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의 아픔을 화합으로…’
‘분단의 아픔을 화합으로…’
  • 이성훈
  • 승인 2010.11.29 09:56
  • 호수 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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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베니아 노바고리차


슬로베니아의 노바고리차(NOVA GORICA). 이탈리아 동쪽에 맞닿은 국경지대에 위치한 신도시 노바고리차는 우리나라처럼 분단의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는 곳이다. 원래 이 지역은 슬로베니아 땅으로 지명은 ‘고리차’였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가 패전하며 고리차는 노바고리차(유고슬라비아령)와 고리차(이탈리아령)로 나뉘게 된다. 전쟁이 끝난 후 ‘새로운(New) 고리차’라는 뜻을 노바고리차라는 지명을 갖게 됐다. 

당시 강대국의 이권 다툼 속에 도시의 중간을 가로지르는 국경선이 정해졌고 철조망이 설치됐다. 대부분의 상권이 지금의 이탈리아지역인 구도심(고리차)에 속해 있어 슬로베니아 주민들의 불편함은 극에 달했다.
이동이 자유로웠던 고리차 주민들은 한순간 국경선을 사이에 두고 분단된 것이다.

결국 노바 고리차는 세계 강대국의 이권 다툼 속에 주민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도시가 양분돼  분단으로 인한 아픔의 역사를 그대로 갖게 됐다. 노바고리차 국경선에는 현재 ‘고리스카 박물원’이라는 박물관이 있다. 이곳은 노바고리차의 아픈 역사를 대변하는 유물이 가득하다. 이탈리아, 독일 등 노바고리차 지역을 점령하던 군인들이 점령 당시 입던 제복을 그대로 가져다 전시해 놨으며, 1991년 슬로베니아가 유고슬라비아에서 독립하면서 ‘유고슬라비아’란 글자를 삭제한 조형물까지도 그대로 옮겨 놨다.

2005년 3월 개원한 박물원은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3만 여명의 관광객들이 다녀갔으며 전쟁의 교훈과 분단의 아픔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명소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고리스카 박물원 마린카 벨리코니쟈(Marinka Velikonja)씨는 “주민들의 생활과는 상관없이 강대국의 의해 정해진 국경선으로 인해 분단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노바고리차를 기록하기 위해 박물원을 개관했다”면서 “역사를 바로 알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가야할 젊은 세대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알리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재창조하는 공간으로 활용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리스카 박물원 앞 옛 국경선 자리인 광장은 ‘새로운 유럽’을 뜻하는 ‘유럽 스퀘어’로 명명돼 있다. 이탈리아와 슬로베니아 국경도로를 잇고 있는 한가운데 유럽스퀘어가 자리해 있다. 이 스퀘어에는 ‘57/15’란 숫자가 새겨있는데 국경선을 가로지르던 철벽 숫자로, 국경 철벽을 제거한 뒤 이를 기념하기 위해 광장 바닥에 숫자를 각각 분리해 숫자를 새겨놨다. 유럽스퀘어는 노바고리차 시민들은 물론 유럽인들에게 전쟁이 끝났음을 알리는, 새로운 시대가 왔음을 의미하는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상징적인 장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