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시 대표하는 ‘랜드마크’ 선정이 최우선 과제
광양시 대표하는 ‘랜드마크’ 선정이 최우선 과제
  • 이성훈
  • 승인 2010.12.27 09:26
  • 호수 3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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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대표 콘텐츠 개발 절실…스포츠 도시 강점 살려야

마케팅의 시대다. 특히 문화를 기반으로 한 지역 마케팅은 전국 지자체에서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지자체마다 지역 활성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우리 지역을 어떻게 알리며, 수많은 관광객을 어떻게 끌어들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각 지역의 문화·관광자원을 토대로 다양한 마케팅이 수반되고, 어떤 때는 실패로, 간혹 운 좋은 경우는 성공적 사례로 소개되기도 한다. ‘지역마케팅이 지역을 살린다’의 마지막 주제로 광양시의 지역 마케팅 현안을 살펴보며 시리즈를 마무리한다. 


특화된 스토리텔링을 개발하라

앞서 기획취재에서 보도한 것처럼 이탈리아 베로나는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유명한 도시다. 줄리엣의 집을 찾는 관광객은 연간 200만명 정도인데 ‘로미오와 줄리엣’은 실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줄리엣은 소설 속의 여주인공 일뿐 실제 인물은 아니며 2차 대전이 끝난 뒤 베로나 시청의 한 공무원이 베로나 시내의 한 집을 골라 ‘줄리엣의 집’이라고 이름 붙인 것이 지금은 세계적인 관광지로 탈바꿈했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은 ‘로미오와 줄리엣’이 실존 인물인지 중요하지 않다. 그 이야기가 전하는 사랑의 메시지와 이를 체험할 수 있도록 현실의 세계에 내놓은 베로나시의 마케팅 능력에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다.


시는 최근 스토리텔링 대회를 개최했다. 발굴된 이야기를 관광스토리로 활용하고 관광지의 매력을 최대화해 신규 관광객 창출 및 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서다. 우리지역에서 스토리텔링으로 전국에 알릴 수 있는 사례는 몇 가지 꼽을 수 있다. 도선국사 이야기나, 세계최초의 김 시식지를 비롯해 태인동 궁기마을의 전우치 이야기도 잘 가꾸면 얼마든지 관광 상품화할 수 있다. 광양과 윤동주 시인의 인연 역시 스토리텔링 주제로 손색이 없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들, 야사, 역사적 사실 등을 어떻게 가꿔나가고 이를 관광상품으로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서 더욱더 고민해야 한다. 시는 내년도에 스토리텔링 전국대회를 추진 중에 있다. 시가 주변 이야깃거리를 발굴, 윤색해 작품으로 만들어 어떻게 관광자원화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다.  

광양의 랜드마크는 무엇인가?

관광객이 붐비는 국내외 지역을 살펴보면 랜드마크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지역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는 그 자체로서의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지역만의 특성을 갖춘 문화를 기반으로 마케팅을 펼쳐 유명세를 띠고 있는 지자체나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그들만의 마케팅 노하우가 가득 들어있다.

굳이 전통 문화를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 앞선 기획 보도에서 제시했던 스위스 루체른시의 문화컨벤션센터인 KKL의 사례와 오스트리아의 바트블루마우 온천장을 보더라도 잘 지은 건축물 하나가 그 지역을 대표하고 이는 곳 수많은 관광객을 불러들인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호주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역시 그 건물 자체가 갖고 있는 상징적인 의미는 널리 알려져 있다. 굳이 오페라 하우스에서 공연을 보지 않더라도 그 건물 자체로 인한 관광 마케팅은 쏠쏠한 효과를 누리고 있다. 프랑스 파리 역시 ‘에펠탑’ 하나로 그 도시의 마케팅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있다.

이탈리아 밀라노는 경제와 상공업의 중심지로서 밀라노 패션으로 대변되는 섬유 및 의류산업의 본고장이기도 하다. 밀라노 패션은 1960년 로마 올림픽을 계기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으며, 섬유산업은 다수의 중소기업이 지역적으로 집중해 활약하고 있다. 독특한 디자인력과 마케팅의 교묘함으로 밀라노는 세계의 패션계에 군림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런 사례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남산 하면 서울을 떠올리고 자갈치 시장하면 자연스럽게 부산임을 알 수 있다. 순천 역시 ‘순천만, 갈대밭’으로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


그렇다면 광양을 대표하는 것이 무엇일까? 광양은 자연적인 조건으로 보면 풍부한 마케팅을 펼칠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을 가지고 있다. 우선 백운산과 섬진강이 도시를 감싸고 있으며 광양제철소, 광양항 등 산업적인 역량도 갖췄다. 또한 햇살도 풍부해 동계훈련 장소로도 적합하다. 장태기 부시장은 “어느 도시를 보더라도 광양만큼 항만, 자연 등을 골고루 갖춘 곳은 드물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냐다. 되짚어 보면 이런 조건들이 광양을 모두 대표하지는 않는다. ‘섬진강’의 이미지를 떠오른다면 구례, 하동을 먼저 생각하지 ‘광양 섬진강’을 꼽는 이는 많지 않다. 제철소, 항만 역시 포스코 하면 포항제철소를 생각하기 쉽다. “광양제철소는 알아도 광양은 모른다”는 말이 이래서 나오는 것이다. 또한 광양은 전남에서는 유일하게 프로구단인 ‘전남드래곤즈’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전남드래곤즈’는 알아도 ‘광양’은 잘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 광양은 매화축제로 인해 전국적으로 이름을 많이 알렸지만 아직 이곳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매화 축제는 우리지역 말고도 여러 곳에서 개최하고 있다. 단지 매화축제가 전국에서 가장 먼저 개최하는 봄 축제라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지만 이것으로 지역을 대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지역에서 생산하고 있는 녹차, 감, 밤 등도 이미 다른 지역에서 선점한 상황이다.

시는 광양 하면 떠오르는 랜드마크를 선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는 이순신 대교가 완공되면 이를 중심으로 한 구봉산 전망대, 광양항 등을 한데 어울려 랜드마크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작업 역시 만만치 않다. 이순신대교는 현재 여수시와 선점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시는 최근 김포공항 지하철 역사에 지역 홍보 광고로 이순신대교를 활용하면서 대교 명칭을 ‘광양 이순신 대교’로 표기하자 여수시는 이순신대교가 광양시 소유가 아닌데도 이런 표현을 사용했다며 불만을 표시하는 등 갈등이 일고 있다. 앞으로 이순신대교가 완공되면 선점을 두고 여수시와의 신경전은 더욱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여 시가 어떻게 이 과제를 풀어나갈 지 주목된다. 

스포츠 최적 도시 광양 마케팅 전략은?

광양시는 현재 동계전지훈련을 비롯해 각종 대회 개최로 스포츠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김종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지자체 스포츠마케팅의 문제점에 대해 크게 △지역주민의 참여 미흡 △민간중심 스포츠 단체 자생력 미흡 △스포츠 시설 마케팅 인식 부족 및 전략 미흡 △스포츠 이벤트 상업권 제한 등 네 가지를 꼽고 있다.


광양은 다른 지자체에 비해 스포츠 마케팅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우선 겨울에도 동계훈련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좋은 기후조건을 갖췄다. 시는 해마다 동계전훈팀을 유치하고 있는데 올해는 158개 동계전훈팀을 유치해 60억원 상당의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거뒀다.

또한 스포츠 인프라 구축이 잘되어 있는 것도 장점이다. 천연인조잔디 축구장을 비롯해 공설운동장, 씨름장 등이 있는데다가 조만간 국제규격의 실내수영장과 테니스장이 완공되면 스포츠 인프라 구축은 방점을 찍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시는 무엇보다 전남에서 유일한 프로구단인 ‘전남드래곤즈’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장태기 부시장은 “기후조건도 뛰어나지만 특히 전남드래곤즈와 유소년클럽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 것도 광양시의 큰 장점이다”고 말했다. 전국 각지의 유소년 팀들이 전남드래곤즈 유소년 클럽과 연습경기를 한번 해보며 기량을 점검하기 위해서라도 광양을 찾는다는 설명이다.

전남드래곤즈 홈경기가 열린 후 각 언론매체에서 기사가 나갈 때 마다 ‘광양 전용구장’이라는 문구가 들어간다. 프로 스포츠를 통해 자연스럽게 지역이 노출되는 것이다. 또한 선수들 유니폼에도 ‘광양시’로고가 들어있어서 TV 화면을 통해 간접 홍보를 하고 있다. 시는 올해 전남드래곤즈에 1억원의 예산을 세웠다. 지난해 5천만원에서 두 배로 인상된 것이다. 내년에는 홍보예산 2억원을 책정해 최근 예결위를 통과했다. 프로스포츠를 통한 지역 마케팅의 중요성을 알기 시작한 것이다.

장 부시장은 “전남도는 광양시를 축구종목의 엘리트 스포츠 이벤트 메카로 집중 육성해 지원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경기장 시설의 현대화를 통해 경남 남해군과 통영시, 진주시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목포시와 강진군과 균형을 이뤄 효과적인 스포츠마케팅전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