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주인은 내빈이 아닌 시민이다
행사 주인은 내빈이 아닌 시민이다
  • 홍도경
  • 승인 2011.07.18 09:49
  • 호수 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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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축사와 형식에 치우친 행사 진행으로 행사 본래의 취지가 변질되고 있는 구태의연함이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 13일 문화예술회관에서는 ‘2011 광양의 책 선포식’ 행사가 열렸다. 이날 이성웅 시장을 비롯해 우윤근 국회의원과 시의원, 시민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하지만 지나친 겉치레 행사로 인해 행사 본래 취지를 무색케 해 참석자들로부터 빈축을 샀다.

책읽기 선포식은 이날 오후 2시에 시작해 약 두 시간 가량 진행됐다. 식전행사인 시립합창단 공연 20여분을 제외하고 본 행사부터 살펴보자. 우선 내빈소개부터 가관이다. “우리시를 위해 불철주야...”, “바쁘신 의정 활동 중에도...” 등 사회자는 온갖 화려한 미사여구를 사용하며 30여명이 넘는 내빈들을 일일이 소개했다.
소개 중간에는 참석하지도 않은 내빈을 호명하며 소개하는 친절함도 보였다. 이 자리가 시장, 정치인 등 지역인사를 소개하는 자리가 아닌 것을 누구나 뻔히 알면서도 행사 취지가 정치적으로 변질된 듯 했다.

7분 정도의 지루한 내빈 소개가 끝나자 시장, 국회의원, 의장, 교육지원청장의 기념사와 축사가 이어진다. “바쁘신 의정활동에도...”, “멀리 서울에서...” 축사자들은 다시 한 번 참석자소개를 되풀이하고 있다. 비슷한 내용의 천편일률적인 축사, 준비도 하지 않은 채 책 뒤에 적힌 ‘심사평’을 읽는 수준의 성의 없는 내용, 책을 읽지도 않고 구병모 작가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무조건적인 책과 작가에 대한 칭찬이 이날 축사 내용의 전부였다. 끗발 있는 지역 어르신들의 축사 진행은 15분 가까이 지루하게 이어졌다. 뻔한 축사에 참석한 시민과 학생들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것은 당연하다.

본 행사가 끝난 후 비로소 식후 행사로 구병모 작가 초청강좌가 열렸다. 사실 이 행사가 본행사로 치러지는 것이 맞다. 축사, 내빈소개, 감사패 전달이 행사의 중요한 부분이 아닐 것이다.
구병모 작가는 어느 인사의 축사에서 나온 “조금 뒤에 있을 작가 초청강좌에서 구병모작가가 책에 쓰지 못한 이야기, 작품의 뒷이야기를 들려 주실겁니다”라는 말에 대해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어느 작가가 책에 담을 내용을 남겨뒀다 다음에 이야기 합니까?”라고 뼈있는 일침을 가해 행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강좌가 끝나고 작가의 질의응답시간이 이어지자 행사 진행자는 “시간관계상 질문은 2개만 받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또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이 질문을 하고 있는데 “질문은 짧게 해주세요”라고 질문을 자르기까지 했다. 질의응답시간은 5분이 진행됐다. 내빈소개와 축사만 대폭 줄여도 많은 학생들과 시민들은 구병모 작가의 강좌, 질의응답을 위해 소중한 시간을 더욱더 많이 사용했을 것이다.

작가를 만나고 싶고 그의 작품세계를 이야기하기 위해 찾아온 소중한 손님들인데도 이들은 자리를 채우기 위한 들러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 행사뿐만 아니다. 다른 행사에서도 주객이 전도되어 지나치게 겉치레와 의전에 치중한 행사가 수도 없이 많다. 제발 사고방식을 고치자. 이성웅 시장부터 이런 폐단을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 공무원들이 먼저 고쳐야 다른 단체 행사도 변화할 수 있다. 시민을 위한 행사면 시민이 주인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