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산 고사리 사 먹는 사람은 복받아
백운산 고사리 사 먹는 사람은 복받아
  • 박주식
  • 승인 2010.05.17 09:23
  • 호수 36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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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지역 친환경농가를 찾아서-친환경 고사리 생산하는 강용웅 씨

멀리 고흥 팔영산을 마주하고 광양을 품에 안았으니 뭐라서 부러울까. 산에 오르면 가슴이 확 트이고 백운산 정기에 없던 힘도 솟아나니 지상천국이 따로 없다. 이익을 생각하기에 앞서 스스로의 만족에 즐거워 하니 누가 봐도 행복한 사람, 복 받은 사람이다.

옥룡면 용곡리 산 45번지 대방농장. 점토골로도 불리는 이곳은 예전엔 6가구가 거주를 했지만 지금은 모두 떠나고 강용웅 씨가 일군 넓은 고사리 밭이 펼쳐져 있다.

지난 2003년 이곳 땅 3만평을 매입한 강용웅 씨는 2008년부터 2만평에 고사리 밭을 조성해 지난해 첫 수확을 거둔데 이어 두 해째 고사리 채취가 한창이다. 청정 백운산에 자리한 고사리 밭은 밤나무 항공방제를 금지하고부턴 저절로 친환경이다. 그래서 강용웅 씨는 올해 고사리 채취를 시작하며 친환경 인증도 받았다.

강용웅 씨의 주업은 사실 고사리 재배가 아니라 양돈이다. 1968년 서울에서 빵공장을 시작해 부산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던 그가 양돈을 결심하고 고향인 성황으로 내려 온 것은 지난 1983년. 처음엔 부산의 제과점을 운영하며 돼지를 키웠다. 하지만 경험이 전무 했던 그가 양돈에 나섰으니 초기엔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실패와 좌절이 이어졌지만 낙담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다 사료파동을 피해보고자 사료를 자체 제조해서 먹이던 중 사료 분쇄기에 손을 다치는 일이 발생했다. 그로인해 도시생활에 불편을 겪게 됐고 그는 아예 고향으로 내려와 정착하며 돼지사육에만 전념했다.
이후 27년 동안 돼지 키우는 일에 몰두한 그는 현재 900여두의 돼지를 키우고 있다.

지난해엔 축산업의 친환경인증이라 할 수 있는 무항생제 인증도 받았다. 강용웅 씨는 “소비자들이 믿고 안전하게 먹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무항생제 인증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또 “사료의 질을 높여서 돼지를 키우기 때문에 성공한 편이다”며 “일반돼지는 지육 율을 67%를 받지만 우리는 71%를 받고 있다”고 자랑한다.
강 씨는 현재 월 130두~150두의 돼지를 출하하고 있으며 연간 순 소득이 1억원에 달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그가 고사리를 재배 하면서 부턴 ‘도랑치고 가재 잡은 격’이다. 다른 농가에선 양돈을 하면서 나오는 부산물을 처리하는데 애를 먹고 있지만 강 씨는 이를 고사리 밭에 살포하고 있다. 양돈 부산물 처리비가 절약됨은 물론 고사리 밭에 다른 비료를 하지 않고도 좋은 고사리 생산할 수 있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고’다.

양지바른 남향에 위치한 대방농장에선 올해 생고사리가 산 아래 지역보다 보름이나 빨리 나왔다. 강 씨는 10kg에 6만5천원씩 670kg의 생고사리를 서울로 올려 보냈다. 서울에서 그의 고사리는 인기 만점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고사리가 있었냐며 한창 주문이 쇄도할 즈음 백운산에 눈이 내렸다. 여린 새순은 냉해에 얼어 죽었고 그때 입은 손해가 500여만 원에 이른다. 이후 다시 시작된 고사리 수확에서 꺽은 고사리가 180kg(건고사리). 그리고 지금도 고사리 채취는 계속되고 있다. 대상들이 찾아와 서로 찾는 그의 고사리는 없어서 못 팔 지경이지만 아직 만족할 만한 고사리 가격이 형성 안 돼 보관 중이다.

“내가 먹기 싫으면 남도 주지 않아야”

강 씨는 비록 고사리 재배 경력은 일천하지만 고사리를 다루는 그만의 특별한 방법은 발명가 수준이다. 고사리 재배에 있어 그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묵은 고사리 대다.
고사리는 모두 자라면 가슴 높이까지 올라오는데 겨울이 되면 모두 바닥에 눕는다. 바닥에 수북이 쌓이면 그 높이가 30cm에 이른다.

다른 농가에서는 이를 예초기로 베어내 버리기도 하지만 그는 가랑비가 내려 마른 고사리가 촉촉이 물기를 머금고 있을 때 그가 만든 밀대로 눌린다. 수북이 쌓여있는 묵은 고사리 대를 눌러 그 높이를 10cm 높이 정도로 압착시키는 것이다. 강 씨는 “고사리는 올라오다 하늘이 보이면 잎이 갈라져 버려 상품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묵은 고사리대 관리를 잘해야 한다”며 “2월 달에 마른고사리를 비가 오는 날 눌러주면 고사리 밭이 깨끗할 뿐더러 고사리도 잘 올라온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에 고사리 재배를 먼저 한 대 선배들이 많고 그들 나름대로 기술이 있겠지만 이렇게 재배하는 농가는 드물 것” 이라며 “많이들 와서 배워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 씨는 고사리를 삶고 말리는데 있어서도 그만의 방법을 고안해 효율성을 기하고 있다. 농장 아래엔 그가 만든 가로1m, 세로1m50㎝, 깊이 45㎝의 스텐인리스 솥이 있다.

이 솥에서 한 번에 삶아낼 수 있는 고사리는 최대 80kg. 4사람이 온종일 채취한 고사리를 40여분 만에 삶아 낸다. 솥 옆엔 크레인 까지 설치돼 삶은 고사리를 수월하게 건져낸다. 땔감은 그의 농장에 있는 밤나무를 사용한다. 그는 밤나무를 한 번에 다 베어내지 않고 나무 밑동을 껍질을 벗겨내 죽게 만들고 서있는 밤나무를 차근차근 베어내 땔감으로 쓰고 있다. 그 많은 밤나무를 함께 베어냈다면 베고 치우느라 품삯이 많이 들어갔겠지만 이를 아끼고 에너지원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농가들은 일반적으로 삶은 고사리를 옥상이나 마당에 망을 깔고 말린다. 하지만 이런 이 방법은 건조시간이 오래 걸린다. 강 씨는 고사리를 스티로폼이든 샌드위치 판넬위에다 그물을 깔고 말린다. 위에선 태양이 내리쬐고 밑에선 판넬이 열을 받아서 다시 위로 반사하기 때문에 5시간이면 바싹 마른다. 짧은 시간에 건조가 이뤄지니 손도 덜 가고 상품성도 뛰어나다.

강 씨는 “남이 한 것을 따라 하기는 쉬워도 남이 안하는 것 개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내가 먹기 싫으면 남도 주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생산하는 청정 백운산 대방농원의 고사리를 사 먹는 사람은 복 받은 사람이다”고 자신했다.

거름을 주거나 풀을 제거하며 관리하는데 2개월, 채취하는데 2개월, 1년에 4개월만 정성 들이면 되는 고사리 농사. 곧 양돈을 접어야 하는 강용웅 씨는 고사리 농사를 건강을 지키는 직업으로 삼고 언제까지나 계속 이어 나간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