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불리기에 사활 건 남해ㆍ하동
몸집 불리기에 사활 건 남해ㆍ하동
  • 이성훈
  • 승인 2011.11.21 09:28
  • 호수 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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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남해 모두 통합엔 관심 없어

통합한다면 진주나 사천쪽에 무게
도시경쟁력 확보가 최우선 과제

글 싣는 순서
1. 광양만권 통합 어떻게 추진되고 있나
2. 지역사례탐방① 삼려 통합 14년, 여수시의 현주소는?    
3. 지역사례탐방② 순천시ㆍ 고흥군, 통합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4. 지역사례탐방③ 남해ㆍ하동군, 영호남 통합은 현실 불가능하나          
5. 지역사례탐방④ 통합 창원시의 현재와 미래   
6. 지역사례탐방⑤ 충북 청주시ㆍ청원군, 통합 무산된 원인과 과제     
7. 광양만권 통합, 이렇게 준비하자-통합에 필요한 과제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광양시는 지난 8일 하동군과 공동 번영을 위한 성명을 발표했다. 양 지자체는 이날 섬진강 살리기, 문화ㆍ관광ㆍ지역연계사업, 성장 동력 산업에 이르기까지 공동 번영할 것을 결의했다. 이성웅 시장은 “공동성명 발표는 단순히 두 도시 간 협의체를 넘어 영호남 화합의 선두 주자로서 대한민국의 상생과 화합의 장을 열어가는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날 공동 번영 결의를 두고 광양만권 통합이 서서히 물오르는 것이 아니냐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내심 이번 결의를 통해 3개시 통합 보다는 광양만권 통합의 당위성을 보여줬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하동군 측은 “순수한 공동 번영이지 통합과는 전혀 관련 없다”고 일축했다. 

하동군, 흡수 통합 바람직하지 않아 

광양만권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경남 남해군과 하동군의 민심은 광양만권 통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기획 취재차 두 도시를 방문해 현지 공무원, 군민, 언론사 관계자 등을 만난 결과 광양만권 통합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하동군은 통합 자체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는 편이었다. 우선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하동군의 목표. 조유행 하동군수는 경남지역 한 방송사의 인터뷰를 통해 통합과 관련 “급하게 서둘러서 통합을 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대해 체감하지 못하고 있고 군세로 보아 대등한 입장에서 논의할 위치가 아직은 아니다”며 통합에 회의적인 견해를 밝혔다. 


행정 효율성을 증대시키는 측면에서 원론적인 행정구역 개편에 대해 수긍을 하지만 서둘러야 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하동군은 군민 공감대가 충분히 이뤄지고 통합에 대한 여건이 성숙될 때 행정구역 개편에 대한 연구 용역도 하고 전문가로 구성된 TF팀도 구성, 운영할 계획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진정으로 군민에게 희망을 주고 군민이 행복해지고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통합의 그림을 그려나간다는 것이 하동군의 입장이다.

하동군은 현재 통합 보다는 도시 경쟁력을 키우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하동군 관계자는 “경제자유구역 개발의 효과가 확실해지는 2020년경 인구 20만에 가까운 자족적인 뉴-하동시 탄생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만일 통합을 한다면 진주와 광양만권 중 어느 지역과 통합을 하게 될까. 현재 하동군은 통합에 대해 두 가지 의견으로 나뉘어져 있다. 우선 진주와 같은 생활권인 옥종면, 북천면 지역 사람들은 진주와의 통합을, 섬진강 인근 주민들은 광양만권 통합이 현실적이라는 입장이다.

하동군 관계자는 “통합도 두 가지 의견으로 나뉘어 있어 앞으로 통합을 논의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다”면서 “우선 자체적으로 도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하동군의 가장 큰 목표다”고 강조했다. 

남해군, 독자 생존이 우선

남해군의 민심은 더욱더 현실적이다. 영호남 통합이 가능하겠느냐는 정서적인 입장에서 통합으로 남해군이 득볼 것이 과연 무엇이겠느냐는 시각이다. 남해 터미널에서 만난 한 남해군민은 “군민들이 먹고 살기도 바쁜데 무슨 통합이냐”며 반문했다.

그는 “5개 시군이 광양만권을 아우르고 있지만 영호남으로 분명히 갈리는 것은 현실”이라며 “인위적인 통합은 오히려 큰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다”고 말했다. 이 주민은 “어쨌든 군민들은 통합에 거의 관심이 없는 편”이라며 “정치권이 김치국부터 마시고 주민들에게 혼란을 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남해군은 독자 생존이 우선이다. 만일 광양ㆍ여수ㆍ순천ㆍ하동이 통합한다고 해도 남해군은 독자적으로 도시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이야기다. 남해군에서도 일단 통합에 대한 반응은 자제하고 있고 통합 논의는 제처둔 상태다.

김광석 남해시대 발행인은 “언제 이뤄질지도 모르는 통합에 행정력을 낭비할 필요는 없다”며 “남해군은 다른 지역 통합과는 상관없이 독자 생존하는 것이 목표다”고 강조했다. 김광석 발행인은 “통합 논의가 활발해지고 지역에서도 여론이 일어나면 그때 가서 통합을 이야기해도 늦지 않다”며 “하지만 현실적으로 군민들은 통합에 무관심한 것이 사실이다”고 설명했다.

김 발행인은 통합 지역에 대해서도 남해군민들의 정서를 전달했다. 그는 “만일 통합 논의가 이뤄진다면 정서적인 분위기를 볼 때 아무래도 사천, 진주와의 통합이 어울리지 않겠느냐”며 “광양만권 통합 찬성은 20대 1정도로 극히 미약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남해의 미래와 비전을 생각한다면 광양만권 통합이 어울리겠지만 현실적으로 영호남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다”고 진단했다.

김광석 발행인은 특히 광양만권 통합을 위해서는 포스코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발행인은 “남해군민들은 광양만권 개발로 인한 각종 환경오염 피해를 입으면서도 정작 피해 보상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포스코에서 남해군민들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가고 현실적으로 지역을 위해 어떤 대책을 마련하느냐에 따라 통합에 대한 시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김 발행인은 “포스코의 역할에 따라 남해군민들은 광양만권 통합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통합 논의를 일으켜 군민들에게 혼란을 주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