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품제도’로 경쟁력 키운다
‘4품제도’로 경쟁력 키운다
  • 최인철
  • 승인 2009.12.03 10:39
  • 호수 3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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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독서·한자·컴퓨터 특성화교육 아이들 꿈이 자란다

백운저수지가 손에 잡힐 듯 내려다보이는 곳에 62명의 아이들이 도란도란 마주앉아 삶을 배우고 있는 봉강초등학교. 지난 2007년부터 교장 초빙제를 실시하고 있는 봉강초의 교사들은 ‘무엇이 학생을 위한 교육활동인가’를 가장 먼저 고심하는 학교다. 교육여건도 어느 학교 못지않게 조성돼 있다. 없던 도서관을 마련했고 과학실과 컴퓨터실도 리모델링했다. 유치원 건물도 따로 없었으나 과감한 투자를 통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환경을 조성했다.

수업을 받는데 지장이 없을 만큼 교실개선에 힘써 아이들의 정서에 맞는 교실을 가꾸고 있다. 급식실도 현대식 식탁으로 바꿔 학생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신경을 쓰고 있다. 광양시의 지원으로 학교 숲도 조성됐다.

특히 학생들에 대한 선생님들의 칭찬도 힘이 된다. 한 선생님은 “정서적으로 우리 봉강초 아이들 만큼 순박하고 착한 학생 만나기가 힘들다”며 “특히 소외되거나 고립됐던 학생들이 차츰 친화적으로 변해 활발해지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면 흐뭇하기 그지없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봉강초에도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학부모 대부분 농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특별한 소득원이 없어 생활수준이 타 면에 비해 낮게 나타났다. 결손 가정이나 편부, 편모, 조손가정이 많아 학생의 학습에 대한 조력자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학교 주변이 도로와 인접해 교통 생활 지도에 어려움을 겪었고 광양읍이 생활권이어서 전출하는 학생을 붙잡을 방법도 마땅하지 않았다. 기초 학력 차이는 현저하지 않으나 스스로 공부하는 자세가 형성되지 않았다. 특히 고학년으로 갈수록 개인 학력차가 심했고 학습 내용을 파악하고 요약해 전달하는 능력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교육의 질 저하가 문제점이었다. 장길상 교장은 “적당한 경쟁력이 없다 보니 자기실력에 안주하는 경향이 학생들에게 있었다”며 경쟁의 계기를 마련해 주는 것을 최선 과제로 꼽았다. 이 같은 현황파악에 따라 봉강초는 다양한 교육 과정 운영으로 학교 교육의 신뢰성을 회복하는데 주력했다. 봉강초의 선택은 4품제도였다. 4품제 급수인증이란 기초·기본 학력과 창의력 신장에 가장 필수적인 독서와 한자, 세계화 정보화시대에 꼭 필요한 컴퓨터, 영어의 4개 품제에 대한 지도를 통해 기초·기본 교육을 충실히 하고, 21세기 세계화, 정보화, 글로벌 시대를 살아갈 학생들에게 필요한 내적인 힘을 길러주기 위한 제도다. 1품 영어 급수인증, 2품 한자 급수인증, 3품 독서 급수인증, 4품 컴퓨터 급수인증 등 4품제도를 운영한다.

4품제 급수인증 교육은 관련 교과, 창의적 재량활동,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 운영 등을 통해 지도한다. 학년별로 실정에 맞는 계획을 수립하고 품제별 공통 기준 급수를 제시, 전 학년 무학년제로 운영된다. 급수를 통과한 학생에게 연 2회 학교장이 인증서를 수여하고 있다. 1품 영어 급수 인증 방법은 학생 스스로 전라남도교육청 홈페이지에 접속해 도교육청에서 추진하고 있는 영어학력인증 문항을 해결한 후 인증(1급-4급)을 받고 학교장이 인증서를 수여한다. 영어교육의 활성화를 위해 영어로 진행하는 영어 수업을 전개하는 한편 Talk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광양외국어체험센터’ 체험학습도 실시하고 있다.

2품 한자 급수 인증 방법은 공인된 국가 수준의 자격시험에 응시하여 합격한 급수(8급-4급)로 인증을 받는다. 3품 독서 급수 인증 방법은 학년별로 제시된 필독도서를 선택하여 읽고 난 후 전라남도교육청에서 제작한 객관식, 단답형, 진위형, 선택형으로 출제된 문항을 평가받은 후 인증(1급-10급)을 받고 학교장이 인증서를 수여한다. 4품 컴퓨터 급수 인증 방법은 공인된 국가정보기술자격(ITQ)자격시험(A등급-C등급)을 응시해 합격한 자격증으로 인증을 받는다.   

더나가 “한 명의 낙오자 없이 가르치기” 라는 목표를 세우고 교육을 진행 중인 봉강초는 체계적인 학력관리시스템 구축과 교실수업개선으로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전체학생의 기본학력 정착 및 자기주도적 학습력을 신장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학력실태 파악을 시작으로 필수학습요소를 선정해 지도하는 한편 담임교사, 교장, 교감이 다함께 기본학력 책임제를 실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봉강초의 힘은 교직원들의 열정에서 비롯됐다. 장길상 교장은 “우리학교 선생님들의 열정은 어디 가서도 자랑할 정도”라며 “선생님들이 교육에 열심인 것은 물론 먹을 것부터 수업에 이르기까지 직접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장 교장은 “교육이나 학교운영 등도 선생님들이 스스로 결정하도록 하는 편”이라며 “모두가 어떻게 잘 할 것인가를 협의해 결정하면 스스로 열정과 책임을 가질 수밖에 없지 않느냐. 교장 한 사람보다 여러 사람의 생각이 모이면 훨씬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고 덧붙였다.

그는 “봉강초 학생들은 기초 학력 미달자가 없다”며 “인성은 어느 학교보다 좋다. 무엇보다 억지로 하는 교육 보다는 스스로 학습하는 게 효과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랑은 또 있다.
동창회 조직이나 선배들이 매년 장학금을 마련해 주고 6학년 졸업생들에게는 교복까지 맞춰줄 정도다. 열정이 함께 하는 학교, 사랑이 넘치는 학교, 후배사랑이 가득한 봉강초는 매일매일 전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