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관리의 첫 걸음 유머경영
갈등관리의 첫 걸음 유머경영
  • 광양신문
  • 승인 2006.09.13 13:07
  • 호수 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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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광 신 / 한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흔히 서양은 유머와 웃음의 과밀지대요, 동양은 유머와 웃음의 과소지대라고들 한다. 유머와 웃음이 몸에 배어있는 외국인들과는 달리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머를 구사하는 일에 별로 익숙하지 못하다.

  하지만 우리의 삶에 유머가 깃들여있다. ‘달아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달에 이태백이 나 참... 문제는 화가 났을 때나 갈등이 발생했을 때 관리차원에서의 유머가 부족하다. 유머로 갈등을 관리하고 유머로 조직의 분위기를 바꾸어 나가는 유머경영이 필요하다.
  유머경영은 조직을 신바람나게 일하는 분위기로 전환시켜준다. '유머는 조직의 윤활유'다. 윤활유가 여러 기계의 작동을 원활하게 하듯이 유머는 인간관계를 부드럽고 원만하게 해준다. 조직생활에서 가장 힘든 것이 인간관계라고 한다. 인간끼리 부닥치다 보면 무수한 갈등이 있게 마련이다. 그 중 대표적인 것들이 노사갈등, 고객과 직원간의 갈등, 부서간의 갈등, 신세대와 구세대간의 갈등 등인데, 이러한 갈등이 제 때 해결되지 못하면 조직은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유머경영은 갈등을 해결하거나 예방해주는 윤활유와 같다.

  21세기는 High Tech인 고도의 기술사회와 High Touch인 고도의 인간중심사회가 될 것이라고 앨빈 토플러는 말하였다.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 중 하나가 유머이며, 이는 동양이나 서양이나 공통된 High Touch기법이다.

  어느 대기업의 입사시험에 ‘I can't understand’라는 문장을 해석하라는 문제가 나왔다. 어느 지원자는 ‘나는 물구나무를 설수 없다’라고 해석을 했는데, 이 해석에는 재치와 유머가 함께 들어있다. 오늘날 필요로 한 인재이다. 유머 대통령으로 잘 알려진 레이건대통령의 일화중 하나가 있다. 어느 날 기자회견 때 기자들의 짓 굳은 질문에 그만 “Son of bitch!”라는 욕을 하고 말았다. 화가 난 기자들은 SOB라고 적은 티셔츠를 다음날 레이건대통령에게 전달해 주었다. 레이건 대통령도 불쾌하게 생각했지만 다음날 기자회견을 자청하여 기자들에 다시 한번 감사표시를 한다고 서두를 꺼내었다.

기자들은 어리둥절할 수 밖에 없었다. 여러분들이 전해 준 SOB라는 티셔츠를 보고 예산을 절감(saving of budget)하라고 충고해 준데 대해 매우 감사들인다는 것이다. 갈등으로 심화될 사건이 한편의 일화로 남게 되었다. 또한 일본 총리중 애꾸눈을 가진 총리가 있었는데, 반대론자들이 장애를 가진 주제에 총리 일을 잘 수행할 수 있겠느냐고 비알랑거리자. 그 총리는 “일목요연(一目瞭然)하게 일을 처리하라”는 뜻으로 알겠습니다. 자신의 신체적 약점을 갈등이 아닌 유머로 풀어나간 것이다. 얼마나 재치가 있는 것인가. 요즘 개그 중에는 외모나 신체적 약점을 가지고 웃음을 자아내는 유머가 많다. 좀 씁쓸하다.

  하얀 머리카락과 수염을 가진 노인이 “백돼지는 낳을 때부터 흰털이었고, 고양이도 낳을 때부터 수염을 달고 나왔어”하면 모두들 잔잔한 미소를 짓게 된다. 하얀 머리카락과 수염이 묵은 것이 아니라 모두 새롭다는 것이다. 여유가 숨쉬고 있다.   

  어느 날 식당에서 준 국 속에 파리가 둥둥 떠다닌다. “고기를 주니 감사하긴 한데, 난 다이어트중이라 채식만 먹습니다.” 이는 남에게 공격을 받았을 때나 부득이 상대를 공격하거나 설득할 때 사용하는 Yes & but기법이다. 남을 당황하지 않고 어느 정도 배려해주면서도 자신의 의견을 충분히 전해주고 있다. 어느 정도 따뜻함도 담겨져 있다.

  재치, 여유, 따듯함이 묻어나올 수 있는 유머경영이 필요하다. 조직에서 신세대 부하를 상대하거나 고객을 상대하는데 이젠 더 이상 우격다짐이나 일방적인 통보로는 대화가 안 되고 설득이 안 된다. 갈등은 조그만 일에서 시작되며, 이는 유연한 커뮤니케이션의 부재로 인해 발생된다. 급기야 심장의 상처로 이어진다. 유머와 웃음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개인간, 부서간, 조직간 갈등을 사전에 줄이는 도구로 활용한다면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가는 경영혁신기법보다도 생산성을 높이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유머로 얼굴에 웃음을 짓는 순간 갈등이 대화의 시작으로 변하게 된다. 오히려 용기와 기쁨, 일체감 등이 느껴지면서 조직을 위해 신바람나게 일하게 된다. 똑같이 절망적인 상황에 처해있어도 웃음이 있는 조직은 결코 여유와 희망을 잃지 않는다. 유머와 웃음은 성공하는 조직이 반드시 갖춰야 할 커뮤니케이션 과정중 하나다.
 
입력 : 2006년 04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