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화야 힘내! 우리가 있잖아”
“설화야 힘내! 우리가 있잖아”
  • 최인철
  • 승인 2010.04.12 09:23
  • 호수 3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설화 양 ‘골육종암’ 투병… 중진초 모금운동
전설화 어린이
10살 박이 어린 설화는 아프다. 지난 2005년 10월 부산에 살던 설화의 나이는 고작 다섯 살. 당시 어린이집에 다니던 어느 날 설화는 자주 다리가 아프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하지만 어른들은 단순한 성장통 이겠거니 했다. 찾아간 동네의사들도 그랬다. 조금 있으면 낫는다고. 어린 아이들은 흔히 그럴 수 있다고.
엄마는 그런 설화를 광양에 있는 외할머니댁에 잠시 보냈다. 혼자 아이를 키우며 직장생활을 하는 게 벅차기도 했지만 막무가내로 어린이집에 가겠다고 고집을 피우는 설화를 막을 수가 없어서였다.

어린이집에는 가지 않았지만 여전히 설화는 걷기 힘들 정도로 아팠다. 아니 시간이 갈수록 통증은 더 심해졌다. 결국 외할머니의 손을 잡고 아픈 설화는 병원을 찾았다. 단순히 어떤 증상 때문일까 하는 생각에 별 뜻 없이 찾아간 병원이었다. 하지만 검사를 끝낸 의사의 표정은 심하게 굳어있었다. 그리고 의사가 말했다. 좀 더 큰 병원으로 가보는 게 좋겠다고.

의사의 말을 듣고 부랴부랴 엄마가 살고 있던 부산의 한 대학병원을 찾아 MRI 등 진단을 받은 결과 골육종암이라고 했다. 생소하기 그지없는, 그러나 다리를 잘라내야 할지도 모른다는 무서운 의사의 말을 듣고 가족들의 무릎이 순간 꺾였다. 눈앞이 캄캄했다. 병상에 누워있는 설화를 부여잡고 엄마와 외할머니는 굵은 눈물을 삼켰다. 어린 설화가 이겨내야 하는 병마를 생각하니 가슴이 무너졌다. 그렇게 뼈와 살을 깎는 고통 속에 5년의 세월이 흘렀다. 설화도 티 없이 예쁘게 자라 초등학교 3학년이 됐다.

투병 중인 손녀를 떠올리던 외할머니 김재임(61) 씨는 이미 눈물이 가득했다. 김재임 씨는 “설화는 성격이 밝고 명랑하다”며 “하지만 아파도 가족들이 속 상할까봐 아프다는 소리 한 번 안하는 것을 지켜볼 때면 억장이 무너진다”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외할머니와 엄마와 같이 살고 있는 설화는 지난 2일 서울원자력병원에서 다시 수술을 받았다. 이번 수술이 벌써 6번째다. 

설화가 앓고 있는 병명은 골육종암. 소아의 악성 골종양 가운데 하나다. 과거에는 주로 수술로 사지를 절단하는 게 유일한 방법이었고 최근에야 완치율이 향상됐지만 여전히 힘겨운 항암 치료는 피해갈 수 없는 일이다.

수술 후에도 병리 조직검사 소견을 확인해 암세포가 죽은 정도에 따라 다음 항암제 치료를 계속해야 한다. 수술 후에도 반드시 여러 약제를 병용해 치료해야 하는데 어린 설화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나날이다. 수천만 원에 이르는 치료비 마련도 병마와 싸우는 아이와 가족들을 지치게 만든다. 언제 끝날지 장담할 수도 없다. 엄마는 설화의 간병 때문에 직장을 그만둔 지 오래됐다. 자신의 치료비 때문에 가족이 힘들다는 것을 설화도 아는지 어느 날 일기장에는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속 깊은 곳의 말을 짤막하게 적어 놓기도 했다.

설화가 다니는 중진초등학교 전교생도 투병 중인 설화를 위해 고사리손으로 모금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번 모금운동에는 재학생은 물론 전 교직원이 참여해 설화를 응원하고 있는 것이다.
친구들이 생각하는 설화는 밝고 맑은 아이다. 며칠씩 병원치료를 받아야 하고 궂은 날에는 학교에 나오지 못하지만 성적도 최상위권에 속한다. 비록 외할머니가 밀어주는 휠체어에 의지한 채 이기는 하지만 학교에 가는 일이 가장 좋다고 말하는 아이다.

몸이 불편한 설화를 누구보다 먼저 도왔던 친구 김재림(10) 양은 “설화의 밝은 얼굴이 보고 싶다”며 “빨리 나아 같이 공부했으면 좋겠다”고 어린 마음을 보탰다.

설화의 담임 교사는 “너무 예쁜 아이다. 몸이 많이 아픈데도 웬만해서는 학교를 빠지지 않는다”며 “밝고 쾌활해 가끔은 아프다는 사실을 까먹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친구들이 하루 빨리 완쾌해 학교로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설화의 쾌유를 빌었다. 어린 생명을 위해 봄꽃 같은 따스한 소식이 어느 때보다 기다려지는 날이다.
후원문의: 중진초 794-7328

최인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