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농업 육성이 농촌이 잘사는 길
관광농업 육성이 농촌이 잘사는 길
  • 박주식
  • 승인 2009.09.02 22:12
  • 호수 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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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기 광양시친환경채소연구회장

“농촌이 잘살기 위해선 관광이 접목돼야 합니다. 사람들이 농촌을 많이 찾아올 수 있도록 해야지요” 김승기 광양시친환경채소연구회장은 “광양역사 이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오히려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다면 잘사는 농촌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한다.

현재 생산되고 있는 친환경유기농 엽채류에 소, 돼지, 오리 등을 무항생제로 길러 관광열차 상품화를 한다는 것이다. 인근에 도축장이 있어 신선한 고기를 조달 할 수 있기에 충분히 가능하다는 얘기다. 도월리 월평마을에서 유기농 부추와 깻잎 등 엽채류를 생산하고 있는 김승기 회장. 잘사는 농촌마을을 만들기 위해 선도적 역할을 다하고 있는 그가 친환경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잔류농약 때문이다.

관행농업으로 15년이 넘게 엽채류를 재배해 오던 김 회장은 매번 출하 때마다 농약잔류검사에 걸려 농가들이 벌금을 물거나 재판을 받고 죄인 취급당하는 것이 늘 안타까웠다. 농민들이 힘들게 농사지어 공판장에 출하했으나 반품돼 돌아오니 그처럼 허망한 것이 없었다.

이에 김 회장은 농약을 치지 않고 채소를 재배하는 친환경농업을 선택했다. 당시엔 정부에서 친환경인증을 권장하기도 전이다. 스스로 필요에 의해 친환경을 시작한 것이다. 처음엔  등록된 친환경 약제를 사용하며 작물을 길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면역이 생겨 자꾸만 약효가 떨어지는 상황이 이어졌다. 김 회장은 여기서 실망치 않고 유기농협회 등을 찾아다니며 스스로 약제를 만들어 사용하는 방법을 배워갔다. 고등어나 청어 삶은 물, 우유, 식용유, 장록, 젠피, 청양고추, 정로환, 칼슘제 등을 원료로 친환경 약제와 영양제를 직접 만들어 사용하니 비로소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약제를 직접 만들어 사용하다 보니 이번엔  일을 할 시간이 모자랐다.

또 유기농 인증 후엔 경제적 어려움도 따랐다. 화학비료를 전혀 쓸 수 없는데다 퇴비도 함부로 쓰질 못하기 때문이다. 유기농 퇴비가 있지만 일반퇴비 가격의 3~4배에 이르는 고가다 보니 어려울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가격은 아직도 무농약과 유기농이 같은데다 유기농이 적다보니 마트에서 적기공급을 우려해 구매까지 꺼리는 상황으로 이래저래 이중삼중고를 겪고 있다.

안전한 먹거리 제공은 물론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 신뢰 확보를 위해 친환경을 시작했다는 김 회장은 “농약 잔류를 아예 없애기 위해 약을 치지 않았지만 그로인해 3년간 적자를 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는 “관행농업을 하면서 돈을 벌어 기반을 마련했기 망정이지 돈 벌려고 친환경을 했다면 벌써 폐농이 됐을 것”이란 게 10여년 지속해온 친환경농업에 대한 소감이다. 친환경은 애초부터 수확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병충해에 약해 또 수확이 감소하고, 판로는 물론 판매대금을 받는데 까지 애로가 있어 돈을 벌기 위한 친환경은 맞지 않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회장이 친환경농업을 지속하고 있는 것은 앞으로 해볼만 하다는 희망 때문이다. 이미 관행농업으로 생산되는 채소는 인구에 비해 생산량이 많아 생산비용조차 보장되지 않을 상황이지만 친환경은 이미 토양이 만들어져 있는데다 그나마 농업인이 적어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유기농, 어렵지만 희망은 있다

김 회장은 “어려움은 있지만 이를 극복하면 희망이 있는 것이 유기농이다. 엽채류는 저농약이나 무농약 인증으론 한계가 있다”며 “모든 엽채류 농가들이 유기농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친환경 농산물 학교급식 대해서도 할말이 많다. 납품업자가 일반농산물과 친환경 농산물을 함께 취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 원협마저 쌀 농가 위주로 지원하다보니 엽채류 까지 혜택을 받기가 힘들다.

김 회장은 “학교에서 자부담 구입부분을 납품업자로부터 친환경농산물을 공급받는 경우가 많다”며 “친환경농산물은 일반급식업체가 함께 취급할 것이 아니라 원협과 같은 전문 기관에서 통합관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김 회장은 3만3천여㎡(1만평)에서 연간 2백 톤의 부추를 유기농으로 생산하고 있다. 이중 1백 톤은 원협에 납품하고 있으며, 생협연대에 50톤, 일반 공판장에 50톤을 출하한다. 150톤을 팔기위해 50톤은 여유분으로 희생한다. 한번 병이 오면 1년에 한 번도 수확을 못할 수도 있는 만큼 다 판다는 생각을 버리고 여유 있게 지어서 남는 것은 일반 공판장으로 판매 하고 있는 것이다. 부추는 겨울에만 재배한다.

주변에 벼 관행농사가 많다보니 농약이 날아올 수 있어 안전한 농산물 출하를 위해 여름농사는 짓지 않는다. 대신 김 회장은 여름엔 깻잎 등 다른 엽채류를 생산한다. 깻잎 재배 농가들이 함께하는 ‘녹색작목반’의 총무를 함께 맡고 있는 김 회장은 깻잎 식품가공공장을 설립하는 것이 꿈이다. 깻잎 가격이 비쌀 땐 시장에 내다 팔고 가격이 쌀 땐 김치를 담가 향토음식으로 판매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우선 20여 깻잎 재배 농가가 생산한 깻잎을 염장처리하고 이를 저장할 수 있는 50평 규모의 시설만 설치가 필요하다. 하지만 9천여만 원에 이르는 예산이 만만치가 않다. 올해 시 지원을 요청했지만 여성 창업만 가능하다는 조건을 충족치 못해 무산됐다.

김 회장은 “친환경 식품회사가 설립되면 작복반에서 생산된 김치는 학교급식이나 쇼핑몰 등에 납품할 계획이다”며 “깻잎을 1차 염장처리만 해도 식품공장에서 서로 가져가려 하는 만큼 내년에 다시 추진해 꼭 성사를 시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 회장은 소비자들을 농장에 많이 오게 해 직접 농사를 체험케 하고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앞으로 농가들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관광농업을 주창하고 나선 것이다. 이를 위해 식품가공공장과 더불어 숙박시설도 함께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120여 가족이 마을을 찾았으나 체험 후 음식을 먹을 공간이 없어 도로가에 박스를 깔고 식사를 했던 열악한 상황을 경험했던 터라 열망은 더욱 크다.

김 회장은 “친환경 오리와 돼지, 소도 함께 키워 관광농원 만들 계획이다”며 “자체적으로 하기엔 너무 더딘 일이라 시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해 줄 것”을 당부했다. 자부담은 농민들이 여유가 없어 초기 투자가 힘들면 먼저 투자하고 성공한 후에 회원들에게 돌려받겠다는 결심이다. 광양역사 이전을 좋은 기회로 삼아 관광농업을 육성해 유기채소와 유기된장, 친환경 고기를  먹고 사가게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희망을 꿈꾸는 김승기 회장의 성공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