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인사들, 이제 시민의 품으로 돌아가자
VIP 인사들, 이제 시민의 품으로 돌아가자
  • 이성훈
  • 승인 2010.03.11 09:51
  • 호수 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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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드래곤즈가 지난 7일 올 시즌 홈 개막전을 개최했다. 울산과의 경기에서 3-3으로 비겨 아쉬움을 남겼으나 오랜만에 골 맛을 본 팬들의 환호가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특히 시민 한마당 축제도 열려 어느 개막전보다 더욱더 많은 볼거리를 남긴 하루였다.

드래곤즈 본부석에 위치한 방송사 중계석 바로 밑에 있는 기자석에서 경기장 전체를 바라다본다. 온통 드래곤즈를 상징하는 노란 물결이다. 하긴 관중이 2만3천명 왔다고 하니 이번 개막전은 비록 승리를 따내진 못했지만 재미와 흥행 면에선 성공작이다.

기자석에서 바로 밑을 내려다보면 VIP석이 있다. 전남은 올해도 박준영 전남도지사를 비롯해 이성웅 시장, 각 기관장, 기업인 대표를 초청해 VIP석에 모셨다. 구단으로서는 이들을 초청하고 예우하는 것은 당연한 업무다.

VIP들도 대부분 경기가 끝날 때까지 박수와 응원을 보냈다. 하지만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아쉬운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VIP 좌석에 앉아있는 사람 어느 누구도 시민들과 직접적인 만남을 하지 않는다. 골 넣으면 박수치고 그들끼리 이야기 몇 마디 나누는 것이 전부다. 어쩌다 가끔 경기장을 한 바퀴 돌면서 시민들과 악수를 나누는 정도가 VIP들의 모습이다.

VIP는 왜 그 좌석에만 머물러 있을까? 신변의 안전 때문에? 초청해준 구단에 대한 예의 때문에? 바쁜 일정으로 경기장에만 잠깐 들러 떠나야 하기 때문에? 경기 관람을 편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마지막을 제외하고 어느 것도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정치인의 경우 더욱 더 그렇다. 시민의 표로 먹고 사는 정치인이라면 더욱더 시민의 품으로 돌아가야 한다. 일반석에 앉아 비도 맞고 쨍쨍한 햇볕도 쬐어가며 시민과 함께 응원한다면 얼마나 친근하게 여기겠는가. 응원하면서 막걸리도 한잔씩 한다면 시민들은 정치인, VIP 에 대한 인식을 다시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 또한 시민들과 직접 만남으로서 이미지를 높이는데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지금은 다른 곳에 있지만 어느 기관장은 홈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직원들과 함께 응원석에서 경기를 관람한다. 구단에서 VIP석으로 모셔가려고 해도 한사코 거절했다고 한다. 직원, 시민들과 함께 마음껏 응원하며 맥주도 한잔씩 했던 그 기관장은 관중석이 편하고 경기를 마음껏 볼 수 있어서 좋다고 한다.

VIP들, 특히 정치인들은 이제 시민의 품으로 돌아가길 권유한다. 시민들과 악수만 나눌 것이 아니라 경기 자체를 직접 즐겨보라는 뜻이다. 함께 응원한다고 해서 어느 누구도 손가락질 할 사람은 없다. 정치인들은 제발 VIP 좌석에만 앉아 있지 말고 일반석에서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VIP들에게 한 가지 더 지적하고 싶은 것이 있다. 초청 인사기 때문에 당연히 입장권 없이 경기장을 찾았을 것이다. 이들 중 연간 회원권을 끊은 인사는 과연 몇이나 될까. 상징적으로나마 VIP들이 3만원 회원권을 산다면 그 자체로서 파급 효과는 클 것이다.   

구단도 이제 VIP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 정치인, 기관장, 리더만 VIP는 아니다. 스폰서 기업은 물론, 해마다 연간 회원권을 끊고 가족과 함께 오는 팬들, 구단 창단 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홈 경기장을 찾는 팬, 오랜 기간 서포터즈 활동을 하며 열렬히 응원하는 팬도 당연히 VIP다. 구단도 이제는 이런 사람들을 발굴해 VIP에 대한 고정관념을 탈피해야 한다. 

전남은 일요일인 오는 21일 오후 1시 경남과 홈경기를 앞두고 있다. 이번 홈경기에는 경기장 곳곳에서 VIP 인사들과 시민들이 함께 응원하는 멋진 모습을 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