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립식 건물에 형편없는 시설 15만 도시에 걸맞는 터미널인가
조립식 건물에 형편없는 시설 15만 도시에 걸맞는 터미널인가
  • 이성훈
  • 승인 2010.12.27 10:11
  • 호수 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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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훈 기자


지난 8월 중마터미널 운영 실태를 놓고 기자수첩을 쓴 적이 있었다. 터미널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한 여름에도 에어컨도 없는 터미널에서 선풍기 바람을 쐬며 더위에 괴로워하는 현실을 지적한 바 있다. <8월 30일 기자수첩>  

이런 지적이 나가자 시는 내년도 예산 8백만 원을 책정해 냉난방기 2대를 구입키로 했다. 터미널 뒤편 주차장도 온갖 먼지가 휘날리는 황무지였지만 본지에서 각종 지적기사와 기자수첩을 통해 비판한 끝에 지난 2008년 3월 아스팔트로 깔끔히 포장된 주차장이 생겼다.

중마터미널은 근본적으로 시설 자체가 열악하며 서비스도 한심하기 짝이 없다. 우선 터미널은 밤 10시가 되면 문이 굳게 닫힌다. 심야에 중마터미널에 도착하는 시민들로서는 화장실을 이용하려고 해도 어디서 해결해야 할 지 막막하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평상시에 화장실을 이용하려고 해도 공용 화장지는 없다. 요즘 어느 관공서, 공공시설에는 화장지가 기본적으로 비치되어 있다. 이에 대한 시의 답변은 참으로 허무하다. 터미널 화장실에 화장지를 비치해 놨으나 누가 가져가는 바람에 없어진다는 것이다. 물론 화장지를 누가 가져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화장지를 놔두지 않는다면 터미널을 이용하는 고객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구더기 무섭다고 장을 담그지 않겠다는 심보다.

터미널 뒤편 주차장은 또 얼마나 어둡고 위험한가. 그 흔한 가로등, 보안등도 없어서 이곳을 지나는 시민들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실제로 터미널에 주차해놓은 차량들 중에서 각종 도난사건도 발생하고 청소년 범죄에도 노출되어 있다. 지난해 6월에는 터미널 인근 주차장에서 살인사건도 발생했다. 

시의 관문, 얼굴이라는 터미널시설이 이토록 열악하다. 인구 15만을 넘어 30만을 준비한다는 광양시. 당장 내년이면 광양~전주간 고속도로가 개통되고 광양~시모노세키 항로 개설된다. 나아가 여수엑스포와 순천 정원박람회 등 굵직한 행사도 준비되어 있다.

다른 지역은 인구가 줄고 있지만 광양은 날이 갈수록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그만큼 인프라 구축이 잘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기본적인 시설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하면서 어떻게 ‘살기 좋은 광양, 기업하기 좋은 도시, 천혜의 관광 지역’으로 자랑할 수 있을 것인가?

인구 15만을 준비하고 남해안 중심 도시를 외치며 카페리 운항으로 국제도시를 지향한다는 광양시의 쓸쓸한 현실. 새해부터는 당장 터미널 증축은 고사하고 기본적인 서비스라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중마터미널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