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소비자 인식변화가 우선”
“친환경, 소비자 인식변화가 우선”
  • 박주식
  • 승인 2010.01.14 09:59
  • 호수 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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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으로 고추 생산하는 김기태 씨

 우리식탁에 고추만큼 유용한 식재료도 드물다. 오랜 역사를 가진 고추는 예전부터 갖가지 음식과 궁합을 맞추며 우리들에겐 없어서는 안 될 먹을거리다. 특히나 된장에 찍어먹는 풋고추는 우리 조상의 지혜를 느낄 수 있는 방법으로 서로의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할 뿐 아니라 그 맛에서도 으뜸이다.

여름날 땀방울이 송송 맺히며 입맛을 돋우던 풋고추. 하지만 요즘은 계절과 상관없이 그 맛을 즐길 수가 있다. 진상면 지원리 방동마을 김기태 씨. 그는 우리지역에선 드물게 고추와 피망(단고추)을 시설원예를 통해 친환경으로 재배하고 있다.


김기태 씨가 시설원예를 시작 한 것은 25년 전. 군을 제대하고 부산에 직장을 구해 사회생활을 시작할 즈음 먼저 고향에서 비닐하우스를 하고 있던 동생이 군대를 가게 됐다. 하던 농사를 중단할 수 없었기에 그는 부산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돌아와 동생이 하던 일을 대신 맡았다. 그리고 25년, 그렇게 시작한 비닐하우스 농사는 그의 천직이돼 오늘까지 단 차례의 한눈 팜도 없이 지속되고 있다.

김기태 씨가 주로 해왔던 작물은 오이와 호박이었다. 이미 7년 전부터 친환경 농업으로 전환했던 그가 고추와 피망 재배로 돌아선 건 3년 전부터다. 비닐하우스에 보온 덮개를 하다 보니 흑서병이 발병 호박 농사를 더 이상 할 수 없어 토마토를 한 해 하고 고추를 시작했다.

고추 600평에 피망 300평. 10월 중순에 정식해 이듬해 2월까지 재배하는 고추농사는 주로 학교 급식용으로 원협에 납품된다. 하지만 문제는 학생들이 학교급식을 먹지 않는 방학이다. 학교 급식이 없으니 상품을 납품할 곳이 없다. 생산농가가 많으면 방학을 해도 일반유통업체를 통해 출하를 할 수 있지만 양이 적으니 유통업체를 못 잡아 애로를 겪는다.

노력한 만큼 대가 따르는 농업 돼야

우리지역에서 나는 친환경 풋고추 이지만 학교 급식을 제외하곤 지역 내 소비는 전무하다. 원협의 노력으로 서울업체에 1주일에 20박스를 납품할 수 있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처음 하우스 농사를 시작할 땐 상당히 수입이 좋았다. 그땐 고생은 되도 열심히 노력한 만큼 돈을 벌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투자 한 만큼 돈이 안 된다” 김기태 씨는 “처음에는 돈을 벌려는 욕심에 친환경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무의미 한 일이 됐다”며 “미래 농업은 모두가 다 친환경으로 가야하기에 꿋꿋이 친환경농업을 고수하고 있다”고 한다.

친환경농업은 그에게 득 보단 어렵고 힘듦을 더 많이 안긴다. 비싼 친환경 약제 값에 손이 많이 가니 인건비 지출은 늘고, 연료비 까지 많이 들어 노력한 만큼의 대가엔 턱없이 모자라다. 특히나 고추농사는 병이 많은 흰가루 진딧물 일주일에 한 번씩 친환경약제로 방제해야한다. 한번 치는데 12~13만원씩 들어가는 약값이 장난이 아니다.

김기태 씨는 “약값에 인건비를 제하고 나면 남기야 남지만 노력한 만큼의 대가를 기대하긴 힘들다”며 “시에서 친환경 약제 보조라도 해주면 도움이 되겠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아 아쉽다”고 한다. 그래도 친환경은 해야 한다는 게 그의 고집이다. 고추는 껍질을 벗기거나 깎아서 먹는 것이 아니라 바로 먹는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밥상이 보약인데 농약으로 재배한 고추를 밥상에 올려 사람들이 먹게 할 순 없다는 생각이다.

그는 “친환경농법으로 재배한 고추는 일반재배 방식의 고추보다 건강·기능성 물질 함유량이 2-4배 많다는 농업기술연구원의 연구 결과가 있었다”며 “소비자들이 먼저 찾는다면 지역의 대형 농산물판매점에서도 친환경으로 재배된 농산물을 판매하게 될 것”이란 희망이다.

땅을 건강하게 보존해 후손들이 지속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하며, 소비자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친환경농법. 이를 실천하는 농민이 더욱 분발 할 수 있도록 소비자가 먼저 깨우쳐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