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도시 창원 “규모는 커졌으나 지역 갈등 심화”
거대 도시 창원 “규모는 커졌으나 지역 갈등 심화”
  • 이성훈
  • 승인 2011.11.21 09:34
  • 호수 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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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후 1년…청사위치 잡음, 지역민 혼란 가중

글 싣는 순서
1. 광양만권 통합 어떻게 추진되고 있나
2. 지역사례탐방① 삼려 통합 14년, 여수시의 현주소는?    
3. 지역사례탐방② 순천시ㆍ 고흥군, 통합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4. 지역사례탐방③ 남해ㆍ하동군, 영호남 통합은 현실 불가능하나          
5. 지역사례탐방④ 통합 창원시의 현재와 미래   
6. 지역사례탐방⑤ 충북 청주시ㆍ청원군, 통합 무산된 원인과 과제     
7. 광양만권 통합, 이렇게 준비하자-통합에 필요한 과제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주민 의견 묻지 않고 통합하더니…” 부작용 잇따라

경남 창원ㆍ마산ㆍ진해 3개시가 합친 인구 108만명의 공룡 도시인 통합 창원시가 지난 7월 1일자로 통합 1주년을 맞이했다. 생활권이 같아 수십 년 전부터 정치권과 지역사회에서 통합 논의가 있어 왔던 3개시가 한 가족이 된 것이다. 통합한지 1년 4개월이 지난 현재, 거대 도시 창원시는 통합 후유증을 단단히 겪고 있다.


통합 창원시 어떻게 탄생했나

지난 2008년 정치권에서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창원ㆍ마산ㆍ진해 3개시의 통합논의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통합 창원시는 이 과정에서 다른 통합 논의 대상 지역과 마찬가지로 지역별 이해득실에 따라 통합 찬성 또는 반대 의견이 잇따랐다. 또한 함안군까지 통합시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여론도 일어나는 등 갈등을 겪었다.

행정안전부는 결국 ‘창원ㆍ마산ㆍ진해’ 통합안을 채택 3개 시 의회를 상대로 찬반의견 제출을 요청했고, 해당 의회들은 의원투표를 통해 통합안을 의결하면서 통합시가 탄생했다. 이후 통합시 명칭은 창원시로, 의창구, 성산구, 마산합포구, 마산회원구, 진해구 등 5개 행정구청가 설치됐다.

3개시 통합으로 창원시는 웬만한 광역시에 버금가는 규모를 갖추게 됐다. 인구는 108만명이며 면적은 서울(605㎢)보다 넓은 737㎢, 연간 예산은 2조2천억원에 이르는 등 전국 최대의 기초자치단체로 자리잡았다.

지역내총생산(GRDP)도 21조 7천억원으로 종전 기초지자체 1위인 구미시(17조1천억원)를 넘어섰으며 광주광역시(20조2천억원)와 대전광역시(20조8천억원)보다도 많다. 수출액도 2008년 기준으로 290억달러를 기록해 부산(102억달러), 대구(10억달러), 광주(101억달러), 대전(26억달러)를 가뿐히 넘어섰다.

통합 창원시의 출범은 지방자치단체의 역량을 키우고 지자체간 불균형을 최소화해 골고루 잘 사는 지역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고비용, 저효율, 다층구조인 현행 지방행정체계를 개선함으로써 주민편익과 행정효율은 높이고 실효성 있는 지방분권과 지방자치를 정착시키는 밑거름이 될 것이란 전망에서다.

특히 공동생활권이 대승적 차원에서 합쳐져 더 큰 규모로 움직일 수 있게 돼 지역 간 편차와 발전저해 요소들이 해소, 창원시가 국내외적으로 경쟁력 있는 주체로 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또한 통합 창원시를 기반으로 한 프로야구 제9구단인 NC 다이노스가 창단함에 따라 통합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봤다.이밖에 민원 통합 처리, 행정구청 기능 강화, 다양한 복지 혜택 등 시민들이 직접적으로 받는 혜택도 늘어나게 됐다. 

통합 1년, 청사 위치 놓고 극심한 갈등

하지만 창원시가 통합 1주년이 지난 현재 창원시는 극심한 갈등과 분열로 표류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청사 위치. 창원시는 현재 옛 창원시청을 임시로 통합 청사로 사용하고 있는데 통합 청사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3개 지역민들과 정치권이 갈등을 겪고 있다.

통합 청사 위치는 1순위가 마산 종합 운동장과 진해 육군대학이고 2순위가 창원 39사단이다. 창원시는 용역을 마친 후 청사 위치를 결정할 예정인데 이를 두고 큰 논란을 빚고 있는 상태. 올해 안에 마무리될 용역은 3개 지역 위치의 장단점에 대해 분석하고 있으며 어디가 1순위인지는 용역 대상에서 제외했다. 행여 순위를 밝혔다가는 지역에서 큰 논란을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청사 위치 문제가 풀리지 않고 논란만 계속되자 결국 창원시의회는 지난 4일 옛 창원ㆍ마산ㆍ진해 3개시로 분리하자는 건의안을 의결하고 말았다. 이 건의안은 찬성 33표, 반대 22표로 통과됐다. 당시 건의안을 발의한 박해영 의원은 “옛 마산과 진해지역 일부 의원이 단합해 통합청사 조기 확정 결의안을 발의하는 등 통합의 정신을 뒤흔들고 있다”며 “지역 이기주의적인 일부 의원들이 있기에 통합 전 3개시로 다시 분리할 것을 건의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날 임시회에서는 통합시청사의 소재지를 조기에 확정하자는 결의안도 의결됐다. 6명의 시의원이 나서 찬성과 반대 토론을 벌인 이후 표결에 부친 결과 찬성 31표, 반대 24표로 가결된 것이다. 이 결의안을 통해 시의회는 지난 2월 창원시가 전문기관에 의뢰해 내년 10월께 마무리하기로 한 통합시청사 소재지 선정 용역을 올해 안에 마무리할 것을 촉구하는 근거를 마련했다.


하지만 창원시의회는 이번 임시회에서 한쪽은 통합시청사 소재지 문제를 연내에 마무리짓자는 결의안과 통합시를 다시 분리하자는 건의안까지 가결하는 모순을 범해, 또 다른 논란을 일으키고 말았다. 현재 창원시의원은 총 55명이며 옛 창원시와 마산시 소속이 각각 21명,  진해시 소속은 13명이다. 남석형 경남도민일보 기자는 “통합 청사 위치를 두고 3개 지역 시의원들이 몸싸움을 벌이는 등 현재 극심한 혼란에 빠져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박완수 창원시장은 지난 14일 담화문을 발표했다. 박완수 시장은 “통합 청사 입지를 둘러싼 시의회의 갈등은 심각한 우려와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시청사 소재지의 결정은 민주적이고 참여적인 절차와 방법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담화문을 통해 “창원시의회의 이번 두 가지 의결은 모순된 의결”이라며 “좀 더 충분하고 허심탄회한 논의를 통해 새로운 결론을 내리고 명확한 의사를 대외적으로 표시해 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역 정치인ㆍ정당에 대해서는 소지역 이기주의를 버릴 것을 당부했다.

박 시장은 “소재지 결정은 시민적 합의가 중요하다”면서 “대다수 시민이 공감하는 결론을 내리는 데 우리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 시장은 청사 문제를 매듭지을 수 있도록 특별위원회 설치를 요청했으며 갈등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주민투표를 실시하겠다며 배수진을 친 상태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통합

창원시가 통합되기 까지 과정을 살펴보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는 비판이 거세다. 통합 과정에서 3개시의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주민투표를 거치지 않고 시의회의 찬성만으로 행정구역 통합을 결정한 것은 무리였다는 지적이다.

시민들의 뜻을 무시한 채 정치인들이 통합 창원시를 출범시키더니 결국 내년 총선을 앞두고 새청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있다는 비판이다. 남석형 경남도민일보 기자는 “애초에 마산ㆍ창원ㆍ진해시가 주민투표를 통해 통합됐다면 지금처럼 청사 위치를 놓고 혼란을 빚지 않을 것”이라며 “주민들의 직접적인 의사를 묻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고 말했다.

남 기자는 “통합시 이름이 창원시로 바뀌고 도로판, 간판 등도 창원으로 통일되기 시작하면서 상대적으로 마산, 진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고장 이름이 사라졌다는 상실감을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민 의견을 제대로 수렴해서 좀 더 여유를 가지고 통합을 추진했다면 지금처럼 부작용은 심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치권에서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창원시는 앞으로 청사 위치 뿐만 아니라 지역 균형 발전, 지역 이기주의 해소 등 다양한 과제를 남겨두고 있다. 하지만 창원시의회에서 결의했던 3개시 분리안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미 통합을 시작한 상태인데다가 행정통합이 추진되고 있는 현 상황에 다시 분리한다는 것은 또 다른 갈등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결국 정치권이 지금의 혼란을 어떻게 수습하고 행정력과 정치력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창원시의 미래가 결정된다는 이야기다. 통합 발전을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창원ㆍ마산ㆍ진해 3개 시 주민들의 화합과 균형발전을 위한 장기발전전략 수립, 정부 및 시의회의 지원 등 시 당국은 물론 정부와 의회, 주민들의 공동 노력이 필수적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