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페스토 운동에 거는 기대
매니페스토 운동에 거는 기대
  • 광양신문
  • 승인 2006.09.13 13:04
  • 호수 17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광주·전남지역 5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2006 지방선거 광주·전남지역시민연대'가 지난 28일 출범식을 갖고, '매니페스토(manifesto·대국민 정책계약)' 운동 확산에 본격 돌입했다. 출마자가 목표, 우선순위, 기간, 일정, 예산 등을 정확히 갖춘 공약을 제시하고 그에 따라 평가받도록 하자는 것이다. 유권자들을 현혹시키는 무책임한 공약(空約)을 막고, 정책대결 선거로 유도하자는 게 근본취지다. 이 운동의 확산으로 아직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우리의 선거문화를 일신시키고, 책임자치 풍토를 구현하는 전기(轉期)로 삼아야 한다.

그간 지방의회는 4번째, 단체장은 3번째 치러진 지방선거 과정에서 경험했듯 출마자 대부분은 말로만 정책대결을 되뇌었을 뿐 실제로는 '안 되면 말고'식 선심성 공약과 정책을 숱하게 남발해왔다. 자치단체의 능력이나 권한 등 현실성을 감안하지 않은 헛된 약속은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한 유권자의 불신을 초래하기에 이르렀고, 면밀한 타당성 검토 없이 무리하게 착수한 사업은 지자체의 재정 파탄으로 이어지기 일쑤였다. 더욱이 이번 5·31선거는 기초의원까지 정당공천제를 시행한 가운데 중앙 정치의 대리전 양상으로 변질되어가고 있음도 심각한 문제다.

지역 살림을 책임져야 할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출마자들이 지역 민생과 직결된 현안과 정책을 내놓기보다 중앙 정치활동과 연관된 허황되고 공허한 구호를 앞세울 가능성이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광주·전남시민연대가 교수 및 학술단체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자문교수단과 더불어 자치구별로 유권자위원회를 두는 등 검증체계를 마련키로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공약의 옥석을 가려내준다면 유권자들이 적임자 선택 과정에서 유용한 기준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차제에 이 운동이 사전검증뿐 아니라 당선 후에라도 예산낭비, 정책파탄, 부패, 인사 전횡에 대비한 사후 평가 등 근본적인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그러자면 선출직에 대한 주민소환제 도입은 필수적이다. '정책선거'를 통해 지방자치도 한 단계 성숙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때다. 여기에는 성숙한 유권자의 의식이 뒷받침돼야 한다. 헛된 공약인지 알면서도 인맥에 얽혀 표를 던지는 무책임한 행위가 개선되지 않는 한 정책 선거문화의 정착은 요원하다.

지금 선진국 유권자의 관심의 추세는 납세와 정책 그리고 집행에 관련된 문제임을 주지하고 내가 낸 세금이 어떻게 거두어지고 어떤 분야에 어떻게 투자되며 집행되는지는 그 누구보다도 유권자가 챙겨야할 몫이라고 본다.

이번 선거의 가장 큰 특징은 매니페스토(Manifesto)의 도입이다. 유권자를 현혹하기 위한 희망사항을 열거하는 공약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공약을 통하여 정정당당한 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유권자 여러분의 열띤 동참을 기대한다.
 
입력 : 2006년 03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