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마터미널 열악한 편의시설 이대로 놔둘 것인가
중마터미널 열악한 편의시설 이대로 놔둘 것인가
  • 이성훈
  • 승인 2010.08.30 09:30
  • 호수 3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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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서가 지났음에도 폭염이 연일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 비가 내려 한층 주춤해졌지만 기상청에 따르면 늦더위는 9월에도 이어진다는 소식이다. 요즘에는 공공기관, 편의시설 뿐만 아니라 웬만한 사무실, 가정에도 에어컨이 비치되어 있다. 전기세가 많이 나오는 게 흠이지만 무더위를 식히기에는 에어컨만한 좋은 시설이 없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중마동 어느 시설에 가면 에어컨도 없이 시민들은 무더위에 고통을 겪고 있다.

그곳이 바로 중마터미널이다. 터미널은 그 지역의 얼굴이나 다름없다. 버스를 탄 외부 승객들이 가장 먼저 그 지역 땅을 밟는 곳이 터미널이기 때문이다. 인구 15만 달성을 눈앞에 두고, 민선 5기가 취임한 후 이성웅 시장이 공약으로 1인당 시민 소득 5만달러 목표를 세우고 있지만 터미널 시설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지난 2002년 8월에 준공한 중마터미널은 조립식 건물로 대합실, 매표ㆍ매점, 사무실, 화장실 등을 갖췄다. 하지만 이곳을 이용하는 시민, 관광객들은 광양시 터미널 운영 수준에 한숨을 내두른다. 한여름 땡볕이 내리쬐는 이곳 대합실에는 문을 활짝 열어놓은 채 대형 선풍기 두 대만이 승객들의 더위를 달래주고 있다. 가만히 의자에 앉아 있노라면 온몸을 온통 땀으로 흠뻑 젖는다. 끈끈한 몸에 지쳐 승객들은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놓은 버스가 오길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중마터미널이 그 흔한 에어컨 한 대가 없어서 시민, 관광객들은 숨막히는 공간 속에서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의 기분이 어떨까? 시는 이렇게 기본적인 시설도 갖추지 않은 채 동북아 자유무역도시, 천혜의 자연 관광을 외치며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이 터미널을 이용하는 사람은 중마ㆍ광영ㆍ태인ㆍ금호 등 중마권 인구 10만 여명에 외지 승객까지 합하면 그 수를 헤아릴 수도 없다. 기자도 외지에 출장가면 당연히 중마터미널을 이용한다. 하지만 터미널에서 반겨주는 것은 후텁지근한 공기와 몸에서 배어 나오는 끈끈하고 불쾌한 땀의 흔적뿐이다. 선풍기 바로 앞에 몸을 대고 있자니 다른 사람들 눈치도 보이고 선풍기 바람이야 에어컨을 비교하면 시원함과 상쾌함은 비교할 수 없다.

터미널 시설이 이렇게 열악한 것은 무엇보다 정치인들의 책임이 크다. 당장 이성웅 시장을 비롯해 시의원들이 하루만 터미널을 이용해보길 바란다. 정치인들 체면도 있을 터이니 한 낮에 일반 복장보다는 넥타이를 매고 정장 차림으로 터미널 대합실을 이용해 볼 것을 요청한다. 아마 한 시간도 버티지 못하고 시원한 공간을 찾던지 당장 에어컨 설치를 요구할 것이다.

이래서 민생정치가 필요하다. 정말 시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보고만 받지 말고 직접 현장을 찾아보고 그 고충을 이해해야 참다운 시민을 위한 정치가 나올 수 있다. 말로만 시민 복지, 민생 정치를 펼친다면 누구나 정치인이 될 수 있다.

시에 문의한 결과 다행히 올 연말 예산을 세울 때 터미널에 에어컨을 설치할 수 있도록 예산을 세우겠다고 한다. 그리고 올해 안으로 터미널 현관 앞에 비가림 시설을 설치해 승객들의 불편을 덜어주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환영할 일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때늦은 감이 있다. 기본적인 시설마저 열악한 마당에 시민 소득 4만 달러, 5만 달러를 달성하면 뭐하겠는가. 앞으로 100년 설계도 중요하지만 지금 이 순간 시민들의 삶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주환경 개선, 문화관광 인프라 구축을 말로만 하지 말고 작고 현실적인 부분부터 실천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