못했음에도 먼저 구호부터 시작된 것이다.
그동안 시와 포스코는 구호대로 서로 협력하며 상생의 길을 걷는 듯 했다. 그러나 이는 보여지는 모습일 뿐이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부작용이 생겨났다. 이윤추구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기업은 베풀고 배려하기 보단 적게 내고 많은 것을 요구하기만 했다. 제철과 관계하는 공무원들의 불만도 쌓여갔다. 환경문제와 지역협력사업 등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우리 광양시 우리 포스코’에 대한 관계정립의 필요성이 또다시 요구되고 있는 시점에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시민 이 모씨(55)는 “매몰적이고 이념적인 구호만으로 지역 기업으로서 가져야하는 기업의 의무를 변형할 수는 없다”며 “기업이 지역과 공동체를 이뤄가려면 기업활동으로 남은 이윤의 사회 환원은 시민의 요구에 앞서 당연히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광양제철소가 지역사회와 상생하기 위해선 진정성으로 있어야 하나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다”며 “요구할 건 요구하되 해야 할 일은 하는 객관성 유지와 정당성이 확보된 지역협력사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재의 ‘우리 광양시 우리 포스코’는 많은 문제 파생하며 서로 이롭지 않고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으로 가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대외적인 선언적 구호만으로 현상을 언제까지 덮을 수는 없다. 포장된 웃음이 아닌 내부적으로 짚을 건 짚고 협력할 건 협력하는 더 높은 차원의 협력이 가능한 ‘우리 광양시 우리 포스코’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