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과 분배의 선 순환
성장과 분배의 선 순환
  • 광양신문
  • 승인 2006.09.13 09:43
  • 호수 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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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완 - 민주노동당 광양구례지역 위원장
을유년 새해가 시작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습니다.
연초에 계획하신 소중한 희망들이 벌써 작심삼일로 끝나지는 않았나 스스로를 돌이켜 보아야할 때인 듯 싶습니다.

다음 주면 민족의 명절, 설날입니다. 고향집을 찾아 부모님과 친지분들 그리고, 선후배들을 만나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며 옛 추억을 나누는 정겨운 행복만으로도 기나긴 귀향행렬의 어려움은 눈 녹듯 사라집니다.

우리지역에서도 귀성객맞이에 부족함이 없도록 민.관이 함께 세심하게 준비해야겠고 특히나 올해에는 이웃과 함께 나누는-따뜻한 설날, 온 가족이 함께 준비하는-양성평등의 설날이 되길 기원합니다.

이번 설날에 주위 분들과 함께 나눌 덕담 중 하나는 '부~자되세요!'가 아닐까 싶습니다.
며칠전 지난해 술, 담배 소비량에 대한 기사를 보았는데 요즘 유행하는 웰빙과 항상 세우는 새해 계획 1등, 금연과는 동떨어지게 IMF이후 소비량이 최고였다고 합니다.

모두들 공감하듯이 이런 현상은 더 이상 밑바닥이 어디인지 모를 정도로 추락해 버린 민초들의 삶의 어려움을 역설적으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뒤늦게나마 정치권에서 올해에는 더 이상 싸우지 않고 민생을 챙기겠다고 난리법석이지만 상당수 국민들은 이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것도 또한 사실입니다. 무진장 시끄럽게 일년내내 소란을 피우면서도 개혁은 개혁대로, 민생은 민생대로 엉망진창이 되어버리고 국민들 가슴만 시커멓게 타버린 뼈아픈 기억 때문인 듯 싶습니다.

17대 총선의 민의에서도 잘 나타났듯이 진정 2만불 시대의 선진사회로 우리나라가 가기 위해서는 말 그대로 선진화된 정치.사회.문화적 제도와 풍토를 육성하는 '개혁의 과제'와 성장과 분배가 선순환되는 '민생의 과제'가 새의 양 날개처럼 동반.추진되어야 합니다. 한쪽의 바퀴가 빠진 버스가 승객의 안전을 담보하며 종착지까지 잘 달릴 수 있겠습니까?

우리지역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POSCO의 구조조정 추진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공식적인 대외발표가 이루어지지 않아 구조조정의 방향과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파악되지 않지만 정규직 노동자의 명예퇴직, 일부 부서의 아웃소싱, 자동화설비 증설에 따른 협력업체와의 계약해지 및 인원감축, 하도급체계의 개선 등이 이미 완료 또는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POSCO가 우리지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한다면 대다수 시민들이 이번 구조조정에 대해 심각성과 함께 불안감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혹자는 몇년전 구매제도 변경과 관련된 지역과 POSCO와의 충돌을 상기하시기도 합니다.

급변하는 세계철강시장의 현실과 국내에서도 한보철강의 현대계열로의 인수 등 독점적 지위의 변화 등 기업생존전략의 측면을 외면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상 최대의 순이익'이라는 지난해 실적과 '구조조정'이라는 어휘의 이질감은 다분히 지역민들의 심정적인 허탈감과 노동자의 고용불안심리, 중소상공인의 위기의식을 가중하고 있습니다.

수출을 많이 한다고 할지라도 내수경기가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지 못한다면 경제불안과 경제토대의 취약성은 결코 극복될 수 없습니다. 제 아무리 항아리에 수만 톤의 물을 부은들 밑 빠진 항아리라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나날이 중마동 컨테이너 사거리 전광판에 적히는 광양시민의 숫자 보기가 두렵기도 합니다.

물론 POSCO의 구조조정 방향에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POSCO가 우리지역사회에 갖는 애정이 실질적으로 지역민에게 전달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 있습니다.

것은 무엇보다도 정규직뿐만 아니라 하청.협력기업의 노동자들과 대화의 문호를 개방하고 POSCO의 기업발전전략을 적극 알려내는 동시에 노동자들의 바램을 진지하게 경청해야 합니다. 혹 우리 직원이 아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하청.협력업체 노동자 모두는 '우리가 세계 최고의 철강회사를 만들어간다.'는 긍지로 일하고 있다는 순수한 마음을 헤아려야 합니다.

둘째,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구조를 마련할 수 있는 선행의 모범사례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그것은 바로 '4조 3교대 시행'과 '지역균형발전의 도모'입니다.

'지역균형발전의 도모'는 구조조정과정에서 또다시 이전의 구매제도 변경문제와 같이 특정지역에 하청.협력업체 지정을 올인하는 것이 아니라 제철소가 있는 포항과 광양에 균형적으로 지정되도록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며 나아가 지역내 대학과의 '산학연계사업'와 하청협력업체를 포함한 '중소기업으로의 기술이전사업' 등을 보다 정력적으로 벌여야 합니다.

특히나 '4조 3교대 시행'은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는 데 결정적 문제입니다. 단순히 인건비의 증가로 인한 원가상승이라는 부정적 측면만 볼 것이 아니라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의 회복, 주 5일 근무제 조기 실시 등의 대승적 측면을 고려해야 하며 시행과 함께 진행되어야 할 하도급 체계의 개선, 노동생산성 제고 등의 긍정적 측면을 재인식하는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

나아가 구조조정과 관련하여 노사갈등의 합리적 조정이라는 중요한 의미를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셋째, 지역협력에 대한 구체성과 지역환원사업에 대한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
이미 POSCO는 우리 지역을 위해 나름대로 많은 일을 벌여 왔지만 실제 지역민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지수는 이에 못 미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환경문제만 보더라도 나름의 노력과 홍보를 하고 있지만 이를 보다 구체화하고 명문화하여 지역과 협력하고자 하는 노력은 미흡하기만 합니다.
또한, 지역환원사업도 공공의 성격을 명확히 하는 '지역발전기금'형식으로 재조정되어야 합니다.

설날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집안 식구, 이웃과 함께 나누어 먹으며 올 한 해의 덕담을 나누듯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높고 낮음이 없는 원탁에 마주 앉아 서로의 슬기와 지혜를 모으고, 또 모으는 희망찬 2005년 한 해가 되길 간절히 빕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입력 : 2005년 02월 0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