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광촌’에서 ‘관광촌’으로 경쟁력 키운다
‘탄광촌’에서 ‘관광촌’으로 경쟁력 키운다
  • 이성훈
  • 승인 2010.11.08 10:11
  • 호수 38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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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강원도 영월-박물관 프로젝트로 ‘관광촌’ 꿈꾼다

지역마케팅이 지역을 살린다

강원도 영월의 동강 사진 박물관. 영월에는 현재 20개의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강원도 영월 ‘지붕 없는 박물관 창조도시’ 프로젝트

최근 각 지자체마다 마케팅에 상당히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어떻게 하면 지자체 이미지를 상승시킬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연구는 물론, 이를 통해 경쟁력 제고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기 위해 총성없는 전쟁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전략적인 홍보’가 곧 ‘경쟁력’인 것이다.

이를 위해 축제나 스포츠대회 유치, 스토리텔링을 통한 지역 마케팅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지자체들은 눈물겨운 경쟁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부분 지자체가 유사한 축제나 마케팅 따라 하기 식으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것이 일반적이다. 

이에 따른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역신문발전위원회에서는 공동기획취재 ‘지역마케팅이 지역을 살린다’를 주제로 지난 7월부터 국내, 해외 취재를 실시했다. 공동기획취재는 광양신문을 비롯해 전국 지역 일간지ㆍ주간지 15개 신문사가 참가했다.

일정은 9월 8~10일 남이섬-영월군-단양군-태백시-안동시를 다녀왔으며 9월30~10월8일 까지 오스트리아, 슬로베니아, 스위스, 이탈리아 등의 주요 도시와 농촌마을을 견학했다. 이에 본지에서는 국내외 사례를 살펴보고 광양시 마케팅의 현실, 시가 앞으로 추진해야할 과제 등을 점검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강원도 영월-박물관 프로젝트로 ‘관광촌’ 꿈꾼다

2. 춘천 남이섬, 단양 한드미 마을-발상의 전환이 경쟁력을 키운다
3. 오스트리아 바트블루마우-쓰레기장이 웰빙촌으로 변한 비결
4. 슬로베니아 블레드ㆍ노바고리차-자연 환경을 이용해 관광산업 활성
5. 이탈리아 베로나ㆍ밀라노-사계절 관광과 스토리텔링의 위력
6. 스위스 글래치ㆍ루체른-알프스 너머에 있는 문화의 힘
7. 광양시 지역 특화를 진단

 

별마로 천문대의 야경. 자연과 역사의 조화가 영월 박물관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강원도 영월군. 2읍 7면으로 이뤄진 영월군의 인구는 4만 명이 조금 넘는다. 광양읍 인구가 4만 4천을 넘었으니 영월은 인구로 따진다면 광양읍보다 규모가 작은 곳이다. 한때 탄광촌으로 국가 에너지 정책에 한 축을 담당했던 영월은 이제 ‘지붕 없는 박물관 창조도시’를 실현하고 있다. 

영월군은 지난 1960년대까지만 해도 태백ㆍ정선 등과 함께 태백 탄전지대에 속했다.
탄광업으로 국가산업의 원동력으로 자리매김했던 영월군은 1980년대 들면서 정부의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으로 석탄이 사양길에 접어들게 된다. 이후 영월 인구는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했다.

인구 16만의 도시가 이제는 4만 여명의 소도시로 전락한 것. 갈수록 규모가 줄어들자 영월은 어쩔 수 없이 살 길을 모색하기 시작한다. 고민하던 끝에 발상한 정책이 ‘박물관’이다.

영월이 박물관을 선택한 까닭

영월은 지난 1995년부터 박물관 고을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영월이 박물관을 선택한 이유는 자연적인 조건과 역사가 함께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영월은 자연관광자원과 역사 문화적 및 생태적 특성을 접목한 지역 살리기를 추진한다는 취지 아래 박물관 고을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영월의 자연 환경을 살펴보면 군내 면적의 88%가 산악지형이지만 관광자원이 풍부하다.
동강과 서강, 고씨동굴, 한반도 지형 등이 있고, 특히 동굴이 300여개에 달해 천혜의 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석회암 동굴, 돌리네, 라피에 등의 카르스트 지형이며, 스트로마톨라이트, 남북방곤충 피한지 등 생태ㆍ지구과학적으로도 가치 있는 곳이다.

영월은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방랑시인 ‘김삿갓’의 발자취가 묻어 있으며 강원도내에서는 유일한 조선왕릉인 장릉(단종역사유적)이 위치해 있는 중요한 곳이기도 하다.

영월은 이런 자연ㆍ문화적 조건을 등에 업고 박물관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이형수 영월군청 문화관광과장은 “영월군은 21세기가 문화를 강조하는 시기라는 점과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시기라는 점에 착안했다”면서 “문화의 보고, 콘텐츠의 보고가 박물관이라는 인식하에 영월군이 가진 지역성과 정체성을 개발, 육성하는 박물관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영월은 박물관이라는 3차 산업을 육성해 지역마케팅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일깨워 준 사례로 꼽힌다.

2005년부터 박물관 사업 본격 추진

영월군은 지난 2005년부터 신활력 사업으로 박물관 사업을 본격 추진하기 시작한다.  2005~2007년은 박물관고을 기반 조성 시기로 전체적인 틀을 계획하고 추진하기 시작했다.

2008년부터 올해까지는 박물관과 지역이 융합하고, 지역참여를 유도하는 한편 지역민들의 소득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는 시기로 잡았다. 영월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확산 시기로 정하고 △국내외 네트워킹 확산 △박물관 지식기반 사업 착수 △질적 수준 향상을 목표로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영월에는 미술, 문화, 자연사, 기타 등 4가지 테마로 20개의 박물관이 있다. 이들 박물관을 살펴보면
△미술 : 조선 민화 박물관, 묵산 미술 박물관, 국제 현대 미술관, 동강 사진 박물관, 영월 서강 미술관, 아프리카 미술 박물관, 영월 미술 박물관

△문화 : 단종역사관, 남고 김삿갓 문학관, 영월 책 박물관, 강원도 탄광 문화촌
△자연사 : 영월 곤충 박물관, 호야 지리 박물관, 별마로 천문대, 화석 박물관, 영월 동굴 생태관
△기타 : 호안 다구 박물관, 쾌연재 도자 미술관, 세계 민속 악기 박물관 곰 인형 박물관 등이다.
이밖에 7개 술샘 박물관 등 7개 박물관이 개관을 앞두고 있다. 

관광 활성화 ‘민-관-학’이 뭉쳤다

영월군은 지난해 박물관 문화행사를 연간 13회 개최했다. 또 주민을 박물관 직원으로 채용함으로써 200여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박물관을 포함한 유료관광객만  100만명을 돌파했고, 방문객에 따른 수입은 2008년 674억원에서 지난해 929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255억원이 늘어나는 등 경제적 파급효과를 누렸다.

영월 박물관 사업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박물관과 다하누촌을 접목한 캐시백(cash-back) 서비스다. 박물관 20개소는 영농조합법인인 ‘다하누’와 업무협약을 통해 관광객몰이에 나서고 있다. 박물관 입장권을 구매하면, 입장권은 포인트로 전환, 다하누촌에서 한우고기로 교환할 수 있다. 2만원 상당의 영월군내 박물관 티켓을 들고 다하누촌에 가면 관람료 전액을 환불 조치해 주거나 한우 2만원 어치를 공짜로 먹을 수 있는 셈이다.

이형수 과장은 “박물관과 다하누촌의 상생협력 전략은 영월을 찾는 관광객들이 더 오래 머물 수 있는 효과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다하누촌의 연간 방문객이 현재 2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에 따른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연 84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영월군은 향후 캐시백 서비스를 농특산물, 숙박, 음식점 등 전분야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강원도 영월=이성훈 기자

 

 

인터뷰-이형수영월군청 문화관광과장
“박물관, 민-관-학 삼박자 갖춰 경쟁력 높여”

이형수 영월군청 문화관광 과장은 “영월군 박물관 사업의 특징은 주민과 학계, 군 등 3개 조직이 협력해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우선 학계를 보면 지역협력단과 연세대ㆍ강원대ㆍ한국외대ㆍ세경대학 산학협력단이 자문단으로 구성돼 있다. 군에서는 공ㆍ사립 박물관, 박물관협회, 박물관자원봉사대, 박물관 및 미술관 지원 심의위원회가 영월군 박물관 사업에 한 축을 담당한다.

군민들은 박물관마을, 농촌체험마을, 명소ㆍ명가ㆍ명품 육성추진단 등 지역주민이 박물관 고을 육성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 과장은 “전략적 네트워킹을 통해 △그린컬처 마켓사업 △기업메세나운동 △대도시 박물관 연계방안 △팸투어 등을 실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물관 문화상품과 지역농특산품을 전시ㆍ판매하는 그린컬처마켓 사업은 지난해 65개 농가가 참여, 4억100만원의 농가 신규 매출액을 올렸다.

그는 앞으로 사업 계획에 대해 “지역역량 강화 사업으로 △세계화 심포지엄 △영월지역리더 양성사업 △영월-연세아카데미 △박물관 관련 인재양성사업을 추진 중이다”고 밝혔다. 이 과장은 “지난해 영월군은 지역주민 7300여명을 대상으로 의식함양을 위한 영월-연세아카데미를 운영했다”면서 “세경대학에는 박물관 큐레이터학과를 설치, 인재양성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전 세계 27개국 800여명이 참석한 문화예술교육(유카위) 심포지엄을 비롯, 세미나 등 학술행사도 4회에 걸쳐 개최하며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형수 과장은 “영월군 연간 관광객은 100만 명 정도며 경제효과는 930여억 원으로 일자리 창출 효과도 이어지고 있다”면서 “영월 박물관 프로젝트가 명성을 띄게 된 데는 무엇보다 군민-학계-군이 단합한 결과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