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시 전국 최초 주민발의, 자발적 통합 끌어내
여수시 전국 최초 주민발의, 자발적 통합 끌어내
  • 이성훈
  • 승인 2011.11.14 09:28
  • 호수 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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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규모 확대…전남 제1도시 급부상

글 싣는 순서
1. 광양만권 통합 어떻게 추진되고 있나
2. 지역사례탐방① 삼려 통합 14년, 여수시의 현주소는?    
3. 지역사례탐방② 순천시ㆍ 고흥군, 통합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4. 지역사례탐방③ 남해ㆍ하동군, 영호남 통합은 현실 불가능하나          
5. 지역사례탐방④ 통합 창원시의 현재와 미래   
6. 지역사례탐방⑤ 충북 청주시ㆍ청원군, 통합 무산된 원인과 과제     
7. 광양만권 통합, 이렇게 준비하자-통합에 필요한 과제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각종 축제, 행정도 통합…시설 공동 활용
통합시너지…엑스포 개최로 이어져

여수시는 올해로 삼려통합 14주년이 된다. 지난 97년 9월 9일, 여수시ㆍ여천시ㆍ여천군 등 삼려 통합 가부를 묻는 세 번째 주민투표가 읍면동 각 투표소에서 실시됐다. 주민투표 결과 총 82.4%(여수시 93.5%, 여천시 83.5%, 여천군 70.2%)가 통합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수시는 이후 98년 4월 1일 통합을 이뤘으며 여수시는 인구 34만으로 전남의 제1도시가 됐다. 

삼려통합은 전국 최초로 유일한 주민 발의에 의한 행정 구역 통합이라는데 의미가 있다. 주민투표법이 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3개 자치단체장의 합의를 통해서 단순히 의견에 지나지 않는 ‘주민 의견조사’를 실시해 행정구역을 통합한 것이다.

특히 정부가 강제로 추진한 것이 아니라 주민 스스로가 행정구역 통합의 필요성을 느끼고 기금도 만들고, 주체적으로 추진해 직접 민주주의의 꽃을 피웠다는데서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지난 2009년 여수시민단체연대회의에서 주최한 ‘3려 통합 12주년 기념 토론회’ 자료 나온삼려통합 추진 상황을 살펴보면 눈물겹다.

정부는 지난 94년 4월 여천군을 2개로 분할해 도서 지방은 여수시로, 육지 지역은 여천시로 분리통합을 추진했다. 하지만 주민의견조사는 여수시 측 반대로 부결됐다. 이후 94년 5월 삼려 통합 우편 투표를 실시했으나 세대 당 우편 투표로서 여천시ㆍ군 반대로 부결됐다. 당시 공무원과 이장, 통장 등 여론 주도층의 반대 의사가 적극 반영됐다는 후일담이다. 

3차 통합은 95년 3월 추진됐으나 역시 실패하고 말았다. 하지만 반대 득표율은 57% 정도로 기존의 통합 반대 여론이 찬성으로 상당히 기울어졌다. 삼려는 3차 통합이 실패로 돌아가자 이번에는 전략을 바꿔 서로를 자극시키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통합에 접근했다.

95년 4대 지방선거를 앞두고 실시한 시ㆍ군민 의식실태 조사 결과 72.4% 통합 가능, 52.4% 언젠가는 통합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결과를 보인 것이다. 또한 여천시장 선거 정책토론회에서 후보들이 단정적인 입장을 밝히지 못하도록 조심스럽게 여론 조성됐다. 이후 통합 여론은 되살아났고 각종 지역 현안에 대해 3개 시군이 공동 대응하면서 통합 논의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주민 자발적으로 통합 이끌어내

주민들은 경제적으로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지역의 최대 현안인 통합을 위해서 옛 여수시쪽에서 행정동 수와 의원 수, 통합 청사 등 민감한 부분까지 먼저 양보를 해서 합의를 이끌어냈다. 6개항 합의 사항 중에는 무엇보다도 통합 시 청사를 여천시청으로 한다는 것이 들어있다. 시청을 중심으로 상권이 조성된 신도심인 여문지구 주민들에게 박탈감을 주는 사항이다.

또, 여수시 출신 시의원과 여천시·군 출신 시의원의 동 수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 시의원들이 지역구가 없어지는데도 찬성을 하여 무려 27개 동을 14개 동으로 13개 동을 감축했다. 이를 통해 전국 최초로 주민이 자발적으로 행정구역을 통합한 여수시민으로서 자부심을 가졌으며 이후 세계박람회 유치까지 이어졌다.


삼려통합, 전남 제1도시 탄생

삼려통합으로 여수시는 전남 제1의 도시가 됐다. 국고보조금과 시ㆍ도비 보조금이 크게 늘었다. 연간 약 300억 원 정도 예산 절감을 보이고 있으며 통합과정에서 여수시의 27개 동을 14개 동으로 축소했다. 이와 함께 각종 축제 등 중복성 행사를 대폭 축소했다. 지역축제인 여수시의 ‘진남제’와 여천시의 ‘거북선대축제’가 통합되었고, 3개의 시ㆍ군민의날이 1개로 줄어들었다. 또한 각종 시설 공동 활용을 통한 예산 절감과 효율성 증대를 가져왔다.

인구감소, 공공기관 위치 난항

통합의 시너지 효과가 상당한 것에 비해 풀어야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우선 지속적인 인구 감소는 여수시가 풀어야할 과제다. 최근 광양시 인구가 15만을 돌파하면서 여수시는 더욱더 긴장된 분위기다. 여수시에 따르면 10월말 현재 인구는 29만 2849명으로 9월말에 비해 114명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보다는 6백여 명이 감소했는데 이 같은 감소추세는 최근 10여년간 지속적으로 이어져 온 것이다. 통합 당시 34만이던 인구는 약 4만명이 감소했으며 통합 이후 단 한 차례도 인구 증가를 기록한 해가 없을 정도로 감소추세는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여수시 관계자는 “전입대학생 지원 조례 추진 등 다양한 시책을 준비하고 있고, 박람회 이후 일자리 증가로 다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통합 반대가 심했던 여천시는 오히려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이는 통합 시청 이전과 함께 도심이 점차 북쪽으로 이동하고, 대규모 공동주택단지가 들어서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공공기관 이전도 뜨거운 감자다. 최근 도의회 본회의장에서는 여수 출신 도의원들 간의 고성이 나오는 진풍경이 발생했다. 여수교육지원청 이전 문제 때문이었다. 도교육청은 올해 사용하고 남은 예산 가운데 107억 원을 여수지원청 이전 예산으로 쓰겠노라며 도의회에 요청했다. 현재 옛 여천권에 있는 여수교육청은 자리가 비좁아 이전을 검토하고 있고, 유력한 이전지로 옛 여수권인 원도심의 한 초등학교 부지를 검토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옛 여천권을 지역구로 하는 도의원이 이전을 반대하고 나섰다. 삼려 통합 당시 시청은 물론 공공기관들을 옛 여천권에 두기로 했던 약속이 있는데 이를 어기고 있다는 것이다. 청사 분산배치도 논란이다. 여수는 현재 시청사가 3개다. 옛 여천시청을 본 청사로 두고 옛 여수시청을 2청사로, 옛 여천군청을 3청사로 분산 배치한 것이다. 이를 두고 행정력 낭비는 물론 시민들의 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시군 통합과 관련 가장 뜨거운 논란은 통합 지역 명칭과 통합 청사 위치로 압축된다. 최근 통합 창원시의 경우가 그렇다. 창원시는 최근 청사 위치를 놓고 창원ㆍ마산ㆍ진해 시민들이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결국 창원시의회는 3개시를 다시 분리하자는 성명까지 발표하는 등 통합한 지 1년이 지나 각종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결국 통합 대상 지역민들의 양보와 합의 없이는 절대 올바른 통합이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삼려 행정구역통합 과정(자료 : 여수시민협)

94년 4월 29일 여천군 분리통합 주민의견조사 (여수시측 반대로 부결)
 5월 30일 3려통합 주민투표 (여천시ㆍ군 반대로 부결)
95년 3월 21일 3려통합 제3차 주민투표 (여천시 반대로 부결)

97년 4월 10일 3려통합 추진위 결성대회
 4월 28일 3려통합을 위한 여천시의원 연구회 통합지지 기자회견
 6월   3일 돌산읍민 3려 통합 촉구대회 (성명서, 결의문 채택)
 6월 11일 3려 13개 안보단체 통합지지 촉구 성명서 발표
 6월 16일 3려통합 여수시민포럼 개최

 6월 30일 3려 시장?군수 3려통합 합의문 발표 (여수시 6개항 이행천명)
 7월   7일 3려통합 반대 추진위원회 결성
 7월   8일 여수반도발전협의회 구성
 7월 10일 여천시의회 3려통합 청원관련 특위 구성 의결
 7월 16일 3려통합 반대  여천시ㆍ군민 선언대회 개최

 7월 22일 3려통합 추진위원회 구성
 7월 25일 여수시 의원정수 조정 위한 1차 행정동 통폐합
 8월   1일 주민의견조사 실시 건의
 8월   6일 ‘3려통합을위한여수여천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창립
 8월 20일 3려통합 장단점 비교조사 결과 발표

 8월  20~22일 연대회의 여수산단 32개 공장 방문 3려통합 홍보활동 전개
 8월  25~30일 3려 전지역 1차 집중 홍보기간 활동
 8월 28일 여천시군 삼려통합 주민공청회 개최
 8월 29일 여수시, 여천군 3려통합 주민공청회 개최
 8월 30일 여천지역교회 방문 통합지지 촉구

 9월   1일 교육청, 3려통합 학부모 홍보요청의뢰
 9월   2일 여수·여천지역 목회자 연합회 찬성 결의
 9월   6일 여천군 율촌면의 순천시로의 편입규탄 기자회견
 9월   9일 주민의견조사 공정감시단 발대식
   3려통합 주민의견조사 실시, 공정조사 감시단 참관 활동
   → 주민투표 결과 3려통합 찬성 결정

98년 2월   1일 통합여수시 출범을 위한 제2차 행정동 통폐합
 4월   1일 통합여수시 출발
 9월   9일 시민의 날 제정 청원 운동 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