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꿈은 숲입니다.
나무의 꿈은 숲입니다.
  • 광양신문
  • 승인 2006.09.13 09:20
  • 호수 17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희망의 땅이라고 불리는 광양, 진정한
[오마이뉴스 조호진 기자 특별기고]
희망을 만들기 위해 언론의 사명 다하길

나무의 꿈은 숲을 이루는 것입니다. 울창한 숲을 이루어 사람들에게 등받이도, 그늘도 되어주고 끝끝내 세상의 오염된 공기를 맑은 공기로 바꾸어 생명의 숨소리를 내뱉게 하는 것입니다. 나무는 자신의 나이를 보여주고 싶지 않는지도 모릅니다. 자신이 베어지는 것보다 몸체로 그대로 유지하는 게 세상을 위해 더 유익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나무는 그대로 순응합니다. 수 십년 혹은 수 백년 동안 이 땅을 지키다 베어져서 인간의 필요한 도구가 된다 할지라도 아무 말을 하지 않습니다. 나무의 할 일은 소리치거나 성을 내는 게 아니라 묵묵히 견디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나무를 베어다 이쑤시개를 만들기도 하고 배를 만들기도 하는 기술을 가졌다고 자랑할지 몰라도 속 깊은 나무를 따를 수는 없을지도 모릅니다.

사람이 소리내어 문자를 사용하기까지는 나무를 해치지 않았습니다. 나무와 사람의 관계가 나빠지는 것은 문자를 표현하면서 일 것입니다. 종이를 만들어 인쇄하면서 나무는 사람의 문화를 위해 쓰여졌고 사람의 지식이 널리 퍼뜨리는데 사용되었습니다. 나무는 거기까지 사람의 뜻과 행동에 대해 용서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나무는 실망하고 있습니다. 지혜와 정보의 통로로 쓰였던 종이가 근대화에 의해 대량 정보로 소통되면서 권력은 나무를 악용했고 사람들은 혼란을 겪었습니다. 진실과 거짓, 거짓과 허위를 분간하지 못하게 만드는 데 자신의 몸이 악용되고 있다는 데 대해 나무는 실망을 넘어 분노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지식이, 정보가 사람에게 얼마나 기여하는지 혼란스러운 시대입니다. 소위 언론이라는 틀에담겨져 배포되는 지식과 정보는 이해관계에 따라 왜곡되고 편향되면서 권력화 되었습니다. 사실과 진실을 보도하는 게 언론이 사명이라고 교과서처럼 말하지만 정말 그러한지에 대해 물어보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아니라고 부정합니다.

나무는 자신이 신문지(新聞紙)로 쓰여지는 것에 대해 기뻐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신문을 만든다는 것은 나무를 베는 일을 전제로 합니다. 나무의 뜻은 전혀 그러하지 않은데 자신이 거짓의 검은 글자의 바탕이 되어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끝내는 수많은 종이 쓰레기로 버려진다는 것이 서글퍼질지 모릅니다.

이 나라 이 지역에는 수많은 언론, 그 중에도 나무를 괴롭게 하는 신문이 있습니다. 신문 대다수는 정론(正論)을 펴겠다고 약속하며 나무를 베었습니다. 하지만 나무는 늘 속았습니다. 나무의 몸 위에 거짓을, 사익을, 혼란을, 싸움을 새겨 좌우 갈등과 지역 갈등을 부추기며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통에 나무는 괴로웠습니다.

숲을 이루어 푸른 세상을 만드는 게 꿈인 나무는 자신이 제대로 쓰여지길 고대할 것입니다. 자신의 몸이 진실과 사실을, 정의와 평화의 문자로 새겨진 채로 삐뚤어진 길을 바로 고치면서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데 사용되길 아무 말없이 기도할 것입니다. 나무의 꿈은 언제나 푸른 세상을 만드는 것입니다.

광양(光陽)은 햇볕 잘 드는 마을입니다. 햇볕이 잘 드는 마을에서 나무의 꿈은 사실과 진실이 거짓과 허위를 이기고, 싸움과 분열보다는 화해와 일치가 온전히 숨쉬기를 바라는 것일 것입니다. 희망의 땅이라 불리는 광양에서 진정한 희망을 만들기 위해서는 언론이 갈라진 것을 잇게 하고, 편향된 것을 두루 보듬어 올바른 가치를 갖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게시물은 광양넷님에 의해 2006-09-28 09:52:07 사설칼럼에서 이동 됨]