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 축구부 합숙소 신축 선수들을 먼저 생각해야
여고 축구부 합숙소 신축 선수들을 먼저 생각해야
  • 이성훈
  • 승인 2011.10.31 09:28
  • 호수 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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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1일 광양여고 강당에서는 17세 이하 여자 축구 월드컵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광양을 빛낸 심단비ㆍ백은미 선수를 환영하는 환영행사가 성대하게 열렸다. 학교는 물론 시와 의회, 교육청, 체육회 등 각계각층에서 환영행사에 참석, 두 선수를 축하하고 축구부 지원에 더욱더 관심을 갖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언론을 통해 여고 축구부 합숙소의 실태가 보도되면서 이들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 속에서 훈련을 하고 있는지 대외적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20평 남짓한 공간에 20여명의 선수들이 2층 침대에서 빼곡히 생활하고 있다. 열린 공간이다 보니 사생활 보장은 없다. 축구 선수를 떠나 이들 역시 꿈 많은 여고생이라는 민감한 시기를 감안하면 현실은 암담할 뿐이다.

이들은 낡은 침대에 짐을 여기저기 올려놓은 채 꿈 많은 학창 시절을 열악한 환경에서 보내고 있다. 샤워기도 3개밖에 없어서 선수들이 훈련을 마치고 샤워를 하려면 두어 시간이 걸린다. 나중에 씻는 선수들은 몸이 식어 버리기 때문에 감기에 걸리기도 쉽다. 휴게실도 없어서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눌 공간도 없다.

우윤근 국회의원은 이런 실태를 파악하고 지난 6월 예산을 확보하자 선수들은 올 겨울부터 좋은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겠다는 희망에 부풀었다. 선수들은 예산이 지원되자 동료 선후배들에게도 자랑했다. 이제 우리 숙소가 새로 생긴다고, 후배들이 우리 학교에 오면 좋은 숙소에서 생활할 수 있다며 기대를 보였다. 하지만 2011년을 2개월 남겨둔 현재, 숙소 신축은 제자리걸음이다. 학교의 계획이 예상대로 된다면 이보다 더 좋은 방안은 없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도교육청만 바라보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의문이다.
학교 측은 이번 주 땅 주인과 만나 부지 매입에 대해 최종 가닥을 잡을 예정이다. 협의가 끝나면 도교육청에 문의해 예산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지원이 되지 않는다면 하루빨리 포기하고 예정대로 숙소를 신축해야 한다.

현재 광양에는 여자 축구부가 중앙초-광영중이 있다. 이들은 합숙소가 아닌 일반 숙소에서 각자 방에서 2~4명씩 생활하고 있다. 이들이 진학하면 광양여고로 가는 것이 당연한데 다른 학교로 가려는 경향이 많다고 한다. 숙소가 너무 열악하기 때문이다.

여고 축구부는 학교에서도 훈련을 하지 못하는 기막힌 현실을 보내고 있다. 방과후 저녁에 훈련을 하는데 여고가 인문계다보니 야간자율학습을 하는 학생들에게 피해가 갈까봐 이들은 학교 대신 2km 떨어진 공설운동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광양여고 축구부는 올해 전국체전에서 당당히 은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올렸다. 우윤근 의원이 예산을 확보한 것은 선수들 환경을 개선하라는 명목에서다. 학교 장기적인 발전도 좋지만 선수들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