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의 대화’ 꼭 해야 하나?
‘시민과의 대화’ 꼭 해야 하나?
  • 이성훈
  • 승인 2010.01.28 09:51
  • 호수 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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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시는 해마다 1월에서 2월 사이에 시민과의 대화를 실시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의 현장 목소리를 담고 현안에 대해 꼼꼼히 챙기겠다는 이성웅 시장의 의지다. 시민들도 대화의 장소에서 시장을 비롯해, 의원, 관련 공무원들로부터 직접 답변을 들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본 기자는 해마다 시민과의 대화에 참석하고 취재하면서 다양한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같은 사안으로 기자수첩을 여러 번 쓰는 것도 ‘시민과의 대화’가 유일하다. 이 행사가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다는 것을 기사를 통해 숱하게 지적해왔다. 과거 권역별로 지정해 시민과의 대화를 추진했던 광양시는 언론의 따가운 지적을 받고 읍면동별로 구분해 실시하고 있다. “검토하겠다. 알아보겠다”는 형식적인 답변에서 벗어나 “된다, 안된다”라는 비교적 명확한 답변으로 발전한 것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시민과의 대화는 여전히 단점 투성이다. 우선 각 지역 참석자들이 과연 일반 시민인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아쉽게도 참석자 대부분은 이ㆍ통장들이거나 지역사회 단체장들이다. 일반 시민들이 참석하면 좋겠지만 하루하루 빠듯한 삶에 시민과의 대화에 참석할 여유는 별로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각 지역 이통장과 기관ㆍ단체장들이 이를 대신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시는 그동안 각 읍면동별로 지역 현안에 대해 미리 파악한 후 시민과의 대화에서 질의응답을 받아왔다. 대부분 예상 질문을 간파하고 있다는 얘기다. 언론에서 시민과의 대화를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지적하는 것도 이 부분 때문이다.

지역 현안에 대한 질문을 파악했다면 이를 토대로 확인한 후 가부 결정을 보내주면 된다. 굳이 시민과의 대화를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요즘은 인터넷 시대이다. 시민들은 시에 대한 요구를 언제나 인터넷을 통해 문의할 수 있고, 현안 가부에 대한 답변도 받을 수 있다. 지역별로 의원들이 있어서 의원을 통해서도 충분히 지역 현안에 대해 의견을 표출할 수 있다.

시는 “투명한 열린 행정과 감동 행정을 실현하기 위해 시민과의 대화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통장, 지역단체장들이 참석한 자리에 어느 질문이 나올지 뻔히 파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투명한 열린 행정과 감동 행정이 나올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시민과의 대화에는 시장과 의원만 참석하는 것이 아니다. 관련 공무원이 수십 명씩 자리를 함께하고 있다. 몇 십 명씩 한꺼번에 청사를 비우는 것이 효율적인 행정인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