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죽만 울린 우윤근 국회의원의 특강
변죽만 울린 우윤근 국회의원의 특강
  • 이성훈
  • 승인 2010.10.25 09:38
  • 호수 38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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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오후 2시. 시청 대회의실에서는 하반기 공무원 법률 교육이 열렸다. 두어 시간 열린 특강은 국회 법사위원장인 우윤근 의원이 강의를 맡았으며 공무원 200여명이 참석해 자리를 가득 메웠다. 주제는 ‘행정체제 개편 방안 및 광양의 미래’가 메인이었고 한국정치와 새로운 헌법질서, 그리고 우 의원의 히말라야 등반 이야기가 10여 분간 소개되면서 끝을 맺었다.

최근 광양만권 통합 논의가 정치권에서 제기됨에 따라 특별한 주제였기에 강의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고 경청했다. 이날 특강 결과를 우 의원 측에서 살펴보면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할 수 있다. 달변가인 우 의원이 적절한 사례도 제시하면서 비교적 재밌게 강의를 이끌어갔다. 마지막에는 지난 99년 우 의원이 등반했던 히말라야 K2 등정과정을 사진과 곁들어 가며 즐겁게 끝낼 수 있었다.

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속빈 강정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먼저 지적할 것은 이날 공무원들에게 제출된 자료다. 회의실에 들어선 공무원들은 노란 서류봉투에 당연히 통합과 관련된 자료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받았는데 자료는 우 의원 의정보고서와 지난 16일 한겨레신문에 게재된 한 논설위원의 칼럼이었다.
이 칼럼에는 우 의원이 열혈 개헌론자, 최근 출간한 책 ‘한국 정치와 새로운 헌법 질서’의 내용, 우 의원 개헌에 대한 소신 등이 담겨있다. 칼럼 복사본에는 친절하게 우 의원 활약이 강조된 부분에 밑줄까지 그어놓으며 과도한(?) 홍보를 했다. 행정체제개편에 관한 자료는 단 한 장도 없이 공무원들은 그냥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쳐다보며 강의를 수동적으로 들을 수밖에 없었다.

의정보고서야 이미 각 가정에 배달됐고 자신의 활약이 담긴 칼럼을 이렇게 공개적으로 공무원들에게 나눠준다면 너무 속보이는 홍보이다. 정 그렇게 알리고 싶었다면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나눠주고 이와 곁들여 의정보고서와 칼럼 복사본을 함께 동봉했으면 될 터이다.
강의 메인 주제인 행정체제개편안은 우 의원이 지난 9월 법사위원장에 있으면서 직접 방망이를 두드려서 통과된 것이다.

특히 우리지역에서 통합 논의는 매우 중요하고 민감한 사안이다. 이렇게 중요한 사안에 대해 자료도 나눠주지 않고 프레젠테이션만으로 대체한 것은 준비가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
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강의 역시 시간이 40여분 밖에 안 돼 앞으로 추진될 광양만권 통합의 표면만 훑은 꼴이 되고 말았다. 차라리 두어 시간 동안 광양만권 통합에 대해 공무원들과 진지한 토론 시간이 마련됐으면 좋았을 것이다.

두 번째 주제인 헌법강의. 약 20분간 진행된 이 강의 주제는 ‘한국정치와 새로운 헌법질서-여의도 정치, 과연 이대로 좋은가?’로 우 의원이 출간한 책에 담겨 있는 내용이다. 한국의 제왕적 대통령 권력구조를 분권형 대통령제 또는 독일식 의원내각제로 개헌할 것을 주장하는 내용인데 현직 공무원들에게는 직접적으로 상관없는 내용이다. 제목에서 말한 것처럼 여의도 정치가 잘못됐으면 정치권에서 풀어야할 문제이지 공무원들이 나설 일은 아니다.

결국은 우 의원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책선전과 자화자찬만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만하다. 우 의원은 마지막으로 10분 정도 강의를 정리하면서 지난 99년 히말라야 K2 등정 일화를 사진과 함께 짧게 소개했다. 짧은 시간 참석했던 공무원들도 사진을 보고 에피소드를 들으며 함께 웃고 가볍게 강의를 마칠 수 있었지만 3~4년도 아닌 10년이 넘은 등정 경험을 가지고 지금까지 이야기한다는 것은 지나친 우려먹기다. 우리는 지난해 통합논란에 대한 후유증을 충분히 겪었다. 우 의원은 2014년까지 어떤 식으로든 지자체간 통합이 추진 될 것이라며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중요한 사안이라면 이날 주제는 지자체 통합으로만 국한시키고 심도 있는 강의와 토론이 열렸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이번 강의는 시도는 좋았으나 형식과 홍보에 매달리지 않았는지 우윤근 의원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