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농산물에 대한 관심 우선 돼야
지역 농산물에 대한 관심 우선 돼야
  • 박주식
  • 승인 2010.02.11 10:01
  • 호수 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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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지역 친환경농가를 찾아서


공해, 매연, 농약에 찌든 사람들에게 맛있게 먹으면서 몸 안의 독소를 제거할 최고의 농산물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바로 미나리다. 미나리는 비타민이 풍부하고 칼슘 등 무기질이 많은 알칼리성 식품으로 해독, 해열, 고혈압, 심장열병, 치료에 효능이 있으며, 날것으로 회무침, 김치 등에 넣어 먹으면 특유의 향과 청량미를 더 해 준다. 특히 주당들이 숙취해소에 좋다고 즐겨 찾는 복국은 복어가 숙취제거에 좋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숙취제거를 하는 것은 복국에 꼭 들어가는 미나리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 미나리를 깨끗한 환경에서 순수 친환경 농법으로 생산하는 곳이 있다. 옥곡면 원적마을의 노원철 씨가 바로 그 주인공. 노 씨가 660㎡(200평) 비닐하우스 2동에 미나리를 재배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3년. 서울에서 20년 가까이 직장생활을 하다 1984년 고향인 원적마을로 귀농해서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우리지역에선 흔하지 않은 미나리 재배에 나선 그는 농약사용으로 황폐화된 땅을 복원하기 위해 3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2006년엔 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으로부터 무농약 친환경 농산물 인증을 받았다. 노 씨의 미나리 재배는 시 친환경농업대학 수강에서 시작됐다. 오랜 도시생활로 잊혀진 농사기술을 다시 습득하며 난방비 부담을 줄이고 부족한 기술력으로도 가능한 작물로 미나리를 선택 한 것. 미나리는 비싼 기름을 때며 난방을 하지 않아도 되고 또 아무데서나 잘 자라는 특성이 있기에 다시 농사를 시작하는 그로선 당연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판로였다. 청정지하수를 사용해 친환경 미나리를 생산해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파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학교 급식으로 납품하고 남은 미나리는 옥곡장이나 중마시장, 광양장에 내다 판다. 친환경으로 생산한 미나리는 일반 생산품보다 20~30% 비싸지만 장에 내다 팔 땐 차이가 없다. 하지만 미나리는 출하시기를 놓치면 부패가 되는 특성이 있어 이렇게라도 팔아야 한다.

한때는 지역 내 식당을 찾아다니며 납품을 청해도 봤지만 처음 한두 번 찾았을 뿐 계속 찾질 않아 거래가 중단됐다. 찾아만 준다면 언제라도 납품이 가능한 그로서는 아쉬움이 컷다. “농촌은 나라의 근간이자 천하지대본”  노원철 씨는 “소비자들의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인식이 아직도 멀었다”며 “친환경농업은 농민의 노력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관심이 함께 할 때 활성화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우리지역에 친환경 미나리가 생산되는 줄 몰라서 못 쓰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라며 “소비처와 가격만 맞는다면 언제든지 납품을 해 줄 수 있는 만큼 지역농산물에 대한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현재 노 씨는 주업인 미나리 이외에도 감자와 배추, 열무를 친환경으로 재배해 학교 급식으로 납품하고 있다. 또 밤과 감, 매실도 친환경 인증을 받아 재배하고 있으며, 2천 평의 논농사도 함께 짓는다.

노 씨는 “이제는 농촌도 복합 영농을 해야 한다. 농사짓는 사람에게 있어 쌀은 근본이 되기 때문에 당연히 해야 하고 과수와 하우스 농사를 함께 해야 들쭉날쭉한 농산물 가격 속에서도 농가 수입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는 “농촌은 나라의 근간이자 천하지대본이다”며 “농촌이 먼저 살고 산업사회가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업기반을 확고히 하지 않고 산업 사회가 발전한 선진국이 없으며, 식량이 무기가 되는 날, 아무리 돈이 있어도 필요한 식량을 확보할 수 없을 때를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노 씨는 “언젠가 텔레비전을 통해 외국에서 수입되는 밀이 몇 년이 지난 재고에다 방부제로 인해 국민건강을 해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적이 있다”며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면 그런 해로운 것은 안 먹어도 될 것이란 생각에 더욱 농촌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방학이 끝나 학교 급식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노 씨의 몸이 바빠지고 있다. 한번 베어내고도 두 번을 더 수확할 수 있는 미나리이기에 7월까지는 쉼 없이 출하가 계속된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고향을 지키며 땅을 살리는 친환경 농사를 계속 짓겠다는 노원철 씨.

그는 “젊은이는 없고 노인들만 농사를 짓고 있는 현 상황은 농촌의 위기다”며 “농촌에서도 도시 못지않게 문화혜택을 누리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 대책을 마련함으로써 젊은이들이 찾는 우리의 농촌이 되길 기대한다”고 소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